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라면, 과자, 초콜릿, 마가린 같은 가공식품은 물론, 화장품과 세제까지. 우리가 매일 접하는 수많은 제품 속에 공통적으로 들어가는 숨은 재료가 있습니다. 바로 팜유(Palm oil)입니다.
팜유는 세계 식물성 유지 시장에서 소비 점유율 1위를 차지하며 전 세계인의 일상을 지탱하는 필수 자원으로 자리잡고 있죠. 포스코인터내셔널은 이러한 팜유를 통해 글로벌 식량자원 분야에서 지속가능한 성장을 도모하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팜유는 어디서, 어떻게 만들어지고, 어떤 가능성을 가지고 있을까요? 포봇에게 물어봤습니다.

팜유는 팜나무(기름야자) 열매에서 나옵니다. 이 나무는 뜨겁고 습한 기후를 선호하며, 물을 잘 머금으면서도 배수가 잘되는 토양에서 잘 자랍니다. 인도네시아와 말레이시아 같은 적도 부근 국가는 연중 강우량과 일조량이 고르게 분포해, 팜나무 재배에 최적의 환경을 갖추고 있습니다.

팜나무는 양묘소에서 건강한 씨앗을 엄선해 약 1년 동안 묘목으로 키운 뒤, 농장에 옮겨 심고 나서도 약 2년 반 동안 충분한 강수와 영양분을 공급하며 세심하게 관리해야 합니다. 이렇게 정성스럽게 키운 팜나무는 약 3년이 지나면 나무 사이에 커다란 열매 다발이 맺히기 시작합니다.
한 그루에서 연간 약 10개의 송이를 수확할 수 있고, 한 송이의 무게는 약 10~25kg에 달합니다. 각 송이 안에는 작은 열매가 약 1,000~3,000개 들어 있으며, 이 과육에서 짜낸 기름이 바로 팜유(CPO, Crude Palm Oil)입니다. 열매 속 씨앗에서는 팜커널유(CPKO, Crude Palm Kernel Oil)가 추출되어 화장품이나 세제 같은 다양한 제품의 원료로 사용됩니다.
팜나무는 연중 내내 열매를 맺기 때문에 꾸준한 관리와 수확이 필요하며, 수확한 열매는 가능한 한 빨리 공장으로 옮겨야 기름의 신선함과 품질을 유지할 수 있습니다. 팜유 산업은 농장 관리, 기술, 인력, 물류 인프라가 유기적으로 맞물려야 하는 종합 산업입니다.


팜유의 고향이라고 할 수 있는 곳은 바로 인도네시아와 말레이시아입니다.

미국 농무부(USDA)의 ‘세계 유지종자 및 식물성 기름 시장 보고서(Oilseeds: World Markets and Trade, June 2025)’에 따르면, 이 두 나라는 전 세계 팜유 생산량의 약 85%를 차지할 만큼 압도적인 점유율을 보입니다. 2024/25 시즌 기준으로 인도네시아는 연간 약 4,600만 톤의 팜유를 생산하며 세계 최대 생산국으로 자리 잡고 있으며, 말레이시아는 약 1,940만 톤을 생산해 그 뒤를 잇고 있습니다.

팜유 산업은 단순한 농업에 그치지 않고, 지역 경제와 사회 전반에 큰 영향을 미칩니다. 수많은 일자리를 창출하고, 농가의 안정적인 소득을 보장하며, 농장 주변에 학교, 병원, 상가 등 필수 인프라를 확충하는 데 기여합니다. 또한, 운송, 가공, 유통 등 관련 산업과 긴밀히 연결되어 국가 경제의 중요한 성장 동력으로 자리 잡고 있습니다.

팜유 생산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신선함과 신속한 처리입니다. 수확한 열매는 가능한 한 빨리 공장으로 운반해야 고품질의 팜유를 얻을 수 있죠.


공장에 도착한 열매는 먼저 깨끗하게 세척한 뒤, 140~150℃ 고온의 증기로 찌는 멸균 과정을 거칩니다. 이 과정은 과육을 부드럽게 만들어 기름을 더 많이, 더 쉽게 짜낼 수 있도록 돕고, 기름이 빨리 상하지 않도록 막는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팜유가 산패되는 주된 원인은 유리지방산1(FFA) 증가인데, 멸균은 이를 줄여 품질을 지키는 핵심 단계입니다.

멸균을 마치면 회전 드럼을 이용해 열매 다발에서 송이와 열매를 분리하고, 분리된 열매는 잘게 으깬 뒤 과육을 눌러 짜내면서 팜유(CPO)를 추출합니다. 추출된 기름은 침전 과정을 거쳐 섬유질과 불순물을 가라앉히고, 이후 정제기를 통해 한 번 더 깨끗하게 걸러냅니다. 그 다음 진공 건조로 남은 수분을 날린 뒤, 저장 탱크에 보관합니다.


착유 과정에서 분리된 씨앗은 팜커널유(CPKO) 생산 라인으로 보내져 화장품 등 다양한 용도의 기름으로 활용되며, 열매를 분리하고 남은 열매 다발은 퇴비나 바이오 연료로 재활용됩니다.
하지만 여기서 끝이 아닙니다. 추출된 팜유는 추가적인 정제 과정을 거쳐야 비로소 식품이나 산업용 원료로 사용할 수 있습니다. 남은 점액질과 불순물을 제거해 저장성과 안정성을 높이고, 활성탄이나 탈색 점토를 사용해 팜유 특유의 붉은 빛을 없앤 뒤, 마지막으로 고온 증류를 통해 깔끔한 향과 맛을 완성합니다.
이렇게 완성된 정제 팜유는 분별 공정을 통해 용도에 맞게 성분을 나눈 뒤, 다양한 산업 분야의 원료로 사용됩니다.

팜유는 우리가 매일 접하는 수많은 제품에 숨어 있는 보이지 않는 주역입니다.
가장 널리 쓰이는 곳은 단연 식품 산업입니다. 라면, 과자, 빵, 케이크, 아이스크림, 초콜릿, 마가린, 쇼트닝 등 다양한 가공식품에 들어가 식감을 부드럽게 하고 풍미를 살려줍니다. 실온에서 반고체 상태를 유지하고 산화에 강해, 제품의 보관성과 유통기한을 늘리는 데도 큰 역할을 합니다.
또한 높은 발연점과 내열성 덕분에 튀김유와 조리유로도 널리 쓰이며, 크림과 커피 프리머 같은 유제품 대체 식품에도 활용됩니다. 일부 아프리카와 동남아시아 국가에서는 일반적인 조리용 식용유로도 사용됩니다.
식품뿐만 아니라 비식품 산업에서도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샴푸, 비누, 립스틱, 크림, 로션 등 화장품에 보습 효과와 질감을 더하며, 퍼스널케어 제품의 약 70% 이상에 팜유 유래 성분이 포함됩니다. 세탁세제, 주방세제, 바디워시 등 각종 세정제에도 사용되어 세정력을 높여줍니다. 그 외에도 왁스, 윤활유, 잉크, 페인트 등 다양한 산업용 제품과 의약품 원료로도 활용됩니다.
최근에는 바이오디젤2의 원료로도 각광받고 있습니다. 팜유 기반 바이오디젤은 화석 연료를 대체할 수 있는 재생 가능 에너지원으로, 글로벌 탄소중립 목표 달성에 기여하고 있습니다. 또한 팜유 부산물은 동물사료, 양초, 과일·채소 코팅제 등으로 다양하게 사용됩니다.

이처럼 팜유는 식품, 화장품, 화학, 에너지 등 산업 전반에 걸쳐 없어서는 안 될 만능 자원으로 자리 잡고 있습니다.

시장 조사 기관 퓨처 마켓 인사이트(Future Market Insights)의 ‘팜유 시장 보고서(Palm Oil Market Outlook Report, 2024)’에 따르면, 글로벌 팜유 시장 규모는 2025년 약 768억 달러(약 105조 원)에서 2035년 약 1,191억 달러(약 164조 원)까지 성장할 것으로 전망됩니다. 같은 기간 연평균 성장률(CAGR)은 약 4.5%로 예상됩니다.

또한, 미국 농무부(USDA)가 발표한 ‘유지작물 전망 보고서(Oil Crops Outlook, May 2025)’에 따르면, 2025/26 시즌 전 세계 팜유 생산량은 전년 대비 3% 증가한 약 8,040만 톤에 이를 것으로 전망됩니다. 이는 2024/25 시즌의 약 7,963만 톤에 비해 완만한 증가세로, 향후에도 지속적인 생산 확대 흐름이 이어질 것으로 보입니다.
팜유 시장이 이처럼 안정적인 성장세를 보이는 배경에는 식품, 화장품, 바이오디젤 등 다양한 산업 분야에서의 꾸준한 수요 증가가 있습니다. 개발도상국의 인구 증가와 중산층 확대, 타 식물성 기름 대비 높은 생산 효율성과 가격 경쟁력, 그리고 바이오연료 산업 성장과 재생에너지 정책 확대도 주요 요인으로 꼽힙니다.
향후에는 지속가능한 생산 방식과 환경 규제 강화가 팜유 시장 구조에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됩니다. 국제 지속가능 팜유 인증인 RSPO(Roundtable on Sustainable Palm Oil)를 획득하는 등 기업들은 환경과 사회적 책임을 함께 고려한 생산 전략을 강화하고 있습니다.
팜유는 단순히 식용유가 아니라, 우리의 일상과 산업을 지탱하는 글로벌 자원입니다. 그렇다면 포스코인터내셔널은 왜 팜사업에 뛰어들었을까요? 그리고 어떻게 지속가능성과 지역사회 상생을 실현하고 있을까요?
다음 편에서는 포스코인터내셔널의 인도네시아 팜농장 PT.BIA와 그 지속가능한 경영, 지역사회와의 상생 스토리를 더욱 깊이 있게 들여다봅니다. 포봇과 함께 계속 알아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