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

워런 버핏은 왜 일본 종합상사 주식을 샀을까?

2023.05.12

가치 투자의 귀재, 오마하의 현인, 월가의 황제.

화려한 수식어 만큼이나 늘 화제를 몰고 다니는 오늘의 주인공, 바로 워런 버핏(Warren Edward Buffett)입니다. 워런 버핏은 20세기 최고의 투자가이자 많은 이들의 인생 멘토로 존경받고 있는데요. 그런 그가 돌연 일본 5대 종합상사의 주식을 사들이며 세간의 주목을 받았습니다. 오늘은 워런 버핏이 일본 종합상사에 투자한 속뜻을 살펴보며, 그의 행보가 포스코인터내셔널에 주는 시사점은 무엇인지 살펴보는 시간을 갖도록 하겠습니다.

워런 버핏 그는 누구인가?

블룸버그 억만장자 지수(Bloomgerg Billionaires Index)에 따르면, 워런 버핏이 현재 보유한 자산 규모는 1130억 달러(한화 약 149조 5천억 원)로, 세계 부호 순위 5위를 기록하고 있습니다. 워런 버핏과 세 시간 동안 대화를 나누며 그의 혜안을 얻을 수 있는 기회인 ‘버핏과의 점심 식사’ 자선 경매는 몇 십억 원에 달하는 엄청난 고가임에도 늘 경쟁이 치열한데요. 2022년 마지막으로 진행된 해당 경매는 1900만 달러(한화 약 246억 원)에 낙찰될 정도였습니다.

▲ 경매가 1900만 달러의 기록을 세운 ‘버핏과의 점심 식사’ 자선행사 (출처: ebay)

이렇게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그리고 가장 성공한 투자자로 알려진 워런 버핏은 어린 시절부터 남달랐습니다. 11살이 되던 해, 그는 난생처음으로 ‘시티 서비스(City Service)’ 석유 회사 주식 세 주를 매수하며 투자를 시작했는데요. 28달러에 매수한 주식을 40달러에 팔며 수익을 창출했지만, 해당 주식은 며칠 뒤 200달러로 치솟았습니다. 어린 버핏은 이 경험을 통해 ‘기다림’과 ‘인내’의 중요성을 깨달았다고 하는데요. 본인 판단하에 가치 있는 주식에 투자했다면, 작은 변동에 흔들리지 않고 기다려야 목표한 수익을 얻을 수 있다는 것이었죠.

이후 네브래스카 대학(University of Nebraska)과 컬럼비아 경영대학원(Columbia Business School)을 졸업한 워런 버핏은 오마하에서 작은 투자 조합을 운영했습니다. 그리고 1965년, 한 방직회사를 인수하죠. 섬유 회사에서 점차 몸집을 불리던 워런 버핏의 회사는 점차 지주회사 구조를 갖추게 되는데요. 이것이 바로 오늘날 가장 위대한 투자 회사로 꼽히는 ‘버크셔 해서웨이(Berkshire Hathaway)’입니다.

▲ 미 네브래스카 주 오마하 시에 위치한 버크셔 해서웨이

버크셔 해서웨이의 수많은 투자 사례를 연구해 보면 워런 버핏의 천재적인 투자 철학을 엿볼 수 있는데요. 특히 유명한 것은 바로 ‘가치 투자’ 전략입니다. 워런 버핏은 기업의 ‘가치’를 판단하기 위해 기업의 경영 실적과 잠재력, 재무 상태, 경쟁우위 등의 요소를 종합적으로 분석합니다. 그리고 기업의 가치가 낮게 평가됐을 때 주식을 매입해 기업의 가치가 주가에 제대로 반영될 때까지 기다리죠. 이렇게 저평가된 주식을 찾아 장기적으로 보유하는 것이 바로 워런 버핏이 강조하는 ‘가치 투자’ 방식의 핵심입니다.

워런 버핏은 ‘가격’을 외적인 요소, ‘가치’를 내적인 요소로 봅니다. 그리고 외면보다 내면이 중요하다는 원칙에 따라 가격보다는 가치에 초점을 맞추죠. 당장 겉으로 보이는 주가에 흔들리는 것이 아니라, 기업의 10년 혹은 20년 후를 내다보고 장기적 관점에서 투자하는 것인데요. 이렇게 내재적 가치를 보고 투자하는 투자 방침 덕분에 그의 투자 행보는 기존 상식을 깨뜨린다는 평가를 받기도 합니다.

워런 버핏은 일본 종합상사에서 어떤 가치를 보았을까?

버크셔 해서웨이는 지난 2020년 8월, 일본 5대 종합상사(이토추상사, 미쓰비시상사, 미쓰이물산, 스미토모상사, 마루베니) 주식을 5%씩 사들였습니다. 비슷한 시기에 매입한 대만 반도체 파운드리 회사 ‘TSMC’ 주식을 불과 1분기 만에 모두 팔아 치운 것과 대조되는 행보였죠. 당시 일본 상사에 투자한 금액은 60억 달러(약 7조 원)가 넘었고, 이후 지분을 늘려 지금은 각 기업의 주식을 7.4%씩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워런 버핏은 일본 상사들에 대한 투자는 장기적 관점에 따른 것이라며, 앞으로 보유 지분을 9.9%까지 늘릴 것이라고 발표하기도 했죠.

▲ 워런 버핏이 투자한 일본 5대 종합상사

3년 전 워런 버핏이 처음 일본에 투자했을 때 많은 이들이 그의 결정에 의아하다는 반응을 보였습니다. 코로나로 세계 경제가 침체에 빠지면서 원자재 가격이 하락하던 시기였고, 자연스럽게 종합상사와 같은 자원주는 외면 받고 있었기 때문이죠. 실제로 당시 종합상사의 수익과 주가가 모두 부진했는데요. 2018년 9월 3065엔이던 미쓰비시상사의 주가는 2020년 7월 2118엔까지 빠지기도 했습니다. 그만큼 그의 대담한 투자 행보에 대해 많은 사람들이 의구심을 품었죠.

하지만 당시 워런 버핏의 상사주 매입은 지극히 합리적인 판단이었습니다. 2020년 당시, 세계 중앙은행들은 코로나에 따른 경기 침체 맞서 유동성을 무제한 공급하고 있었는데요. 이로써 경기가 회복되는 효과는 있었지만, 인플레이션이라는 부작용이 수반될 것은 불 보듯 뻔한 일이었죠. 이후 세계 경제가 코로나 충격에서 회복하면서 자원 수요도 크게 늘어났고, 인플레이션으로 원자재 가격도 나날이 상승세를 이어갔습니다. 눈앞의 경기 침체와 원자재 가격 하락에만 주목했던 대부분의 투자자와는 대조적으로, 대표적인 인플레이션 수혜주인 상사 기업에 주목한 워런 버핏의 혜안이 또 한 번 빛을 발한 순간이었죠.

▲ 2023년 1월부터 4월 11일까지 기준. (자료출처: 도쿄증권거래소)

워런 버핏은 일본 종합상사 외에도 다양한 에너지 기업에 투자하며 원자재에 사활을 걸고 있습니다. 2019년, 캐나다 석유 시추업체 ‘선코 에너지(Suncor Energy)’ 지분을 추가 매입한 것을 시작으로 워런 버핏의 원자재 베팅이 시작됐죠. 같은 해 미국 에너지회사 ‘도미니언 에너지(Dominion Energy)’의 천연가스 부문을 부채 57억 달러를 포함해 40억 달러에 인수하기도 했는데요. 이 밖에 셰일가스 회사 ‘옥시덴탈 페트롤리움(Occidental Petroleum)’ 우선주 매입, 미국 석유회사 ‘셰브론(Chevron)’ 주식 41억 달러어치 매입 등의 행보를 이어가며, 투자 포트폴리오에서 원자재 지분을 공격적으로 늘려가고 있습니다.

원자재 사업 중인 포스코인터내셔널도 주목받을까?

포스코인터내셔널은 트레이딩을 넘어 ▲식량 ▲철강 ▲에너지 ▲친환경 전기차 부품 등 다양한 사업을 직접 영위하는 ‘친환경 종합사업회사’로 성장해왔습니다. 특히 식량, 철강, 에너지 등 원자재 사업을 3대 핵심 사업으로 선정하고 해당 사업에 집중하며 안정적인 실적을 달성해왔죠.

‘글로벌 탑티어 식량 사업회사’로 도약 중인 포스코인터내셔널

포스코인터내셔널은 아시아, CIS(러시아, 우크라이나), 북미, 남미, 중동, 아프리카 지역을 무대로, 글로벌 곡물 트레이딩 업체로서 입지를 다지고 있습니다. 2019년엔 우크라이나 흑해 연안에 연간 250만 톤 규모의 곡물을 전 세계로 보낼 수 있는 수출 터미널을 준공했는데요. 해당 곡물 터미널을 통해 2020년 밀 7만 톤, 2021년 옥수수 5만 톤, 2022년 옥수수 6만 톤을 국내로 들여오며, 곡물과 사료 가격 안정에 크게 기여한 바 있습니다. 더불어 포스코인터내셔널은 정밀농업, 스마트 팜 등 애그테크(AgTech)1 분야 투자를 지속적으로 확대해 왔는데요. 탄탄한 인프라와 수 십 년간의 경험, 그리고 친환경 영농 사업 등 미래 산업에 대한 혜안을 기반으로, 국가 식량 안보에 기여하는 글로벌 탑티어 식량 회사로 도약하고 있습니다.

  1. ‘애그리컬처(agriculture)’와 ‘테크놀로지(technology)’의 합성어로, 농업생명공학 기술을 이르는 말 ↩︎

▲ 포스코인터내셔널 우크라이나 곡물터미널

‘철강 트레이딩 분야 일인자’ 포스코인터내셔널

포스코인터내셔널 무역부문에서 철강 매출 비중은 77%에 달하죠. 글로벌 철강사 포스코를 중심으로, 국내외 유수 철강사의 제품을 세계 각지 파트너들과 거래하며 독보적인 경쟁력을 유지하고 있는데요. 특히 특수화된 제품을 취급해 다양한 시장 요구에 전문적으로 대응할 수 있다는 것이 큰 강점이죠. 이 밖에 건설, 자동차, 플랜트, 조선, 에너지 사업 프로젝트 등 전 산업 분야에 걸쳐 사업 영역을 확대하고 있습니다. 또한 자회사인 ‘이스틸포유(eSteel4U)’를 통해 지난해부터 온라인 철강판매를 확대하고 있는데요. 올해 1분기 116억 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하며 직전 분기에 비해 1만 1500%의 성장세를 보이기도 했죠.

▲ 포스코인터내셔널 취급 철강 중 하나인 에너지용 강재

포스코인터내셔널의 성장 동력 ‘천연가스 자원 개발’

포스코인터내셔널의 주요 성장 동력, 바로 천연가스죠. 포스코인터내셔널의 천연가스 자원 개발은 베트남 11-2광구, 페루 8광구 등 세계 각지에서 이루어지고 있는데요. 지난 2022년엔 안정적인 에너지 사업 확대를 위해 호주 6위 천연가스 기업 ‘세넥스 에너지(Senex Energy)’ 지분 50.1%를 인수하기도 했습니다. 3개의 가스전과 2개의 탐사 광구를 보유한 세넥스 에너지를 인수함으로써, 8020억 ft³의 천연가스 매장량을 확보하게 된 것인데요. 포스코인터내셔널은 세넥스 에너지와 사업을 확장해가며 천연가스 매장량을 지난해 0.9TCF에서 2030년 2.5TCF로 2.8배 확대할 예정이라고 밝히기도 했습니다.

▲ 세넥스 인수로 안정적인 에너지 사업 확대를 이뤄낸 포스코인터내셔널

포스코인터내셔널은 지난 1월, 광양에 제2 LNG 터미널을 착공했습니다. 해당 터미널이 준공되는 2025년엔 LNG 133만㎘ 저장용량을 확보할 수 있을 것이라 전망하고 있죠. 또 지난 2월엔 인도네시아 정부로부터 동부 해상광구 탐사권을 획득하기도 했는데요. 국제입찰을 통해 탐사권을 확보하며 포스코인터내셔널의 가스전 탐사 및 운영 역량이 국제적으로 인정받았다는 것을 증명하기도 했습니다.

▲ 포스코인터내셔널 광양 LNG터미널

이 밖에 2025년부터 LNG 전용선을 도입할 예정인데요. 포스코인터내셔널은 위와 같은 다양한 천연가스 사업을 추진하고 확대하며, LNG 전 밸류체인 강화를 위한 도전을 멈추지 않고 있습니다.


앞서 워런 버핏 사례에서 보았듯, 종합상사는 원자재 가격 상승의 수혜주로 꼽힙니다. 해외에 가스전, 유전, 광산 등을 보유하고 있기 때문이죠. 20세기 최고의 투자자 워런 버핏이 원자재에 집중했다는 건 그만큼 종합상사의 미래 가치 또한 뚜렷하다는 증거일 텐데요. 최근 포스코에너지와의 합병으로 에너지와 원자재 사업의 질적 성장 가치를 도모하고 있는 포스코인터내셔널! 상사를 넘어 친환경 종합사업회사로 도약을 꾀하고 있는 포스코인터내셔널이 머지않아 글로벌 시장을 휩쓸고 있는 원자재 물결의 중심에 서길 기대해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