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iz Story

종합상사들의 생존 키워드 : 빅블러

2022.12.07

상사회사가 직접 농장을 운영하고, 천연가스를 개발하고, 심지어 식음료를 만들어 직접 소비자에게 판매를 하는 등 우리는 이른바 빅블러(Big Blur) 시대에 살고 있습니다. 빅블러는 ‘크다’라는 의미의 ‘big’과 ‘희미한 것’이라는 의미의 ‘blur’가 함께 쓰인 단어인데요. 기술 혁신으로 전통적인 비즈니스 간 경계가 불분명해지는 현상을 말합니다. 최근 국내외 기업들은 지속가능성을 확보하기 위해 빅블러 경쟁에 한껏 열을 올리고 있는데요. 이러한 시대적 맞춰 포스코인터내셔널의 동종 업계에서는 어떤 혁신적인 행보를 보이고 있을까요?

이미 보았거나 경험했을 ‘빅블러’ 신한은행 배달 앱 & 농협은행 꽃 배달

빅블러 시대를 맞이해 빅테크 기업과 경쟁을 앞둔 국내 은행들은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다양한 도전을 하고 있습니다. 소비와 유통, 금융을 통합하는 복합성 서비스를 제공하고, 디지털 마케팅을 통해 고객에게 더 큰 영향력을 행사하기 위한 여러 시도를 보여주고 있죠.

신한은행은 작년 1월, 금융사 최초로 배달 주문 애플리케이션 ‘땡겨요’를 출시한 바 있습니다. 금융사의 이점을 살려 금융 서비스와 관련된 다양한 할인 혜택을 제공할 수 있다는 것이 강점인데요. 이로써 레드오션인 배달업계에서 경쟁력을 갖추고 무서운 성장세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 신한은행의 배달앱 ‘땡겨요’

농협은행은 자사의 모바일 뱅킹 앱에 꽃 배달, 한우·한돈 쇼핑 할인 등 생활형 서비스를 대폭 확충했는데요. 농협의 강점을 살려 화훼 농가 조합 등과 직접 제휴를 맺었고, 시중 소매가보다 상대적으로 저렴한 가격에 상품을 제공해 가격 경쟁력을 갖출 수 있었습니다. 또한 상품 구매 시, 자사의 모바일앱 ‘올원뱅크’에 등록된 농협 계좌나 카드로 간편히 결제할 수 있다는 편리성을 강조했죠.

▲ 금융 서비스를 넘어 생활형 서비스로 확장을 꾀하고 있는 농협은행

자동차 업계의 빅블러 테슬라의 보험사업 & 구글의 자율주행차 사업

2019년, 한 자동차 제조사가 자동차 보험 시장에 도전장을 내밀어 큰 관심을 끌었는데요. 그 주인공은 바로 세계적인 전기 자동차 제조사, 테슬라(Tesla)입니다. 높은 보험료는 전기차 구매의 숨은 진입 장벽으로 꼽히죠. 테슬라는 위기를 기회로 바꿔 직접 자체 보험 사업을 시작했습니다. 미국 캘리포니아주에서 시작해 2020년부터 중국, 유럽 등으로 사업을 넓혀오고 있죠.

▲ 테슬라가 홍콩에서 선보인 보험 서비스 ‘인슈어 마이 테슬라’ 모습

전기차는 내연기관차보다 데이터를 수집하는 데 유리하다는 강점이 있습니다. 테슬라의 보험 상품은 실제로 자율주행 장비로 실시간 운전 습관 데이터를 수집·파악해 사고율과 보험료를 맞추는 방식으로 설계됐는데요. 테슬라는 그간 쌓아온 데이터로 효율적인 보험 서비스를 개발해 기존 보험사보다 20~30% 저렴한 보험 서비스를 선보이고 있죠.

빅블러 시대엔 IT 기업이 자동차 기술 개발에 박차를 가하는 모습도 놀라울 것이 없죠. 세계적인 IT 기업 구글 역시 무인 자동차 기업 웨이모(Waymo)를 통해 자율주행차를 개발하고 있습니다. 자율주행차가 상용화되면 탑승자가 운전하는데 쓰던 시간을 스마트폰이나 IT 기기를 사용하는 데 쓸 거라고 예상하기 때문이죠. 최근에는 캘리포니아공공시설위원회(CPUC)로부터 안전 요원이 탑승하지 않는 무인 로보택시 운행을 승인받아 화제가 되기도 했는데요. 웨이모는 대기자 명단에 이름을 올린 사람들을 대상으로 ‘웨이모 원’앱을 통해 서비스를 제공할 계획을 밝혔습니다.

▲ 캘리포니아 도로를 주행하고 있는 구글 웨이모의 로보택시

글로벌 종합상사는 이미 빅블러 진행 중?

빅블러 현상의 핵심은 업(業)의 확장입니다. 이는 업종간 경계가 급속히 사라지는 현상을 말하죠. 특히 폭넓은 상품과 서비스를 취급하는 종합상사에겐 빅블러는 새로운 개념이 아닙니다. 그렇다면 국내외 종합상사들은 빅블러 시대에 어떤 행보를 보여주고 있을까요?

빅블러에 적극적인 일본 종합상사

일본의 종합상사는 새로운 사업 기회를 적극적으로 탐색하고, 선제적인 투자로 비즈니스를 육성하는 것으로 유명하죠. 빅블러 시대에 맞춰 바이오 헬스 사업, 친환경 재생 에너지 사업, 식음료 사업 등으로 범위를 적극 확장하고 있는 일본의 종합상사들. 그들의 활약을 함께 살펴볼까요?

바이오 헬스 사업 밸류체인을 완성한 미쓰비시 상사

최근 일본 종합상사들이 기술, 사업, 파이낸싱을 체계적으로 결합한 패키지형 바이오 헬스케어 사업에 활발하게 진출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 선두에 미쓰비시 상사(Mitsubishi Corporation)가 있죠. 미쓰비시 상사의 헬스 사업은 풀 밸류 체인(Full Value Chain) 구축 관점에서 확장해온 것이 특징인데요. 미쓰비시 상사는 2000년 4월, 바이오 사업 개발부를 설치한 이후, 병원, 의료기기, 식품, 그리고 의약품 제조 분야에까지 진출한 바 있습니다.

자료출처: 미쓰비시상사 IR, ‘18.4월

미쓰비시 상사는 아시아 병원 사업에 주력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습니다. 2017년 동남아 진출을 위해 미얀마 병원 신축 프로젝트에 대규모 투자를 단행하기도 했죠. 미쓰비시 상사는 일본 내 병원, 그리고 의료기기 회사와 연계해 의료 서비스를 제공할 계획이라고 밝혔습니다.

바이오 헬스케어 분야는 기술 난도가 높고 사업 영역이 세분화돼 있어 여러 파트너들과 협력을 통해 사업을 추진해야 하는데요. 미쓰비시 상사는 대기업 종합상사로서 병원 운영에 대한 컨설팅을 효과적으로 제공하고, 조달·물류 네트워크를 전국적으로 동원할 수 있었습니다. 또한 오랜 기간 시장에서 구축한 신뢰도를 기반으로 병원과 원활한 협력이 가능해 타 업종보다 유리했다는 장점이 있었죠. 신흥국 경제 성장과 의료 수요 확대에 대응해 의료기기 사업과 병원 의료 서비스 사업에 적극 진출한 것도 성공 비결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해상 풍력발전의 선두주자, 마루베니 상사

2011년 동일본 대지진 이후, 일본은 친환경적이고 경제적인 안전 자원 개발을 목표로 재생에너지 발전에 힘을 쏟아왔습니다. 대표적으로 해상풍력발전 프로젝트가 있는데요. 일본 기업 가운데 처음으로 해상풍력발전에 진출한 기업은 바로 마루베니 상사입니다.

마루베니 상사는 2011년 11월, 건플릿 샌드(Gunfleet Sands) 해상 풍력발전의 권익 49.9%를 취득함으로써 일본 기업으로는 최초로 상업 운전용 해상 풍력발전 사업에 본격적으로 참여했습니다. 이듬해인 2012년, 영국 해상 풍력발전 설치 관련 대기업 씨잭스 인터내셔널(Seajacks International) 사를 매수해 풍력발전 설치 사업에도 본격 착수하기 시작했는데요. 이는 풍력발전 사업을 위해 해상 풍력을 설치사를 통째로 매수한 전례 없는 행보였죠.

2015년엔 아키타 현의 풍력 프로젝트를 위한 특수목적 자회사인 ‘아키타 해상풍력발전주식회사’를 설립하고, 상업용 운전을 목표로 총 13개 회사의 출자를 받아 2020년 2월부터 사업에 착수했습니다.

▲ 아키타 현에 설치된 풍력 발전 터빈

마루베니 상사는 대용량, 고효율 발전 방식의 재생에너지 사업에 지속적으로 집중할 것이라는 계획을 밝히기도 했는데요. 에너지 구성이 급변하는 분위기에 해상 풍력에 선제적으로 뛰어든 마루베니 상사의 행보는 기후 위기와 빅블러라는 현시대를 대표하는 두 흐름을 동시에 보여주는 예로 주목받고 있습니다.

식음료 사업을 빠르게 디지털화한 이토추 상사

2018년, 이토추 상사가 편의점 및 종합 슈퍼마켓(GSM) 대기업 유니패밀리마트홀딩스를 자회사화 하기로 결정했습니다. 패밀리마트는 2016년 9월, 유니 그룹(UNY Group)과 통합으로 유니패밀리마트를 출범했는데요. 당시 이토추의 지분은 33.4%였죠. 이후 조금씩 주식을 매수해 지분을 41.5%로까지 끌어올린 이토추가 돌연 공개매수라는 강수를 두었는데요. 그 뒤에는 빅블러 시대에 대한 대응으로의 전략이 숨어있습니다.

▲ 이토추 상사는 디지털 전략 강화를 위해 패밀리마트를 자회사화했다.

2021년 6월 이토추와 패밀리마트는 라인(LINE)과 협업해 차세대 점포 개발에 착수한 바 있는데요. 이토추 상사는 이번 매수를 통해 인공지능(AI)과 사물인터넷(IoT) 등을 활용한 차세대 점포 개발을 좀 더 앞당기겠다고 밝혔죠.

또한 이토추와 패밀리마트는 전자화폐 등 금융 서비스 플랫폼을 공동으로 구축해 나갈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는데요. 디지털 결제를 위한 금융 사업, 고객 기반을 활용한 빅데이터 분석 등 디지털 전략 강화를 목적으로 하고 있습니다. 이토추 상사의 이러한 행보는 디지털 전환으로 가속화된 빅블러 시대의 단면을 여지없이 보여주고 있죠.

빅블러를 빠르게 적용 중인 국내 기업

국내 상사들 역시 창의적인 발상과 공격적인 서비스로 빅블러 시대 속 가능성을 모색하고 있는데요. 국내 상사들은 어떤 혁신으로 빅블러 시대에 맞서고 있는지, 대표 사례를 살펴보겠습니다.

렌탈 종합회사로 변모한 SK네트웍스

과거 종합상사에서 출발한 SK네트웍스는 변신의 변신을 거듭하며 최근 모빌리티와 홈케어 분야로 사업을 확장했는데요. 신규 사업 론칭과 제휴 서비스 확대로 견조한 실적을 창출하고 있습니다.

SK렌터카는 업계 최초로 ‘폴스타2’ 단기 렌탈 상품과 O2O(Online to Offline) 방문 정비 서비스인 ‘스마트 홈 정비 서비스’를 출시한 바 있죠. 작년 5월에는 전기차를 에너지 저장 장치로 활용하는 ‘V2G(Vehicle to Grid)’ 실증사업에도 나서며 전력 공급 불균형 해소에 기여하겠다는 포부를 밝히기도 했습니다.

SK매직은 작년 5월, 침대 렌탈·케어 서비스 ‘에코 휴’를 출시하며 매트리스 렌탈 시장에 진입했고, 6월에는 국내 최초로 제습 기술을 적용한 ‘에코클린 음식물처리기’를 선보이기도 했죠. 이에 따라 SK매직의 올해 2분기 말 누적 렌탈 계정은 230만을 돌파하기도 했습니다.

SK네트웍스는 자회사를 통해 전기차 충전, 친환경 소재, 블록체인 등 미래 유망 영역에 대한 전략적인 투자를 진행하고 있는데요. 앞으로도 지속적으로 신규 투자처를 발굴하고 사업을 접목하는 ‘사업형 투자회사’로 진화해가겠다고 밝히며 빅블러 시대에 적극적으로 대응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습니다.

친환경 에너지 사업에 박차를 가하는 삼성물산과 LX인터내셔널

친환경 에너지 사업 포트폴리오를 강화하며 빅블러를 실현하는 기업이 있습니다. 바로 삼성물산과 LX인터내셔널인데요. 각 기업은 어떤 활약상을 보여주고 있을까요?

삼성물산은 전 세계적인 에너지 다변화 니즈에 맞춰 친환경 에너지 발전 사업 개발과 바이오 연료 사업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주요 사업장으론 캐나다에 위치한 ‘온타리오 풍력 태양광 복합발전단지’, 멕시코에 위치한 ‘만사니요 LNG 인수기지’, 칠레에 위치한 ‘켈라 가스복합화력발전소’ 등이 있습니다.

▲ 캐나다에 위치한 삼성물산의 온타리오 풍력 태양광 복합발전단지

최근에는 카타르 초대형 태양광 프로젝트를 단독으로 수행하게 됐다고 발표하기도 했는데요. 사업 부지 두 곳을 합한 면적만 축구장 1400개 크기이며, 설치되는 태양광 패널만 160만 개에 달할 정도로 초대형 프로젝트죠. 2024년 11월 준공 예정인 카타르 태양광 발전소는 카타르에너지(Qatar Energy)가 소유한 산업단지와 국가 전력망에 전력을 공급하게 된다고 합니다.

LX인터내셔널은 국내 바이오매스(Biomass) 발전소 인수를 시작으로, 친환경 바이오매스 발전 사업을 육성하고 있습니다. 바이오매스의 지속적이고 안정적인 성장을 예상한 LX인터내셔널은 앞으로 연관 분야로 사업을 확장하며 바이오매스 사업을 안정 수익원으로 육성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 LX인터내셔널이 인수한 포승 바이오매스 발전소

한편 LX인터내셔널은 인도네시아 하상(Hasang) 수력 발전소 투자를 통해 이미 해외 신재생 에너지 발전 사업을 영위하고 있는데요. 하상 수력 발전소는 2020년 12월, 유엔(UN)으로부터 ‘친환경 발전을 통한 기존 화석연료 대체 효과’를 인정받아 온실가스 감축 사업으로 공식 등록되기도 했죠.

삼성물산과 LX인터내셔널은 친환경 신재생 에너지 분야의 글로벌 플레이어로 활약하며 빅블러 시대의 본보기가 되고 있습니다.

탑티어 친환경차 부품사로 도약 중인 포스코인터내셔널

그렇다면 포스코인터내셔널은 빅블러 시대에 어떻게 대응하고 있을까요? 포스코인터내셔널은 기존 철강, 에너지, 식량 이외에도 전기∙수소차 등 미래차 중심의 급격한 패러다임 변화에 주목했습니다. 이에 친환경차 핵심 부품인 구동모터코아 사업을 전략 사업으로 선정하고 적극적인 투자를 지속해오고 있죠.

멕시코에 친환경차 구동모터코아 생산 법인을 설립하고 북미 시작 선점에 나서고 있는데요. 2030년까지 총 1,620억 원을 투자해 구동모터코아 전초기지로 만들겠다는 계획을 밝히기도 했습니다. 작년 7월 공장 착공에 들어간 구동모터코아 공장은 2023년 하반기 가동을 목표로 하고 있죠.

포스코인터내셔널은 전기차 최대 시장인 북미 지역을 공략하고, 미국 정부의 친환경 모빌리티 정책에 전략적으로 대비하기 위해 이번 투자를 결정했습니다. 모터코아의 소재인 전기강판에 대한 미국의 수입 제한 조치와 물류 경쟁력 등을 고려해, 주요 자동차 산업의 중심지인 멕시코를 생산거점으로 낙점한 것인데요. 포스코인터내셔널의 모터코아 공장은 멕시코 내에서도 글로벌 완성차와 부품사들이 다수 진출해 있는 코아우일라(Coahuila)주 라모스 아리즈페(Ramos Arizpe)시에 자리 잡을 예정입니다.

포스코인터내셔널은 2025년 국내 200만 대, 중국 90만 대, 북미 65만 대, 유럽 45만 대를 생산해 총 400만 대 생산체제를 구축, 글로벌 시장 점유율 20%를 달성하겠다는 목표를 갖고 있습니다. 이를 달성하기 위해 작년, 연간 100만 대를 생산할 수 있는 포항 공장을 준공했고, 중국 모터코아 생산법인인 포스코아(POSCO-CORE) 유상증자에 참여하기도 했죠.

이전에도 포스코인터내셔널은 우리나라 중견기업 친환경차 부품을 리비안 등 북미 지역 자동차사에 공급하는 등 해당 분야에서 활약을 보여준 바 있습니다. 가파르게 성장하고 있는 친환경차 시장 흐름에 발맞춰, 앞으로도 생산 능력을 늘릴 수 있는 신규 설비와 인력 확충에 아낌없이 투자할 계획을 갖고 있는데요. 다양한 해외 투자 경험과 자회사의 기술력, 그리고 포스코의 소재 역량으로 탑티어 친환경차 부품사로서 발돋움할 포부를 내세우고 있습니다.


경계가 허물어지는 빅블러 시대에는 고정관념을 버리고 열린 사고로 사업을 바라보는 것이 핵심이라는 것, 이번 주제가 던지는 메시지가 아닐까 싶은데요. 특유의 혁신성으로 빅블러 시대를 개척하고 있는 우리 기업들! 빅블러 시대의 글로벌 키 플레이어로 자리매김할 우리 기업들의 미래가 기대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