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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의 시선] 매경이코노미 기자가 주목한 포스코인터내셔널만의 세 가지 합병 시너지는?

2023.02.08

잘 알려진 얘기지만 포스코인터내셔널은 인기 웹툰 ‘미생’의 모티브가 된 기업이다. ‘맨땅에 헤딩하듯’ 전 세계를 누비는 직장인 스토리를 담은 미생은 ‘무역’이 얼마나 치열한 비즈니스인지를 여실히 보여줬다.

현재, 포스코인터내셔널은 포스코그룹의 해외 트레이딩 첨병 역할을 톡톡히 해내고 있다. 여기에 대우인터내셔널 시절부터 추진한 미얀마 가스전 사업은 포스코인터내셔널의 최대 효자 사업으로 자리 잡았다. 그리고 올해 확실한 ‘제2의 창업’ 계기를 만들었다. 바로, 포스코에너지와의 합병이다. ‘트레이딩’이라는 DNA에 ‘에너지’를 더해 양대 축으로 정체성을 확고하게 굳혔다.

포스코는 누가 뭐래도 철강이 핵심경쟁력이다. 하지만 시대가 변하고 그룹 무게추도 옮겨간다. 포스코 중심이 철강이라는 점을 부인할 수 없지만, 미래 포스코를 이끌 ‘스타’는 ‘친환경 미래 소재’이자 ‘에너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올해 포스코인터내셔널과 포스코에너지의 합병은 이러한 전략 아래 실행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합병을 통해 자원탐사부터 발전까지 LNG 밸류체인 완성

필자는 물론 업계 전문가, 증권가 애널리스트들은 포스코인터내셔널과 포스코에너지의 합병 시너지가 높다고 판단한다. 포스코에너지는 발전과 LNG(액화천연가스) 터미널이 핵심 비즈니스다. 포스코에너지의 합병으로 포스코인터내셔널은 ‘업스트림(LNG탐사ᆞ생산) – 미드스트림(LNG저장) – 다운스트림(LNG발전)’이라는 밸류체인을 완성시켰다. 자원탐사 능력부터 생산, 저장, 발전에 이르기까지 LNG의 모든 부문을 처리하게 된 것이다. 아울러 포스코그룹 내 분산된 에너지 사업 기능이 통합되며 비즈니스 운용 효율성이 한층 높아졌다는 점은 말할 필요가 없다.

이제 막 합병한 상황에서 복잡다단한 시너지효과를 언급하기는 이르다. 그럼에도 최근 보여준 숫자는 시장을 안심시키기에 충분해 보였다. 통합법인은 지난해 처음으로 1조 원 넘는 이익을 냈다. 포스코인터내셔널은 포스코에너지와의 지난해 합산 매출액이 41조 7000억 원, 영업이익은 1조 1740억 원이라고 밝혔다. 전년 합산 실적 대비 각각 16.1%와 48.8% 증가했다. 사업 부문별 실적을 보면 상사 부문이 덩치(매출)를 키웠고, 에너지 부문이 실속(영업이익)을 주도했다.

시장에서 기대하는 건 두 회사 재무제표의 단순 합산이 아닌 포스코인터내셔널이 향후 ‘에너지기업으로서의 리포지셔닝’을 성공시킬 수 있느냐다. 결론부터 말하면 장단기 방향성을 잘 설정하고 실행에 돌입한다면, ‘한국의 BP(The British Petroleum Co., PLC : 영국국영석유회사)’이자 친환경과 식량 등 미래 성장동력을 이끄는 ‘메가 트렌드세터’가 되지 말라는 법이 없다. ​

거시환경에 민감한 상사업 보완하는 에너지 사업모델로 ‘양대 축’

긍정적으로 볼 대목은 3가지다. 첫째, 외부 변수와 업황에 예민한 상사업의 단점을 에너지라는 탄탄한 축으로 보완할 수 있다. 최근 종합상사 호황을 이끈 것은 인플레이션과 원화 약세였다. 그러나 이러한 매크로 변수는 올해부터 다른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고, 무역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끼칠 듯 보인다.

▲ 2022년 2월부터 2023년 2월 초까지 원달러 환율 변동 추이

실제 국제 유가를 비롯한 상품가격이 빠르게 하향안정화됐고, 달러 강세도 누그러지는 분위기다. 하지만 포스코에너지 인수로 트레이딩 중심의 사업 구조를 에너지로 확장하고 보완할 기반을 마련했다고 판단한다. 올해 통합법인의 신임 대표에 오른 정탁 포스코인터내셔녈 부회장이 “종합상사에서 글로벌 종합사업회사로 진화 발전시켜 나가겠다”고 밝힌 것도 같은 맥락으로 해석된다.

에너지 사업에 3년간 3조8000억원 투자… 터미널·가스전 키워 ‘한국의 BP’ 기대

둘째, 향후 포스코인터내셔널이 밝힌 투자 계획이 그룹 내 에너지 전담 기업으로 자리매김하는데 역할을 할 듯 보인다. 포스코인터내셔널은 에너지사업에 올해부터 3년간 3조 8000억 원을 쏟아 붓는다. 광양 제1, 2 LNG 터미널 등 LNG터미널 건설(1조 6000억 원), 호주 세넥스 육상광구 등 천연가스 생산 확대(1조 3000억 원)가 주요 투자처다. 여기에 인천 LNG 발전 3, 4호기를 대체하는 등 LNG 발전에 7000억 원, 태양광·풍력 등 재생에너지에 2000억 원을 투자한다.

특히, LNG는 친환경이라는 메가트렌드와 맥을 함께 한다. 발전 분야의 브릿지 연료로, LNG의 성장성을 키우기 위해 밸류체인을 안정적으로 구축했다는 점에서 기대감을 높다. 천연가스는 2030년까지 ‘수요 피크아웃’이 없을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 ’25-’30년 천연가스 니즈(Gas supply)에 비해 낮은 투자 양상을 보이는 ’19-’20년 (출처: IEA 국제에너지기구)

IEA(국제에너지기구) 전망에 따르면, 가장 공격적으로 기후변화에 대처하는 SDS(Sustainable Development Scenario)를 봤을 때에도 2020년보다 2030년 천연가스 소비량이 많을 듯 보인다. 재고는 부족하고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유럽 천연가스 공급은 불확실하다. 이런 상황을 고려해본다면 LNG가 에너지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더 커질 수 있다.

팜유 정제사업은 ‘스타성’있는 미래산업… 바이오디젤 확장성 주목

셋째, 올해 초 인도네시아 팜유 정제사업 진출을 결정한 것은 긍정적으로 해석된다. 팜유 정제사업은 팜농장에서 생산한 팜원유를 정제공장을 통해 한 단계 더 가공하는 것을 말한다. 정제된 팜유는 식품, 화장품, 바이오에너지 등 우리 실생활 전반에서 ‘확장성’이 높은 아이템이다. 포스코인터내셔널은 국내 상사 중 런던곡물거래협회(GAFTA)의 유일한 회원사로서 글로벌 곡물 종합사업회사로서의 성장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2030년까지 곡물 취급량을 800만 톤에서 2500만 톤으로 늘려 세계 10위 회사로 도약하겠다는 비전도 충분히 설득력 있다. 2020년 기준 우리나라가 세계 7번째 곡물 수입국인 점을 감안하면, 식량 안보 차원에서도 기업 가치는 충분하다.

필자는 향후 바이오에너지로서의 확장 가능성에 주목한다. 최근 전 세계적으로 탄소배출권 제도가 강화하는 등 화석연료를 줄이려는 노력이 다각도로 진행 중이다. 하지만 현실적으로는 갈 길이 멀다는 점 또한 분명하다. 팜유는 화석연료에 대한 의존도를 낮출 수 있는 바이오디젤로서 현실적인 대안으로 평가된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세계 바이오연료시장은 2050년까지 2배 이상 증가한다. 이러한 성장속도를 고려한다면 포스코인터내셔널이 강점을 가진 팜원유 사업 확대는 주목할 만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