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ulture

[동호회를 만나다] 매 순간, 나의 한계를 넘어서는 사람들

2024.07.29

‘동호회를 만나다’는 동료들과 다양한 취미 활동을 공유하며 팀워크를 높여가는 포스코인터내셔널 임직원들의 이야기를 담은 시리즈 콘텐츠입니다.

몸 관리 열풍의 선두주자 중 하나인 크로스핏. 굵은 땀방울을 쏟아내며 한계에 도전하는 성취감에 매료된 크로스핏터들. 나 또한 점점 심해지는 목 디스크와 알 수 없는 몸의 피로함에 운동의 필요성을 느끼고 있다. 책을 읽는 것, 술을 마시는 것. 사랑하는 이들과 노는 것 모두 건강한 몸이 수반돼야 할 수 있는 일이다. 몸 관리의 필요성을 느끼며 1년 전 헬스를 시작했던 나는 생애 처음으로 크로스핏에 도전해보았다.

그래서 오늘은 포스코인터내셔널의 크로스핏 동아리 철든녀석들의 정기 모임에 참여해봤다. 운동을 함께하며 동호회 회장이자 크로스핏 경력 2년 차의 이서영 사원과 총무를 담당하는 크로스핏 경력 9년 차의 김지현 차장에게 크로스핏의 매력에 대해 들어보았다.

120평 규모의 넓은 크로스핏 박스 한 편. 강렬한 음악이 울려 퍼지며, 운동에 몰두한 회원들의 호흡 소리가 체육관을 가득 채운다. 트레이너의 구호 소리와 함께, 오늘도 턱까지 차오르는 숨을 겨우 고르며 자신의 한계를 시험한다. 자연스럽게 찡그려지는 얼굴로 굵은 땀을 흘리며 자신의 한계를 뛰어넘는 사람들. 손바닥은 이미 까지고 굳은살이 가득하지만 멈추지 않는 열정이 그들을 앞으로 나아가게 만든다.

크로스핏(CrossFit)은 ‘교차하다(Crossover)’와 ‘피트니스(Fitness)’의 합성어로 1996년 미국 캘리포니아에서 역도 코치였던 Greg Glassman에 의해 처음 시작되어 현재 전 세계적으로 붐을 일으키고 있다. 한국에서도 2,000개에 달하는 박스(크로스 핏은 Gym이라고 하지 않고 Box라고 칭한다)가 있을 정도로 인기가 많다.

Q. 크로스핏이라는 운동의 궁극적인 목표는 무엇인가요?

이서영: 제가 생각하는 크로스핏터들의 목표는 운동에 있어 육각형이 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크로스핏은 체중이 나가는 사람/가벼운 사람, 키가 큰 사람/작은 사람, 각자에게 유리하고 불리한 동작이 모두 나오게 됩니다. 예를 들어 상대적으로 무거운 사람은 무게를 드는 동작에는 유리하지만, 철봉에서 수행해야 하는 동작이나 버피처럼 민첩성이 필요한 동작들은 어렵습니다. 결국 주어진 신체조건을 넘어 심폐지구력, 근력, 유연성, 협응력, 민첩성 등 다양한 능력을 조화롭게 쓸 수 있게 되는 것을 목표로 한다고 생각합니다.

열정적인 분위기에 감탄하는 것도 잠시, 헬스 1년 차 경력으로 나름 자신감에 차 있던 나는 곧 의기소침해졌다.

스트레칭으로 몸을 풀 때까지는 호흡을 맞출 수 있었지만 본격적인 와드에 돌입하자 운동 수행 능력이 급격히 떨어져 간다. 와드(W.O.D)는 Workout of the Day의 줄임말로 그날의 운동 세션을 위해 선택된 특정 운동 세트를 말한다.

Q. 철든녀석들의 커리큘럼에 대해 알려주세요.

이서영: 철든녀석들의 커리큘럼은 기본적으로 박스의 수업을 따라가고 있습니다. 수업은 1시간가량 진행되며 일반적으로 ‘스트레칭 및 웜업(15분) → 자세/무게 연습(25분) → 와드(20분)’ 정도 소요된다고 보시면 됩니다. 본 운동이라고 할 수 있는 와드는 정해진 시간 안에 횟수를 많이 하거나(AMRAP), 정해진 동작을 가장 빠른 시간안에 수행하는 것(For time)이 가장 보편적입니다. 운동이 끝난 후에는, 희망자에 한해 스트렝스 훈련 또는 여러 보강운동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로잉은 평소 즐겨 하는 운동이라 자신 있었는데, 실제로 회원들과 함께 하다 보니 자신감이 급격히 하락했다. 속도가 너무 빨라 따라갈 수가 없었다. 욕심을 내다보니 자세도 흐트러진다. 하지만 속도보다 중요한 것은 자세다. 욕심을 부리다가는 부상을 입을 수 있다.

Q. 단체 운동이다 보니 옆 사람이 잘 하면 자연스럽게 비교가 될 것 같아요.

김지현: 기본적으로 어떤 운동을 하던 남과 비교하면 안 됩니다. 나이와 재능에 따라서 사람마다 수행할 수 있는 동작에 차이가 있는데, 나보다 잘하는 사람과 비교하며 초조함을 느끼고 억지로 쫓아가려고 하다 보면 부상을 입기 쉽습니다.

이서영: 동감입니다. 운동을 할 때는 다치지 않는 것이 가장 중요합니다. 크로스핏에는 다양한 동작이 있기 때문에 이것저것 시도하다 보면 내가 잘하는 것을 찾을 수 있습니다. 누군가와 비교하기 보다 본인의 재미를 찾아가야 합니다.

Q. 그래도 운동을 하다 보면 부상이 불가피할 것 같습니다. 빠른 부상 회복을 위한 팁이 있다면?

이서영: 일단 푹 쉽니다. 그런데 몸이 근질거려서 병원에서 한 달 쉬라고 하면 2주 정도는 쉴 수 있는데, 그 이상은 참기 힘들어서 2주 정도는 쉬고 운동을 나가고 합니다.

김지현: 저번에 다치고 안마의자를 샀는데 피로회복에 좋더라고요. 제 경험에 비추어보면 정형외과에서 체외충격파 치료를 받거나 목욕탕 가서 냉탕과 온탕을 반복해서 들어가는 것도 원활한 혈액순환에 도움이 되는 것 같습니다.

다음으로는 월워크에 도전했다. 말 그대로 벽을 걸어가는 동작인데, 푸시업 자세에서 팔을 펴면서 발을 벽 위로 올리면 된다. 말은 쉬운데 좀처럼 다리가 벽 위로 올라가지 않는다. 주변에서 먼저 끝낸 회원들이 와서 ‘파이팅’을 외쳐주는데 아직 같이 하는 운동문화가 어색해서일까? 조금은 부끄럽기도 하다. 그래도 회원들의 응원을 받으며 나머지 개수를 겨우 채웠다.

Q. 입문자는 보통 처음에 어떤 동작을 하게 되나요?

이서영: 크로스핏 주요 동작을 이루는 역도를 예로 든다면, 이제 막 입문하여 데드리프트 자세부터 배워야 하는 분들을 대상으로 바로 인상/용상을 진행하라고 하기에는 어려운 부분이 있을 것입니다. 이에 따라 처음 오시는 분들은 좀 더 쉬운 동작으로 대체하거나 무게를 가볍게 하여 신체에 무리가 없는 선에서 재미를 느낄 수 있도록 진행합니다.

또한, 박스와 협의하여 정모가 진행되는 요일(매월 1, 3째주 수요일)에는 초보자분들에게 더 적합한 동작이나 와드로 진행될 수 있도록 하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크로스핏에서는 역도(클린, 스내치) 및 짐네스틱(키핑풀업, 토투바, 머슬업 등)처럼 꾸준한 연습이 바탕이 되어야 안전하게 할 수 있는 동작도 있지만, 버피, 월볼, 로잉 등 초보자도 쉽게 접근할 수 있는 운동, 혹은 데드리프트, 스쿼트 등 모든 운동의 기본이 되는 다양한 동작들을 같이 배울 수 있습니다. 입문자 분들의 경우, 후자의 운동들을 통해 우선 근력 및 심폐를 기르고, 이후 차근차근 재미를 느끼며 자신이 좋아하는 동작들을 더 연습하면 된다고 생각합니다.

Q. 체력이 약하거나 운동능력이 부족한 분들도 쉽게 접근이 가능할까요?

이서영: 크로스핏이 여러 스포츠에서 동작을 가져왔기에 운동을 아예 처음 시작하시는 분들에게는 어려운 게 사실입니다. 다만 무리하게 진행하지 않는다면 누구나 할 수 있는 운동입니다. 물론 자신의 신체능력에 비해 과하게 무게를 들거나 안 되는 동작을 억지로 수행하는 것은 피해야 합니다. 이렇게 다치지 않고 꾸준히 운동한다면 일반인 수준에서도 충분히 재미있게 즐길 수 있는 운동이 될 거라고 생각합니다.

김지현: 연령대에 따라서도 조금 다릅니다. 만약 40대 이상인데, 이전까지 운동을 해본 적 없다면 권하고 싶지 않습니다. 체력적인 문제도 그렇고 어려운 동작이 많아서 부상의 위험도 있기 때문입니다.

Q. 힘들어 할 때 옆에서 격려해 주시니 도움이 되면서도 조금 부끄럽더라고요. 크로스핏터 중에는 E(외향)가 많을 것 같은데, 실제로 그런지 궁금합니다.

이서영: 아닙니다. 김지현 차장님과 저도 I(내향)고, 주변 크로스핏터 중에서도 내향인이 더 많습니다. 다만 운동이라는 공통된 주제가 있어서 친해지기 쉬운 것 같습니다. 성격이 내향적이어도 운동을 좋아하는 분이라면 걱정 없이 오셔도 좋을 것 같습니다. 특히 철든녀석들은 우리가 좋아하는 ‘운동’, 우리가 속해 있는 ‘회사’ 이렇게 두 가지 공감대가 있어서 이야깃거리도 더 많고 금방 친해질 수 있는 것 같습니다.

크로스핏은 흔히 운동 ‘고인물’이 하는 운동으로 알려져 있다. 실제로 크로스핏이라는 운동의 유래가 역도, 기계체조, 인터벌 트레이닝 등 다양한 운동 스타일을 결합해 종합적인 체력향상 및 근력향상, 운동수행능력 향상을 목표로 하는 운동 방식이기 때문이다. 철든녀석들의 회원들도 대부분 러닝, 사이클 등 2~3개의 운동을 병행하거나 이전에 다양한 운동 경험이 있다. 최고의 운동 고인물 중에는 다른 어떤 종목보다 극기와 인내를 요구하는 초지구력 운동, 철인 3종을 즐기는 회원도 있다.

Q. 두 분은 크로스핏 말고 즐기는 운동이 있나요?

김지현: 크로스핏 이외에도 헬스, 다이빙, 골프, 마라톤도 합니다. 최근에는 F451에 빠져서 크로스핏과 번갈아 가며 하고 있습니다.

이서영: 크로스핏과 함께 헬스와 마라톤을 꾸준히 하고 있습니다. 성취감이 있어서 여러 대회들에 출전을 하는데요, 올해 4월에는 로잉머신 전국대회에서 1등을 했습니다.😄

Q. 크로스핏을 하면 다른 운동에도 도움이 되나요?

김지현: 개인적인 경험에 의하면 골프 칠 때 하체가 좋아져서 비거리가 늘어나는 데 도움이 되었습니다. 물론 체력도 향상되었고, 크로스핏이 신체능력을 극한으로 끌어올리는 스포츠인 만큼 정신적으로도 단련이 됩니다.

거친 숨소리가 가득한 가운데 운동을 수행하는 다른 팀원을 향한 독려가 계속됐다. 함께 운동 프로그램을 완수하고자 하는 그들의 열정을 엿볼 수 있었다. 굵은 땀방울을 쏟아내고 거친 호흡을 내뱉으면서도 포기하지 않는 회원들. 이들이 이토록 크로스핏에 빠져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Q. 크로스핏의 매력은?

이서영: 크로스핏은 성장할 수 있는 여지가 무궁무진한 운동입니다. 시간이 지날수록 안 되는 동작들이 가능해지고, 예전에는 무겁게 느껴지던 무게가 가벼워지고, 이전보다 더 빠르고 정확하게 운동을 수행해 나갈 때 이루 말할 수 없는 즐거움을 느낍니다.

철든녀석들의 동호회 회장은 여성이다. 사실 크로스핏은 남성의 운동이라는 인식이 강한데, 대부분의 현장에는 남성과 여성의 성비가 6:4 정도라고 한다. 실제로 현재 철든녀석들 회원들 중에는 서영 사원을 포함해 총 5명의 여성회원이 활동 중에 있으며, 남녀노소 구분없이 크로스핏에 관심있는 분이라면 적극 환영하고 있다. 근력 운동은 성별과 상관없이 모두의 것이니까.

Q. 여자분들 중에는 벌크업이 부담스러워서 크로스핏을 시작하기 어려워 하는 분들도 있는 것 같습니다.

이서영: 그건 오해입니다. 크로스핏이 벌크업되는 운동이라는 건 대부분 남자분에게 해당하는 이야기입니다. 일반인 수준에서는 여성은 대부분 벌크업되기보다는 오히려 날렵한 몸에 가까워집니다. 하고 싶어도 벌크업되기가 힘듭니다. 몸에 멍이 들거나 손에 굳은살이 배길 수는 있는데 경험자 입장에서는 운동에 빠지다 보면 이런 것들이 ‘영광의 상처’로 느껴지긴 합니다.

Q. 직장인에게 격한 운동이 잘 맞을까요? 근육통 때문에 어려움을 겪은 적은 없는지 궁금합니다.

김지현: 저는 매일 근육통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근육통이 있다는 건 근육이 다치면서 성장하고 있다는 이야기입니다. 오늘은 하체가 아프면 내일은 상체가 아프고, 그렇게 매일 근육통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일주일에 4~5일은 운동을 합니다. 주위에도 집에 가듯, 직장에 출근하는 것처럼 운동하라고 이야기합니다.

Q. 크로스핏은 스스로를 극한까지 몰아붙이는 운동 같습니다. 가장 힘든 마지막 1분, 두 분은 무슨 생각을 하시나요?

이서영: 아무 생각 안 하고 운동에 집중합니다. 매일매일 가다 보니까 최대한 타협하지 않는 선에서 집중해서 잘 끝내는 것이 목표입니다.

김지현: 제 운동 목표는 안 다치고 오래 운동하는 것입니다. 한번 다치면 그만큼 운동을 아예 못 하는 시간이 길어집니다. 그래서 마지막 1분 정도에는 다치지 않도록 섬세하게 제 한계를 살핍니다.

Q. 크로스핏은 OOO다.

이서영: 도파민이다. 운동을 하다 보면 도파민이 뿜어져 나오며 성취감을 느낄 수 있습니다. 실제로 도파민을 매일매일 느끼고 싶어서 크로스핏을 하는 분들도 많습니다.

김지현: 멘탈이다. 기록을 잘 내기 위해서도 멘탈이 중요하고, 크로스핏으로 길러진 멘탈을 바탕으로 사회생활 등을 긍정적으로 해나갈 수 있는 것 같습니다.


한 시간 가량이 지나서야 오늘의 운동이 종료됐다. 운동을 함께한 회원들은 수고했다는 말 한 마디를 건너며 서로를 격려했다. 오늘도 해냈다는, 일종의 자존감과 삶의 질을 높여주는 운동이 크로스핏이라는 것을 알게 된 하루였다.

피땀 눈물과 도파민이 가득한 스포츠, 크로스핏. 서로를 응원하며 하루하루 성장하는 그들의 모습에서 멈추지 않는 도전 욕구, 회원들의 끈끈한 유대감을 느낄 수 있었다. 동료들의 열정과 에너지를 느끼며 오늘보다 내일 더 강해지고 싶다면, 크로스핏 동호회 철든녀석들을 찾아보자.

  1. F45(Functional 45) : 호주에서 시작된 운동으로, 45분 세션에서 최대 750칼로리를 소모하도록 목표하는 기능성 운동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