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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대부터 현재까지, 천연가스가 바꾼 인류 이야기

2023.04.27

고유가, 환경규제 강화 등으로 청정연료인 천연가스에 대한 수요가 꾸준히 늘고 있다는 소식, 많이 들어 보셨죠? 천연가스가 석유, 석탄과 같은 기존 화석연료를 대체하며 세계 에너지 산업의 주축으로 자리 잡고 있는 것인데요. 천연가스가 주목받은 것이 오래된 일이 아니기 때문에 그 역사 역시 짧을 것 같지만, 천연가스가 인류 앞에 존재감을 나타낸 것은 무려 기원전 1000년경이라는 사실! 그렇다면 인간이 마주한 첫 천연가스는 어떤 모습이었을까요? 그리고 천연가스는 어떤 과정을 거쳐 우리 생활에 깊숙이 자리 잡게 됐을까요? 신비롭고 흥미로운 천연가스 이야기, 지금 바로 함께 만나 보시죠.

천연가스가 아니었다면 고대 문명의 상징 ‘델포이’도 없었다?

천연가스는 본래 무색무취가 특징이죠. 그런데 고대에도 천연가스를 발견한 기록이 있습니다. 별다른 기술이 없던 그 옛날, 천연가스는 어떤 모습으로 존재감을 알렸을까요? 먼저, 고대 그리스로 떠나보시죠!

기원전 1000년경, 한 목동이 고대 그리스의 파르나소스 산기슭에서 잃어버린 새끼 양을 찾아 길을 헤매고 있었습니다. 어두워질 때까지 주변을 서성이던 목동은 멀리서 반짝이는 붉은빛을 목격하는데요. 파르나소스 산 밑에 혼자 불타고 있던 신비로운 샘이었죠. 이를 신성하게 여긴 그리스인들은 그 불꽃 위에 사원을 세웠습니다. 이후 이곳에 아폴로 신전을 포함해 수많은 신전이 들어섰고, 고대 그리스의 종교·문화 중심지이자 경제 요충지, ‘델포이’를 형성하게 됐죠.

▲ 불꽃으로 시작해 문명의 꽃을 피운 ‘델포이’

목동이 발견한 불꽃은 정말 신의 계시였을까요? 경이로움의 대상이었던 이 신성한 불꽃은 사실 땅속 천연가스가 내뿜는 가스 불빛이었습니다. 지각 아래에서부터 뿜어져 나오는 천연가스에 낙뢰가 불을 붙여 발생한 것이었죠. 델포이를 고대 문명의 중심지로 이끈 불꽃의 정체가 다름 아닌 천연가스였다니, 정말 흥미로운데요. 그렇다면 동양에서는 천연가스가 어떤 모습으로 존재감을 드러냈을까요?

춘추전국시대 최대 빌런은 천연가스?

기원전 300년경, 춘추전국시대 진나라에는 ‘이빙(李氷)’이라는 뛰어난 수력 공학자가 있었습니다. 어느 날 이빙은 쓰촨성 쯔궁(自貢)이라는 도시의 지하에서 천연 소금물이 나온다는 것을 알게 되는데요. 이곳에 대나무 파이프를 깊숙이 넣어 천연 소금물을 끌어올리기 시작했죠. 그런데 소금 우물을 설치하기 위해 땅을 파는 과정에서 일꾼들이 갑자기 병이 나거나 죽는 일이 일어났습니다. 간혹 의문의 폭발 사고로 일꾼들이 몰살되거나, 뚫어 놓은 구멍에서 불꽃이 솟아오르기도 했죠. 당시 사람들은 이러한 현상이 사악한 영혼이 지하세계에서 빠져나오기 때문이라고 생각해 1년에 한 번씩 우물에 재물을 바치기도 했다고 전해집니다.

▲ 소금 우물을 설치하는 과정에서 천연가스를 마주했던 진나라 ‘이빙’

모두 눈치채셨죠? 당시 일꾼들을 병과 죽음으로 몰아넣었던 사악한 영혼의 정체는 다름 아닌 천연가스였습니다. 서기 100년경쯤엔 중국인들 역시 이런 현상이 눈에 보이지는 않지만 불이 붙는 어떤 물질 때문이라는 것을 알게 되는데요. 당시 중국인들은 가스가 새어 나오는 구멍을 찾아 불을 붙였고, 그 옆에 천연 소금물이 담긴 항아리를 놓고 가열해 곧바로 소금을 채취하기 시작했다고 합니다. 그리고 이것이 인류가 최초로 천연가스를 활용한 사례였다고 전해지고 있죠.

최초의 가스관은 대나무?

그렇다면 지금과 같이 가스관을 이용해 천연가스를 운반하기 시작한 것은 언제일까요? 때는 중국 남송시대(서기 1127~1279년), 한 염도1가 땅속 소금을 찾기 위해 열심히 땅을 파고 있었습니다. 순간 땅속에서 하얀 기체가 솟구쳐 올랐는데요. 기체의 정체는 다름 아닌 천연가스! 땅속 기체의 존재를 알게 된 중국인들은 이 별난 물질을 연구하기 시작했습니다.

  1. 과거 중국에서 소금을 몰래 사고팔던 사염업자를 이르는 말 ↩︎

오랜 연구 끝에 이들은, 해당 물질이 다른 에너지원과 달리 불이 쉽게 붙는다는 사실을 알게 됐습니다. 그리고 이를 다양한 곳에 활용하고 싶어졌죠. 하지만 당시의 기술로 기체 상태의 물질을 필요한 곳까지 운반하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었는데요. 고민의 고민을 거듭한 끝에 소금 채굴장에서 사용하던 대나무를 이용해 천연가스를 운반하기에 이르렀습니다. 사람들은 대나무 가스관을 통해 도시까지 전달된 천연가스로 겨울을 따뜻하게 날 수 있게 됐고, 더 나아가 화약이나 나침반 등 여러 발명품을 만들어 내기도 했죠.

▲ 대나무 가스관으로 천연가스를 운반했던 중국 남송시대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주류 반열에 오른 천연가스

이후 수 세기 동안 천연가스의 활용도가 널리 알려지며 세계적으로 천연가스 사용이 확장됐습니다. 하지만 다른 화석연료에 비해 경제성이 떨어진다는 이유로 오랜 기간 크게 주목받지 못했는데요. 천연가스는 언제부터 에너지계 ‘대세’로 떠오르게 됐을까요? 그 시발점은 다름아닌 전쟁이었습니다.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용접기술과 배관 제조 기술이 발달하며, 생산지에서 소비지까지 파이프라인을 통해 천연가스를 직접 수송할 수 있는 길이 열렸습니다.이와 같은 방식을 PNG(Pipeline Natural Gas, 파이프라인 운송 천연가스)라고 부르는데요. 이로써 본격적으로 천연가스를 사용할 수 있는 시대가 개막한 것이죠. 대표적인 예로, 당시 소련이었던 러시아는 자국의 풍부한 자원을 앞세워 공격적으로 유럽 시장에 진출합니다. 1946년 폴란드를 시작으로, 오스트리아, 이탈리아, 프랑스 등과 순차적으로 천연가스 수출을 위한 협상을 체결해갔죠.

▲ 1968년 체결된 소련-오스트리아 천연가스 공급 계약 (사진출처: RUSSIA BEYOND)

특히 서독은 천연가스 파이프라인 설치에 필요한 대구경 강관을 소련에 직접 공급하며 천연가스 수입을 위한 적극적인 행보에 나섰습니다. 이후 50년 가까이 유지된 독일-소련의 천연가스 협력은 독일 제조업 경쟁력 부활의 원동력이 된 것은 물론, 온실가스 감축을 위한 에너지 전환에 핵심 요소가 되기도 했습니다.

PNG의 확산 지정학적 요건이 중요해져

앞서 언급한 대로,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오랜 기간 동안 유럽은 지리상 가까운 러시아의 천연가스를 파이프라인으로 공급받고 있습니다. 중국 역시 서쪽으로 투르크메니스탄, 우즈베키스탄, 카자흐스탄과 4개의 파이프라인이 연결돼 있고, 북쪽으로는 러시아, 그리고 남쪽으로는 미얀마와 연결돼 있죠. 중국의 파이프라인 총 길이는 2018년 기준 약 4만 5천 km에 이릅니다. 이렇게 PNG를 공급받기 위해서는 지정학적 요건이 매우 중요한데요. 거꾸로 말하면 지리적 조건을 충족하지 못하는 국가의 경우 천연가스를 공급받지 못한다는 것을 의미하죠. 인류는 이런 문제를 어떻게 해결해왔을까요?

▲ (좌) 미국의 천연가스 Pipeline (우) 유럽의 천연가스 Pipeline

LNG는 수송 방안을 모색하던 인류의 결과물

앞서 언급한 대로, 우리나라나 일본처럼 육로가 막혀 있는 국가는 PNG를 공급받을 수 없습니다. 이 때문에 천연가스의 가동성을 높이기 위한 방안을 모색했고, 그 결과 LNG가 탄생됩니다. 천연가스를 섭씨 -163도로 냉각시켜 액화하면, 기존 기체 상태 대비 부피를 600분의 1로 줄일 수 있죠. 이렇게 액화된 천연가스, 즉 LNG는 특수 설비를 갖춘 가스운반선으로 소비지에 운송되는데요. 운반된 LNG는 각국 생산기지에 위치한 대형 저장탱크에 저장되고, 다시 가스로 변형돼 파이프라인을 통해 가정이나 산업현장에 공급됩니다.

▲ LNG 수송을 위해 특별히 고안된 LNG 운반선

이로써 터미널 등 관련 인프라가 있는 곳이면 어디든 천연가스를 수송할 수 있게 됐습니다. 천연가스의 수송 유연성이 크게 확장되며 천연가스를 사용할 수 있는 국가 범위도 확장됐지만, LNG 역시 보완해야할 단점을 안고 있었는데요. 바로 PNG에 비해 수송 과정이 복잡해 원료 가격 또한 그만큼 비싸질 수밖에 없다는 것이었죠. 또한 관련 인프라 건설 등 대규모 자본 투자가 필요하기 때문에 투자 위험 최소화를 위한 각종 거래 조건(장기공급계약, 의무인수조항, 도착지제한조건 등)이 나타나기도 했습니다.

셰일가스 혁명 전 세계 천연가스 시장의 판도를 바꾸다

이런 LNG의 딜레마를 해결해 줄 변혁이 등장했으니, 바로 미국의 셰일가스 혁명입니다. 우선 셰일가스란 셰일층에 갇혀있는 천연가스를 말합니다. 셰일층은 0.005mm 이하의 아주 작은 입자로 구성된 쇄설 퇴적암인데요. 이렇게 미세한 입자 사이에 형성된 셰일가스는 과거 기술력으론 시추가 어려웠습니다. 인류에겐 그야말로 ‘그림의 떡’인 에너지원이었죠. 그러던 1998년, 미국의 채굴업자 ‘조지 미첼(George Mitchell)’이 ‘수압파쇄’라는 시추 방법을 개발했습니다. 그리고 본격적으로 셰일가스를 양산하기 시작했죠.

▲ ‘셰일의 개척자(Pioneer of Shale)’로 불리는 조지 미첼 (사진출처: The New York Times Magazine)

셰일가스는 지구상에 매장된 전체 천연가스의 80%를 차지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셰일가스를 시추할 수 있게 되기 직전, 인류는 머지않아 석유자원이 고갈될 위에 처해있었는데요. 셰일혁명은 이런 위기의 상황에서 200년은 거뜬히 쓰고도 남을 정도의 석유자원을 채굴할 수 있게 된 역사적인 에너지 기술혁명이었죠. 실제로 미국은 셰일가스 생산량이 급격히 증가해 갔고, 2019년, 석유 수출이 수입보다 많은 ‘순수출국’ 지위에 올랐습니다. 머지않아 미국은 자체적으로 원유 생산량을 조절해 세계 에너지 시장의 안정을 취할 능력을 갖춘 산유국, 즉 ‘스윙 프로듀서’의 역할도 할 수 있을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죠.

우리나라 에너지 산업의 빛 포스코인터내셔널

우리나라는 대표적인 LNG 수입국입니다. 글로벌 에너지 기업 ‘쉘(Shell)’이 2021년 발표한 ‘LNG 전망 보고서’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중국과 일본에 이어 LNG 수입량 세계 3위를 차지하고 있죠. 천연가스는 청정에너지 전환과 탄소중립 달성을 위한 에너지원으로서 그 중요성이 날로 커지고 있는데요. 이와 같은 상황에서 국제적 에너지 안보까지 심화되며, 천연가스 100% 수입국인 우리나라가 에너지 공급 불안에 적극 대비해야 할 필요성도 높아지고 있습니다.

이에 우리 회사는 LNG 사업을 그룹 핵심 성장사업으로 선정, 그룹 내 사업 구조를 개편하고 투자를 확대하고 있습니다. 지난 2000년, 미얀마 해상광구 가스전 탐사 개시를 시작으로, 최근 인도네시아 벙아(Bunga) 광구 탐사를 개시하기까지 20년 넘게 천연가스 탐사·개발 분야에서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기술 역량을 쌓아왔죠.

올해 1월, 포스코인터내셔널은 포스코에너지와의 합병을 통해 ▲LNG를 탐사·개발·생산하는 업스트림에서 ▲이를 액화해 보관하는 미드스트림, ▲발전소를 통해 소비자에 공급하는 다운스트림까지 모두 아우르는 종합 에너지 기업으로 재탄생하기도 했는데요. 이로써 우리 회사는 LNG 전 밸류체인을 갖춘 국내 유일 에너지 전문 기업으로 도약한 것은 물론, 우리나라 에너지 안보의 주역으로 활약할 기반을 마련했습니다.


수천 년 동안 다양한 혁신을 거듭하며 우리 인류에게 꼭 필요한 에너지원으로 자리 잡은 천연가스. 그리고 천연가스 산업을 선도하며 우리나라 에너지 미래를 밝히고 있는 포스코인터내셔널! 꾸준한 혁신 행보로 천연가스의 역사를 새로 쓸 우리 회사의 앞날을 응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