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과 문화

[동호회를 만나다] 와인과 이야기가 만나는 곳, 포르도

2024.11.13

동호회를 만나다’는 동료들과 다양한 취미 활동을 공유하며 팀워크를 높여가는 포스코인터내셔널 임직원들의 이야기를 담은 시리즈 콘텐츠입니다.

와인은 ‘다름의 미학’을 가진 술입니다. 같은 포도로 만들어도 해마다 맛이 다르고, 심지어는 같은 와인이라 하더라도 병마다 맛과 향이 다르다고도 합니다. 비슷한 환경에서도 각기 다른 이야기를 담아내는 우리와 꼭 닮은 듯하죠. 포스코인터내셔널의 와인 동호회, 포르도도 그렇습니다. 동호회원들이 간직한 각양각색의 맛과 멋이 모여 깊은 소통의 장을 만들어갑니다.

와인에 대한 애정 듬뿍 담긴 저마다의 사연부터 와인 초심자들에게 추천하는 와인 리스트까지, 와인의 향과 맛만큼이나 다채롭게 전하는 포르도의 이야기를 들어보세요!

설렘이 풍기고 대화가 흐르는 ‘포르도’입니다

Q. 와인 동호회 ‘포르도’에 가입하시게 된 계기를 알려주세요!

안성민: 제 경우 대우인터내셔널 시절부터 와인 동호회에서 활동했어요. 코로나 팬데믹으로 활동을 멈췄다가 다시 동호회 활동이 재개될 2022년 무렵, 기존 동호회원분들의 바람으로 제가 총대를 메고 동호회를 신청했습니다. 재탄생의 시점으로 보자면 2022년 7월이겠네요!😊

최영우: 2년 정도 지난 지금 동호회원은 16명인데요. 그중 절반 정도가 대우인터내셔널 시절부터 활동하셨던 분들인 거 같아요. 저는 2022년부터 동호회원으로 활동했습니다.

Q. 다른 주종은 따라올 수 없는 와인만의 매력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세요?

최영우: 제가 인생 영화로 꼽는 〈사이드웨이〉에 “와인 속에 삶이 있다”라는 말이 나와요. 그해의 날씨, 지역의 환경, 심지어는 수확한 이들의 정성과 사랑이 담겨 완성되는 술이라는 거죠. 그런 와인의 감성을 좋아합니다. 또 무엇보다 ‘편안함’이 있는 주종이라고 생각해요. 사람을 편안하게 해주는 적절한 양과 도수, 느린 문화까지. 덕분에 와인 한 잔 따라놓고 서로의 대화에 집중할 수 있는 거죠. 차분한 분위기 속에서 대화를 즐기게 하는 매개체로서는 최고의 술입니다.

Q. 안성민 과장님께서는 와인의 매력에 푹 빠져 자격증까지 취득하셨다고요.

안성민: 술은 고루 좋아하는 편이라 와인 동호회에 가입할 때도 동기들과 좋은 시간을 보내고 싶다는 생각 정도였던 거 같아요. 하지만 막상 가입하고 보니 알면 알수록 너무 무궁무진한 세계인 거예요. 그래서 WSET1 자격증 공부를 시작했는데 ‘아는 만큼 보인다’고, 와인의 매력에 점점 빠져들더라고요. 다른 술은 같은 맛을 내는 ‘획일화’가 목적이라면, 와인은 병마다 다른 맛을 담아내는 매력이 있었어요. ‘이 병은 어떤 맛일까?’ 기대하는 즐거움, 그게 와인의 진짜 매력인 거 같아요.

Q. 혹시 와인에 대한 관심이 업무에 도움이 된 사례도 있으실까요?

최영우: 제가 독일에 주재할 때 고객사와의 미팅이 많았는데요. 사실 독일분들은 어느 정도 신뢰가 쌓이기 전까지 식사 자리에 잘 응하지 않으시거든요. 그런 분들께 와인을 주제로 이야기를 꺼내면서 자연스럽게 자리를 마련할 수 있었습니다. 불편하고 어려운 업무 관련 이야기를 꺼내기 전 부드럽게 건네기 좋은 주제였죠. ‘맥주의 나라’인 독일에서 와인이 매개체가 된다는 점도 흥미로웠던 거 같아요.

안성민: 저도 신사업 관련 업무로 전국을 돌아다니던 중에 와인 애호가인 한 기업 대표님을 만나 와인을 주고받으며 친목을 다졌던 경험이 있습니다. 와인이 잘 모르는 사람에게도, 잘 아는 사람에게도 궁금증과 호감을 일으키는 좋은 이야깃거리인 거 같아요. 업무에 직접적으로 도움이 되지는 않더라도 만남의 기회이자 이야기의 도구로 활용할 수 있죠.

지식과 주량을 뛰어넘는 소통의 동호회

Q. ‘술’을 다루는 동호회다 보니 걱정이나 오해의 시선도 있을 거 같은데, 어떠신가요?

안성민: ‘술을 잘 먹는 사람만 가입할 수 있다’는 게 대표적인 오해 같아요. 꼭 그렇진 않습니다. 회사 전반적으로 보자면 딱 평균 정도이지 않을까 싶어요. 사실 그 또한 정확하진 않은 이유가, 취할 만큼 마신 적이 없거든요.😂 보통 7시에 시작해 9시면 모임이 끝나고, 2차를 가는 문화도 없어서 각자의 역량에 맞춰 편안하게 즐길 수 있습니다.

최영우: 와인이 비교적 고가의 주류라 활동 비용을 우려하시는 경우도 있는데요. 우선 회사에서 50%의 비용을 지원해주는 데다, 동호회장인 안성민 과장님이 굉장히 선택과 집중을 잘하시는 편입니다.😄 어디 가서 ‘이 와인 먹어봤다’고 말하기 좋은 괜찮은 와인 한 병과 더불어 실력 괜찮은, 가성비 있는 와인들을 잘 준비해주세요. 주어진 금액 안에서 높은 만족도를 위해 늘 고민하시는 분이라 활동 비용은 적정 수준에서 유지되고 있습니다.

Q. 혹시 와인에 대한 전문 지식을 갖춘 분들만 가입하는 건 아닌가요?

최영우: 축구 동호회는 축구를 좋아하고, 좋아하는 만큼 비교적 많은 정보를 가진 분들이 가입하시는 것처럼 저희도 와인을 좋아하고, 관심 있는 분들이 가입하시는 정도예요. 관심을 가지고 경험을 해 정보를 얻는 시간이죠. 그 밖의 전문성은 자연스럽게 본인의 니즈에 따라 익혀가는 거고요.

안성민: 초심을 잃었다고 생각하실지도 모르겠지만, 동호회 활동 초기에는 콘셉트를 구성하고 그에 맞춰 와인과 관련 자료를 준비하기도 했었는데요.😂 지금은 편안하게 소통하는 장이 되기를 바라며 정보 전달은 줄여가고 있습니다. 대신 시간이 맞는 동호회원들과 함께 와인 관련 기관의 교육에 참여하며 지식을 늘려가고 있습니다. 물론, 동호회 신입분들이 오시면 ‘어떤 와인을 좋아하시나요?’ 혹은 ‘마셔본 것 중 가장 비싼 와인은 뭔가요?’ 같이 와인을 주제로 한 질문을 던지며 가까워지는 시간을 가집니다.

취향 따라 상황 따라 즐기는 와인

Q. 와인 매장에 가면 마음이 막막해지는 초보자들을 위하여 와인 관련 정보를 얻는 팁을 알려주세요! 어떻게 하면 좋은 와인을 저렴하게 살 수 있나요?

안성민: 요즘에는 SNS가 발달해서 정보를 쉽게 얻을 수 있어요. 와인 수입사 등에서 운영하는 계정은 물론, 개인적으로 지식을 나누는 분들도 워낙 많으시니까요. 저도 기억하고 싶은 와인의 이름이나 정보를 SNS에 기록하기도 합니다. SNS가 번거롭다면, ‘vivino’라는 앱을 활용해보세요! 와인을 검색하면 별점, 정보, 리뷰 등을 한눈에 볼 수 있습니다. 하지만 개인적으로 너무 많은 정보를 얻은 다음 와인을 고르기보다 조금은 궁금한 마음으로, 상상하며 마시는 즐거움을 추천드립니다.🥰

최영우: 와인에 입문하는 분들이라면 먼저, 와인 산지(나라)를 정하고요. 그 안에서 레드 와인 혹은 화이트 와인을 정하여 충분히 드셔 보세요. 그 과정에서 내가 선호하는 산지, 선호하는 맛의 기준이 잡힐 겁니다. 이후에 품종과 빈티지(Vintage)까지 좁혀가며 ‘인생 와인’을 찾는 거죠. 와인 가격이 부담스럽다면, SNS 등을 통해 프로모션이 열리는 매장을 파악해 방문하시면 비교적 저렴하고요. 해외를 방문할 기회가 있다면, 상대적으로 저렴하게 판매하는 선호 와인을 미리 찾아 두었다가 구입해오는 것도 방법입니다!

Q. 인터뷰를 마무리하며 두 분의 ‘가장 기억에 남는 와인 한 잔’이 궁금합니다.

최영우: 제가 와인에 처음 관심을 가지게 된 계기가 2003년 무렵 아버지와 함께 ‘오퍼스 원(Opus One)’이라는 와인을 먹은 일입니다. 굉장히 고가의 와인인데, 당시에는 그런 줄도 모르고 마셨어요. 솔직히 말씀드리자면 당시 와인의 맛은 기억도 나지 않아요.😂 하지만 그 분위기, 그 유니크함을 잊을 수 없는 거죠. 인생에 또 한 번의 기회가 있다면 제가 ‘오퍼스 원’을 사서 아버지와 함께 마시고 싶습니다.

안성민: 신혼여행 때, 시칠리아의 에트나 지역이 요즘 뜨는 와인 산지라는 말을 듣고 에트나에 갔어요. 그곳에서 와인 투어도 하고, 와인도 많이 마셨는데요. 전반적으로 가격도 착하고 정말 만족스러웠습니다. 그중 donnafugata 와이너리의 ‘프라고레 에트나 로쏘(fragore etna rosso)’는 정말 잊을 수가 없어요. 아직 어린 와인이지만 ‘숙성이 되면 얼마나 맛있을까’ 싶은 깊고 풍부한 맛이었습니다. 국외로 수출하지 않는다는 말에 몇 병 구입해왔는데, 셀러에서 숙성해 마실 그날을 기다리는 설렘이 있어 더 좋아요.

Q. 마지막으로, 우리 동호회가 앞으로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길 바라고 계신가요?

안성민: 사실 업무를 하다 보면 다른 부서, 특히 다른 본부의 동료들은 만날 일이 드물거든요. 그런 점에서 저는 동호회 활동을 너무 소중한 시간으로 여기고 있고, 다른 회원분들에게도 그렇기를 바랍니다. 와인을 매개로 한 좋은 소통의 자리를 만들어가고 싶어요.

최영우: 저 역시 우리 동호회의 가장 큰 장점은 역시 ‘회원들’이라고 봅니다. 여러 부서가 섞여 평소 접하기 어려운 소통의 기회죠. 동호회 모임이 분기별로 진행되는 만큼, 보다 뜻깊은 테마나 이벤트를 함께 마련하면 더 즐겁게 즐길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안성민 과장님과 많이 고민해보겠습니다!


영화나 드라마 속 로맨틱한 분위기가 연출되면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것, 바로 와인입니다. 그 상황을 더 잘 표현할 수 있는 존재가 또 있을까요? 올 연말에는 여러분도 소중한 사람들과 함께 와인 한 잔 안주 삼은 긴 이야기의 시간을 마련해보시면 어떨까요? 😊

  1. WSET(Wine & Spirit Education Trust): 1969년 영국에서 시작된 와인 및 증류주 교육기관으로, 다양한 와인 이론과 테이스팅 방법 등을 교육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