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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량, 왜 중요한가?

2021.11.16

국가별 식량 안보 수준을 비교 평가하는 ‘세계식량안보지수(GFSI)’를 아시나요? 우리나라는 2021년 평가에서 32위를 기록하기도 했는데요. 이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최하위 수준이라고 하죠. 식량 문제가 세계적인 화두로 떠오른 요즘. 국내 기업은 식량 위기에 어떻게 대처하고 있을까요? 또 글로벌 기업은 어떤 행보를 보여주고 있을까요? 포스코인터내셔널과 함께하는 식량 이야기! 지금부터 함께 살펴보시죠.

식량이 다시 중요해진 이유

식량난이 국제적인 이슈로 떠오르며 전통적 군사동맹을 중심으로 하는 세계 안보 지형에도 변화의 조짐이 일어나고 있는데요. 식량 위기가 국제적으로 심각한 이슈로 떠오르게 된 이유가 무엇일까요?

▲ 미국 오리건(Oregan)주에 위치한 농장에서 농부가 곡물을 수확하고 있다.

우선 코로나 팬데믹(Pandemic)을 꼽을 수 있겠습니다. 국제 사회의 인적, 물적 자원 이동에 제동이 걸리면서 국경문을 닫아거는 국가들이 나타났는데요. 러시아, 우크라이나, 베트남 등 주요 곡물 수출국이 식량 수출을 금지하거나 제한하기도 했죠.

기후변화 역시 식량 생산에 절대적 악영향을 미치는 주요 요인인데요. 최근 몇 년 동안 이어진 폭염과 가뭄, 태풍 등 잇단 기상 이변은 농작물과 가축에게 직접적인 피해를 입혔습니다. 해양 온난화 역시 어종 분포, 어획량, 어종의 생태학적 변동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쳐 어업 활동에 큰 문제점으로 작용하고 있죠. ‘기후변화 정부 간 협의체(IPP)’의 기후변화 보고서에 따르면 전 세계적 기후변화는 70% 이상 농업 지역에 생산성 저하를 유발해 세계 식량 생산과 식량 안보에 위험 요인이 될 수 있다고 경고합니다.

▲ 빙하가 녹은 남극의 로스해(Ross Sea)

설상가상이라는 말은 이럴 때 쓰는 것일까요? 작년에 발발한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은 전 지구적 식량난에 직격탄을 던졌습니다. 밀의 경우 러시아와 우크라이나는 각각 세계 1, 3위 수출국이기도 하죠. 세계 2위 밀 생산국인 인도는 식량 위기가 확산되자 작년 5월, 밀 수출을 제한하기로 결정했습니다. 육류에 대한 수출 통제도 잇따랐는데요. 말레이시아는 작년 6월, 국제 가금류 수급이 원활해질 때까지 닭고기 수출을 전면 금지하겠다고 선언하기도 했습니다. 국제식량정책연구소(IFPRI)에 따르면 작년 도입된 식량과 비료의 수출 금지 및 제한 조치 중 80%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이후에 내려졌다고 하죠.

출처: 유엔식량농업기구

코로나 팬데믹, 기후변화, 국제 분쟁으로 인한 식량 위기 상황은 유엔식량농업기구(FAO)가 발표하는 세계식량가격지수(FPI)에도 고스란히 나타났는데요. 2014년에서 2016년의 평균을 100으로 놓고 비교했을 때, 2022년 5월의 식량가격지수와 곡물가격지수는 각 57%, 73% 이상 급등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국제사회는 식량 안보를 위한 중장기적 대응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모으고 있죠.

글로벌 기업으로 보는 식량 전쟁

국제 곡물 시장은 일명 ‘ABCD’로 불리는 4개 거대 기업이 장악하고 있습니다. ABCD는 각 아처대니얼스미들랜드(Archer Daniels Midland), 번지(Bunge), 카길(Cargill), 루이드레퓌스(Louis Dreyfus)의 앞 글자를 딴 것인데요. 이들은 세계 곡물 교역량의 80%를 점유하고 있다고 알려져 있죠. 모두 짧게는 100년에서 길게는 200년이 넘는 역사를 지니고 있는데요. ABCD 기업이 오랜 기간 동안 수요 변화, 국가와 단체의 통제와 견제에도 위축되지 않고 막강한 영향력과 시장 장악력을 유지하고 있는 비결은 무엇일까요?

친환경 기업으로 거듭나고 있는 아처대니얼스미들랜드

아처 대니얼스 미들랜드(이하 ADM)는 미국 일리노이주 시카고에 본사를 둔 미국의 식품 가공 및 상품 무역회사입니다. 1902년 설립돼 2022년 설립 120년 된 장수기업으로, 농산물과 관련된 다양한 사업을 꾸리고 있는데요. 곡물 저장, 가공, 유통에 이르는 전반적인 농산물 밸류 체인을 수직계열화하며 성장했습니다.

▲ 미국 아이오와(IOWA)주에 위치한 ADM 공장

ADM은 환경 관련 기술 투자에 특히 적극적입니다. 전통적 곡물 산업은 농기계 사용, 곡물 운송 등 탄소 배출이 불가피하다는 문제점이 있죠. 이를 해결하기 위해 2009년부터 미국 정부의 지원을 받아 바이오 연료 공급원에서 탄소 포집 사업을 벌이고 있습니다. 탄소 포집이란 탄소 배출량과 흡수량을 상계해 ‘탄소 순 배출이 0’이 되는 탄소중립 상태를 만드는 기술인데요. 지금까지 땅 밑에 탄소 약 300만 톤을 영구 저장했다고 하죠. 1년간 약 65만 대의 자동차를 도로에서 제거하는 것과 맞먹는 규모라고 알려져 있습니다.

남미 시장을 초기에 선점한 번지

번지는 생산, 보관, 운송, 포장, 유통 등의 공정을 통합해 제공하고 있는데요. 세계 주요 곡물 재배 지역의 농부로부터 곡물, 유지 종자 등을 구매해 저장, 운송 과정을 거쳐 고객에서 유통하는 전 과정을 체계적으로 사업화해 제공하고 있죠. 또한 금융, 위험관리, 물류 서비스 등으로 사업 포트폴리오를 확장하며 지속적으로 성장하고 있습니다.

▲ 미국 미주리(Missouri)주 레인트 루이스(St. Louis)에 위치한 번지 본사

번지는 100년 전부터 남미 시장을 개척해온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1884년엔 아르헨티나에 가공 공장과 밀제분 공장을 설립했고, 1905년엔 브라질 시장에 진출하기도 했죠. 이렇게 초기에 기회를 포착한 번지는 이후에도 북미와 남미를 중심으로 곡물 터미널을 확장했는데요. 특히 세계에서 가장 큰 대두 유지 종자 생산국인 미국, 브라질, 아르헨티나에 강력한 입지를 구축해 큰 성장을 거두었습니다. 또한 번지는 생산물의 대부분을 자체 사업부인 번지 로더스 크로클란(Bunge Loders Croklaan)에 판매하고 있는데요. 이로써 전체 생산 프로세스를 간소화해 효율성을 높이고 더 많은 가치를 창출하며 지금과 같은 입지를 다질 수 있었습니다.

남미 시장신기술을 접목한 혁신 사업 개발에 적극적인 카길

카길의 창업주 윌리엄 카길(William W. Cargil)이 1865년 곡물창고 회사를 설립했던 당시, 대부분의 미국 농부들은 생산한 곡물을 오래 저장할 수 있는 시설을 갖추지 못하고 있었는데요. 카길은 곡물창고를 이용해 곡물 출하 시점과 최적 판매 시점을 조절하면서 막대한 수익을 올렸습니다. 미국 횡단 철도가 서부로 나아갈 때마다 카길은 저장시설, 터미널, 곡물용 엘리베이터 등 곡물 거래 및 운송을 위한 제반 시설을 확장하며 회사를 키워갔죠.

▲ 독일 크레펠트(Krefeld)에 위치한 카길 공장

현재 세계 최대 곡물회사이자 쇠고기 분쇄육 공급회사이기도 한 카길은 미국 곡물 수출의 25%, 미국 정육 시장의 22%를 점유하고 있습니다. 또한 곡물, 사료, 정육, 식품 분야를 넘어 금융, IT, 해상운송, 바이오, 화장품 등 시너지 창출이 가능한 다각화된 사업 구조를 갖추고 있죠. 최근 카길은 가축 안면 인식 소프트웨어를 공급하기도 했는데요. 해당 기술을 통해 축산 농부는 각 소가 얼마큼의 사료를 먹었고 얼마큼 우유를 생산하는지 정확히 파악할 수 있다고 하죠. 카길은 신기술을 접목한 적극적인 혁신 사업 개발을 통해 사업 포트폴리오를 확장하며 지속적인 성장을 꾀하고 있습니다.

사업 포트폴리오 다각화로 지속 성장 중인 루이드레퓌스

루이드레퓌스(이하 LDC)는 1851년 네덜란드 로테르담에 설립된 이후 꾸준한 성장을 이루며 이후 연간 200억 달러의 매출액을 올리는 거대 곡물 기업으로 성장했는데요. 밀, 콩, 옥수수, 쌀 시장에서 국제 교역을 담당하는 곡물 사업부터, 주스, 면화, 커피, 설탕 무역을 중심으로 하는 열대작물 사업 등을 이행하고 있습니다. 또한 철강, 우유, 비료 사업을 구축하며 사업 영역을 확대해 왔는데요. 최근에는 에너지 부문과 부동산 업을 병행하며 사업 포트폴리오를 다각화하고 있죠.

▲ 독일 크레펠트(Krefeld)에 인디애나주 클레이폴의 LDC 대두 복합단지 (출처: Louis Dreyfus Company)

2018년엔 LDC가 미국산 콩 6만 톤을 중국 농산물 중개 업체 산둥보하이실업에 판매하는 과정에서 ING, ABN 암로홀딩(AMRO Holding), 프랑스 은행 소시에테 제네랄(Societe Generale) 등의 금융회사가 블록체인 기반 디지털 플랫폼 기술을 적용한 것이 화제가 되기도 했는데요. LDC 관계자는 위와 같은 방식으로 문서 처리 시간을 5분의 1로 줄일 수 있었다고 밝히기도 했죠. 다른 곡물 메이저 기업들과 마찬가지로 LDC 역시 신기술을 적극적으로 도입하며 지속적인 성장을 꾀하고 있는 모습입니다.

국내 대표기업의 식량 사업

식량 안보가 국제적 주요 이슈로 떠오른 가운데, 세계적 곡물 기업의 역할은 갈수록 중대해지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국내 기업들은 식량 사업과 관련해 어떤 행보를 보여주고 있을까요?

소규모 축산 농가에서 시작한 하림은 공격적인 기업 인수 합병으로 지금의 입지를 구축한 것으로 유명하죠. 하림은 2015년 해상 수송업체 팬오션을 인수하며 곡물 사업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는데요. 2020년 5월엔 곡물 트레이딩 사업을 주관하고 있는 미국 법인을 통해 이토추인터내셔널이 보유한 EGT 지분 36.25%를 인수하기도 했습니다. 이로써 ABCD 기업 중 하나인 번지와 함께 EGT 합작법인의 2대 주주 자격을 갖추게 됐죠. 미국 워싱턴주 롱뷰항 소재 EGT 곡물 터미널은 옥수수, 대두, 소맥 등 연간 900만 톤의 곡물을 처리할 수 있는 거대 터미널인데요. 저장설비, 육상 레인, 부두, 하역 설비 등을 갖추고 있는 최신식 곡물 수출시설로 알려져 있습니다. 하림 팬오션은 해당 인수를 통해 국제 곡물 유통시장에서 인지도를 확보할 수 있는 계기와 세계 시장으로 진출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했다고 평가받고 있습니다.

아시아 농산물 무역 시장에서 큰 활약을 하고 있는 CJ 인터내셔널 아시아(이하 CJIA)는 2006년 싱가포르에 창립된 CJ 그룹 계열 곡물 무역회사입니다. CJIA는 북미, 남미, 유럽, 동남아시아 등지에서 대두, 옥수수, 원당, 타피오카 등을 구입해, 한국과 주요 아시아 국가에 경쟁력 있는 가격으로 제공하고 있는데요. 그라눔 그룹(Granum Group LLC), 뉴트렉스(Nutrex) 등 시장 내 주요 경쟁사 대비 두 배 이상 매출액을 달성하며 입지를 굳히고 있습니다.

CJIA는 영업 마케팅과 소싱(Sourcing), 오리지네이션(Origination), 화물 물류라는 핵심 역량을 기반으로 꾸준한 성장을 이뤄왔는데요. 국내 대표 식품회사인 CJ 제일제당을 포함한 CJ 그룹으로부터의 안정적인 수요도 또 다른 성공 비결로 꼽히고 있죠.

포스코인터내셔널은 2010년 초반, 앞서 언급한 ABCD 기업과 일부 일본 종합 상사들이 장악했던 글로벌 식량 시장에 뛰어들었습니다. 비록 후발 주자였지만, 철강 트레이딩과 에너지 사업으로 포스코인터내셔널이 전 세계에 구축해온 폭넓은 해외 네트워크는 식량 사업을 성공적으로 이끄는데 든든한 기반이 됐죠.

▲ 우크라이나 흑해 연안에서 운영하고 있는 포스코인터내셔널 곡물 터미널

포스코인터내셔널은 미얀마 쌀 도정 공장과 우크라이나 곡물 수출 터미널, 그리고 인도네시아 팜(palm) 농장을 중심으로 식량 사업에 박차를 가하고 있습니다. 특히 우크라이나 곡물 확보에 주력하고 있는데요. 2019년 9월 우크라이나 흑해 연안 미콜라이우항에 250만 톤 규모의 곡물 터미널을 준공했고, 이듬해 10월엔 우크라이나 곡물 터미널로부터 사료용 밀 7만여 톤을 국내에 성공적으로 들여오기도 했죠. 이는 국내 기업이 보유한 해외 곡물 수출 터미널을 통해 곡물이 반입된 첫 번째 사례라고 알려져 있습니다. 하지만 작년에 발발한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현지 직원들이 전원 철수하며 우크라이나 식량 산업이 한때 중단되기도 했는데요. 작년 6월, 곡물 터미널 운영을 부분적으로 재개하며 작년 9월엔 우크라이나 산 사료용 옥수수 6만 1000톤이 인천항에 도착하기도 했습니다.

▲ 포스코인터내셔널의 팜사업 밸류체인 및 정제팜유의 일반적 용도

포스코인터내셔널은 팜 사업을 고도화하기 위해 2020년 11월 싱가포르에 팜사업 지주사 아그파(AGPA)를 설립하기도 했는데요. 해당 법인을 통해 최근 1월에는 2억불을 투자해 50만톤 규모의 오일 정제공장을 2025년 가동을 목표로 인도네시아 칼리만탄섬에 착공할 예정입니다.

팜유 정제사업은 팜농장에서 생산한 팜원유를 정제공장을 통해 한 단계 더 가공하는 것을 말하는데요. 정제된 팜유는 식품, 화장품, 바이오에너지 등 우리 실생활 전반에 걸쳐 사용되고 있습니다.

포스코인터내셔널은 팜 사업을 고도화하기 위해 2020년 11월 싱가포르에 세운 팜 사업 지주사 아그파(AGPA)를 싱가포르 증시에 상장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습니다.


식량 안보 중요성이 그 어느 때보다 대두되고 있는 요즘, 포스코인터내셔널을 비롯한 국내 기업들의 활약이 인상적인데요. 세계적 기업의 위상과 발전 속도에 비교하면 아직 갈 길이 멀지만, 그만큼 해야 할 것도, 또 할 수 있는 것도 무궁무진한 것이 우리나라 식량 산업의 미래가 아닐까요? 포스코인터내셔널의 앞으로의 행보, 기대해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