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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와 역사의 변화 속에는 원단이 있었다?

2023.09.18

여러분은 옷을 어떤 이유로 선택하시나요? 추위나 더위로부터 보호하기 위해서도 있겠지만, 옷에는 일종의 문화적 코드가 담겨있습니다. 예를 들어 요새 유행하는 ‘올드머니룩’의 의미를 생각해 보면 현재의 사회적 기조를 읽어 내릴 수 있죠.

올드머니룩은 대대로 부자들의 옷장을 열어봤을 때 있을 법한 아이템으로 구성된 스타일을 지칭하는데요. 고급스러운 소재의 원단과 하이엔드 브랜드의 악세서리로 스타일을 구성하는 것이 특징입니다. 화려한 로고 플레이도 없고요.

문화의 상징 패션 속 ‘원단’의 의미는?

올드머니룩이 유행하는 이유는 여러 가지 분석이 있지만, 한동안 SNS를 통해서 명품, 비싼 차 등을 과시하는 문화가 이어지면서 이에 대한 반감으로 인해 올드머니를 선망하게 되었다는 분석이 있습니다. 혹은 환경오염으로 이어지는 패스트 패션에 대한 문제 인식이 높아졌다는 의견도 있죠.

이렇게 패션은 문화와 깊은 연관성을 갖고 있는데요. 그 종착지는 ‘원단’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옷의 소재, 즉 원단의 역사를 보면 인류의 역사가 어떻게 발전해 왔는지 살펴볼 수 있거든요. 특히 ‘실크’와 같은 중국의 비단은 서양과 동양을 이어주는 역할을 하기도 하고, 동시에 산업 발전의 중요한 한 축을 담당했는데요.

과연 원단은 인류에 어떤 영향을 미쳤을까요? 실크를 포함한 나일론, 고어텍스, 그리고 현재의 친한경 원단의 이르기까지 그 발전사와 함께 엮인 재미있는 이야기 짚어보겠습니다.

중국을 세계에 알린 ‘실크’

▲ 비단과 여인들 (사진출처: 위키피디아)

실크(Silk, 비단)는 중국을 알린 원단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우리가 어릴 때부터 많이 들어왔던 ‘실크로드’는 중국에서 중앙아시아, 아라비아, 유럽의 지중해로 이어지는 고대 교역 통로를 담당하기도 했어요. 이 길을 통해서 중국의 실크가 전해졌고, 서방 국가의 보석이나 직물, 옥과 같은 진귀품도 동아시아에 전해졌습니다.

실크로드가 본격적으로 열린 것은 전한(기원전 206년~기원후 25년) 시대입니다. 이 교역로를 통해 중국의 실크뿐만 아니라 다양한 사치품과 화약 및 제지 기술이 서방으로 전해질 수 있었어요. 서방은 후추와 같은 향신료, 유리 제조 기술을 중국으로 전했고요. 이 실크로드를 기점으로 서양과 동양은 서로의 문화에 눈을 뜨게 되고, 중국은 세계에 존재감을 드러냈습니다.

실크를 만드는 명주실은 누에로부터 나옵니다. 누에는 뽕나무 잎을 먹고 자라는데, 누에는 섭취한 단백질의 60~70%까지 명주실로 만들어 낼 수 있다고 해요. 이 비율이 중요한 이유는 비단의 주성분이 ‘피브로인’이라는 단백질이기 때문입니다. 인체와 비슷한 단백질 성분으로 이루어진 피브로인은 입었을 때 매끄럽고 광택감이 우수한 것이 특징이죠. 실크를 만드는 명주실은 매우 얇고 길기도 해서 천을 정교하게 짤 수도 있고, 가벼운 무게감으로 교역 상품으로 제격이었습니다.

실크, 산업혁명의 길을 터주기까지

사진출처: 위키피디아

유럽으로 건너간 실크가 중국이 아닌 유럽에서 직접 생산된 시기는 16세기입니다. 16세기는 근대 자본주의가 형성되던 때로 20세기에 이르러 산업화가 이루어지기까지 지배적인 경제 체제의 뿌리라고 할 수 있습니다.

16세기 당시 베네치아, 피렌체 등 이탈리아 도시국가들이 실크 생산을 위한 기술을 도입했고, 상품 가치가 높았던 실크는 기술의 도입으로 인해 유럽 전역에 생산이 확산되었습니다. 현재 이탈리아와 프랑스의 명품 산업의 모태 중 하나는 고급 실크 상품인데요. 이때부터 만들어진 전통이 지금까지 이어진 것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일본의 이야기도 빼놓을 수 없습니다. 일본은 서방 국가와의 잦은 접촉으로 일찍이 산업혁명에 눈을 뜬 나라이죠. 당시 메이지 유신 이후 산업화를 추진하는 과정에서 일본은 중국이 아닌 프랑스로 건너가 고급 실크 생산 기술을 배워오는데요.

즉, 실크 제조의 주도권이 더 이상 중국이 아닌 유럽으로 넘어갔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일본은 산업혁명 시기와 맞물려 프랑스에 가서 최신 제사공장을 참관한 뒤 그 모델을 그대로 가져와 일본의 비단 산업을 일으킵니다. 현재 일본의 기모노에는 고품질의 실크가 사용되고 있죠.

목화, 인류 삶의 질을 높이다

목화 이야기로 넘어가 볼까요? 지금까지 중국을 대표하는 섬유인 실크에 대해 이야기했다면 면섬유를 만드는 ‘목화’는 인도를 대표하는 작물입니다. 면은 인도뿐만 아니라 동아프리카, 페루 등 다른 지역에서도 발전하기 했는데요. 하지만 인더스 문명이 면직을 최초 개발하여 인도에서 아라비아, 유럽까지 확산되었습니다. 인도에서는 BC 1800년부터 목화를 사용했다고 해요.

그렇다면 목화는 인류의 삶에 어떤 영향을 미쳤길래 ‘삶의 질’을 높였다는 표현을 사용했을까요? 목화로 만들어 낸 천은 다른 원단에 비해 흡수력이 뛰어납니다. 실크도 같은 천연 섬유 중 하나이지만 면에 비해 흡수성도 낮고 물과 열에 약하죠. 정전기도 잘 발생하고요.

면은 이에 비해 물 세탁이 쉽고 통기성도 뛰어납니다. 정전기 발생도 거의 없죠. 실크와 단적으로 비교하면 훨씬 실용적이고 다루기 까다롭지 않습니다. 계절을 잘 타지 않고, 열에도 강하여 옷감에 더 자주 이용되고 커튼과 침구 등에도 사용되죠.

한국에 목화가 들어온 것은 1363년인데요. 문익점이 원나라에 외교사절단으로 방문했다가 귀국할 때 아시아면 목화씨를 붓 통에 넣어 온 것이 시작이었습니다. 목화는 문익점의 고향인 경상남도 산청에서 재배되었는데요. 이에 따라 당시 고려 사람들은 목화로 천을 짜 옷을 지어 입을 수 있었고, 목화로 만든 솜옷과 솜이불로 추운 겨울을 따뜻하게 보낼 수 있었습니다. 목화는 이후 전 세계적으로 가장 널리 재배되는 목화속 식물인 ‘육지면’이 도입되면서 생산이 크게 늘었죠.

우즈베키스탄과 면방 사업 이어 나가는 포스코인터내셔널

이렇게 나라의 의복과 역사에도 영향을 미친 목화와 면, 현재는 한국에서 어떻게 활용되고 있을까요? 우리 회사는 세계 6대 면화 수출국인 우즈베키스탄과 함께 목화 면방 사업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1996년 대우그룹 시절 현지에 방적공장을 설립한 후 페르가나 및 부하라 지역에 총 5개의 방적 및 제직 공장을 운영하고 있죠.

이후 우리 회사는 우즈베키스탄 내 최대 면방기업으로 성장해 왔습니다. 더불어 면방사업의 부가가치를 높이기 위해 원면 재배도 실시하고 있는데요. 지난해 3월 페르가나주 예자본 지역에 서울 여의도 면적의 약 18배인 5210ha의 원면 재배 면적을 확보하면서 원면 생산부터 방적 및 제직까지 이르는 밸류체인을 완성했습니다.

이러한 투자는 우즈베키스탄 정부의 굳은 의지와 결합되어 추진될 수 있었는데요. 1991년 소비에트연방의 붕괴로 독립국이 된 우즈베키스탄 정부는 주력 산업 중 하나인 면화 산업의 발전과 이를 통한 자국 주도권 향상에 힘쓰고 있습니다.

우즈베키스탄 정부가 1996년부터 산업 고도화를 추진하자 우리 회사는 이에 발맞춰 면화 사업 성장에 뛰어들었습니다. 미래 가치를 보고 투자한 결과, 2021년 기준 3700만 불의 영업이익을 달성한 성과도 얻었죠.

인류의 도약! 나일론

면 이외에 우리가 가장 많이 쓰는 원단, 나일론과 폴리에스터에 대해서도 알아볼까요? 먼저 나일론은 쉽게 말해 비단의 단점을 보완한 대체제라고 생각하면 쉽습니다. 이전에도 비단을 대체한 합성섬유인 레이온이 있었는데요. 레이온은 목재 펄프를 이용하여 만들어진 재생 섬유로 주성분이 면과 같아요. 따라서 수분을 잘 흡수하지만, 대신 쉽게 오염되고 환경 변화에 따라 섬유의 연결이 느슨해지는 단점이 있었죠.

▲ 월리스 캐러더스(사진출처: 위키피디아)

나일론은 합성 섬유입니다. 1935년 미국인 윌리스 캐러더스가 발명한 폴리아마사이드 계열의 원단으로 원래는 본래 발명자인 캐리더스가 소속된 회사인 듀폰사에서 출시한 제품의 등록 상표명이었는데요. 저렴한 가격 대비 튼튼한 내구성으로 인해 널리 보급되면서 지금까지 합성섬유의 대명사로 알려지게 되었습니다.

나일론은 레이온이나 면 섬유 같은 다른 천연섬유에 비해 가늘고 가벼운 것이 특징입니다. 또한 탄력성, 신축성, 보온성이 우수하면서 촉감도 부드러워요. ‘나일론’ 하면 최초의 제품은 칫솔이었지만, 나일론의 특장점을 널리 알리게 된 것 1940년여 출시한 여성용 스타킹이었습니다. 이후 다른 의류뿐만 아니라 어망, 낙하산, 익기 줄 등 다양한 산업 분야로 뻗어 나가며 그 용도가 확대되었습니다.

나일론의 단점을 보완하는 폴리에스터

사진출처: 위키피디아

폴리에스터는 1950년 영국에서 공업화한 섬유입니다. I.C.I(imperial chemical industry Ltd) 회사에서 단량체인 에스테르의 결합으로 연결된 폴리모에서 만들어진 합성섬유이죠. 보통 PET 섬유라고 불리며 합성 및 인조 섬유 중에서도 비교적 양모와 비슷한 성질을 갖고 있다고 평가받습니다. 조금 더 쉽게 설명하면, 나일론과 같은 합성 섬유로 생각하면 됩니다. 내구성이 강하고 주름이 잘 가지 않는 것이 가장 큰 장점이죠. 모양도 잘 변하지 않고요. 탄성이 크기 때문에 일상복으로 쓰이기 좋고요. 가공과 직조에 따라 자켓이나 코트에 많이 쓰이고, 운동복에도 쓰입니다. 우리가 입고 있는 대부분이 폴리에스터 혼방으로 되어 있다는 것을 발견하실 수 있을 겁니다.

단, 흡습성이 약해 땀이나 물을 잘 흡수하지는 못하는데요. 따라서 흡습성이 높은 면과 혼방하여 여름용 티셔츠 등을 제작하기도 해요. 합성섬유는 실크나 면에 비해 가격도 저렴해서 일상적으로 활용하기 좋습니다. 실제로 3대 합성섬유 중 50%가 넘는 생산량을 차지하고 있는 게 폴리에스터이죠.

첨단 기술의 시작, 고어텍스

첨단 기술의 발달은 원단 산업에 큰 영향을 주었습니다. 가장 대표적인 예가 ‘고어텍스’죠. 고어텍스는 미국에 본사를 둔 섬유회사 고어(Gore)가 만든 소재의 브랜드 이름입니다. 나일론이 제품명으로 대명사가 되었다면, 고어텍스는 브랜드 이름으로 원단의 대명사가 되었죠.

고어텍스 하면 떠오르는 것이 아웃도어, 캠핑일 텐데요. 뛰어난 방수, 방풍, 방습 기능으로 인해 아웃도어 재킷이나 배낭 등에 대표적으로 쓰이고 있습니다. 물이 스며들지 않고 습기만 빠져나가게 하는 고어텍스의 핵심기술인 멤브레인으로 인해 가능했는데요. 멤브레인 코팅은 1제곱 인치당 90억 개 이상의 기공을 갖고 있는데, 각 기공은 물방울의 2만분의 1 크기에 달합니다. 따라서 액체가 침투하기 어렵고, 수증기 형태의 분자는 통과할 수 있게 된 것이죠.

사진출처: 고어텍스 홈페이지

고어텍스는 의류뿐만 아니라 수많은 산업 분야에 사용되어 혁신을 일으켰습니다. 제약과 생명공학, 항공 우주, 자동자, 전자 제품, 반도체 등 수많은 산업에서 고어텍스가 사용되고 있죠. 실제로, 고어의 제품은 우주복 외피에 사용되어 인류가 최초로 달 착륙에 성공한 때에도 함께 했습니다. 그 밖에 항공 케이블, 소방관의 방호복, 스마트폰의 방수 기능에 사용되기도 하였습니다.

친환경 시대, 원단의 미래는?

이제 원단의 미래는 ‘재활용’과 ‘친환경 소재’에서 찾을 수 있습니다. 모든 산업이 그러하듯, 패션에서도 패스트 제품은 저물고 지속가능한 원단과 이를 활용한 산업이 뜨고 있습니다. 실제로, 기업들은 소비자 니즈에 맞춰 점점 내구성이 좋으면서도 오래 쓸 수 있는 느린 패션을 지향하고 있는데요. 대표적으로 파타고니아의 의류 수명 연장 ‘업사이클링(Up-cycling)’ 캠페인이 있죠. 이뿐 아니라, 원단을 만드는 기업들은 페트병을 활용한 리사이클 폴리에스터를 개발하거나, 생분해 섬유를 개발해 자원의 재활용과 오염을 최소화해 친환경을 실천하고 있습니다.


지금까지 원단의 역사에 대해 알아보았는데요. 인간이 살아가기 위한 필수요소 3가지 중 가장 첫 번째인만큼 우리와 뗄레야 뗄 수 없는 사이라는 것을 다시 한번 확인했습니다. 그동안 인류를 더 살기 좋게 도와줬던 섬유는 이제 효율과 성능보다 친환경이라는 중요한 기로에 서있는데요. 과연 섬유의 미래는 어떻게 달라질까요? 우리 회사는 그 귀추를 계속해서 주목해 볼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