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석탄 흐름과 함께 성장한 천연가스 수요
6월 정부가 동해 영일만 일대의 최소 35억 배럴~최대 140억 배럴의 석유 및 가스 매장 가능성에 대한 물리탐사 결과와 실제 매장량 파악을 위한 탐사시추 계획을 밝힌 이후 천연가스 업스트림 사업의 진행과 향후 사업 잠재력에 대한 국내 관심이 부쩍 늘어난 상황이다. 최초 발표 당시 여러 논란이 많았으나 해외 투자 모집과 조광권 재설정 등 사업 계획이 점점 구체화되고 있는 모습으로, 향후 상황에 대해서는 미리 예단하지 말고 앞으로 발표될 중간 결과를 사실로만 접근하는 태도가 필요해 보인다.
천연가스가 자원으로서의 가치가 크게 부상할 수 있었던 것은 전 세계적인 탈석탄 흐름과 밀접한 연관성이 있다. 천연가스가 기존 화력발전 연료 대비 비교적 탄소배출량이 낮고(석탄 대비 -45%, 석유 대비 -30%), 작은 분자량을 바탕으로 연소율이 높고 미세먼지 배출량은 낮아 탈석탄 시대에서의 저탄소 브릿지 연료로써 주목받고 있다는 부분은 이전에 언급한 바 있다. 기후변화를 막기 위한 글로벌 ESG 요건이 강화되면서 전 세계적으로 200개 이상의 금융 기관이 석탄 투자를 제한하는 공식 정책을 시행함에 따라 석탄 발전에 대한 자금 조달 여건이 부정적으로 변한 상황이며, 이는 전력수요의 급증으로 석탄 화력 비중이 높았던 APAC(아시아∙태평양) 지역 내 신흥국들에도 마찬가지로 적용되면서 기존 석탄화력발전소 신규 투자 계획을 취소하고 가스터빈 기반의 복합화력발전소로 전환하는 Coal to Gas 경향으로 확인되었다.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의 발발 이후 유럽이 에너지 위기에 놓이면서 2022년 석탄 수요가 일시적으로 사상 최고치에 도달하는 모습을 보였지만, 여전히 전 세계적으로 석탄 발전 신규 투자는 2015년 대비 2022년이 약 15% 감소했으며, 신규 투자에서 절대적인 비중(80%)을 차지하는 중국과 인도 역시 향후 감소세가 진행될 것으로 추정되고 있어 탈석탄화 추세는 앞으로도 이어질 것으로 판단한다.
천연가스 수요는 2011년 이후 연평균 2% 내외로 증가하는 모습을 보여왔으나, 우-러 전쟁 과정에서 가스 시장이 긴축되면서 선진국은 물론이고 신흥국에서도 처음으로 수요가 감소하는 모습을 보였다. 단기적으로 러시아산 가스를 대체할 수 있는 신규 LNG 프로젝트에 대한 관심이 늘어났지만, 한편 장기적으로는 이를 기회로 선진국을 중심으로 신재생에너지로의 전환을 가속화하면서 반대급부로 천연가스의 브릿지 연료로서의 위상이 훼손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IEA는 천연가스의 수요 정점 시기를 2030년으로 보고 있으며, STEPS(현행정책) 시나리오를 제외한 APS(목표공약), NZE(2050 넷제로) 시나리오에서 천연가스 수요가 급감하는 것으로 전망하는 등 앞으로의 천연가스 시장에 대해 보수적인 시선이 과거 대비 늘어난 것이 확인된다. 천연가스의 ‘Golden Age’는 정말 이제 끝을 맞이하고 있는 것일까?
여전히 유력한 석탄의 대체재, 신재생에너지의 한계점을 보완 가능
결론만 먼저 언급하자면, ‘현실적으로 쉽지 않을 것이다’라고 보고 있다. 우선, 탄소중립을 이행해야 하는 국가들의 입장과 이해관계가 상이하다. 이미 안정화된 전력수요에 대응하여 에너지 믹스를 변화하면 되는 선진국 그룹과는 달리, 전력수요가 빠르게 증가 중인 신흥국(중국, 인도, ASEAN) 그룹의 경우 화석연료를 기반으로 하는 화력발전 시스템을 갖고 있기 때문에 극단적인 정책 변화를 가져가기 어렵다. 전 세계 석탄의 70%를 사용하는 중국, 인도의 경우를 보더라도, ‘23년 중국의 석탄 소비량이 47.4억 톤(+4.9% yoy), 인도의 석탄 소비량이 12.6억 톤(+8.4% yoy)을 기록하면서 증가 추세를 유지하였고, 여기에 더해 석탄 발전소 용량의 추가 승인 역시 이루어지고 있다. 늘어나는 전력수요에 대응하여 신재생에너지∙원자력발전 기반의 전력공급이 적시에 가능하지 않은 이상, 해당 국가들을 비난 또는 제재할 수 있는 명분은 불충분할 수밖에 없으며, 기존 화력발전 인프라를 이용하는 동시에 단계적으로 탄소저감을 이행할 수 있는 연료의 사용을 용인하는 것이 합리적이다. 천연가스가 이 역할을 하기에 최적의 연료라고 볼 수 있다. 미국 에너지 회사인 ExxonMobil은 석유∙천연가스가 발전∙산업용 에너지로서 대체되기 어렵다고 판단하고 있으며, 성장세가 이전 대비 둔화되겠으나 가장 큰 에너지원 위치를 놓치지 않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결국 진정한 탄소중립 시대로 나아가기 위해서 ‘무탄소 에너지(Carbon Free Energy)’인 신재생에너지 비중을 확대해야 한다는 부분은 자명하다. 다만, 탄소중립이 모든 에너지 전원을 신재생에너지로 구성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신재생에너지가 탄소를 배출하지 않고 고갈 우려가 없는 지속가능한 에너지원이긴하나, 태생적으로 가지고 있는 분명한 한계점이 있기 때문이다.
신재생에너지의 한계점 몇 가지를 짚어본다면, ▶전력 공급의 불안정성 ▶높은 생산단가 ▶넓은 부지확보 등이 대표적이다. 인위적으로 제어할 수 없는 자연에너지에 기반하기 때문에 특정 상황에서만 전력을 생산할 수 있어 안정적인 전력 공급이 쉽지 않으며, 현재 기술적 한계∙인프라 부족 등으로 인해 기존 발전 방식 대비 전력 생산단가가 높다. 더불어 신재생에너지 계획에서 높은 비중을 차지하는 태양광∙풍력 발전소 건설에 필요한 부지 면적은 각각 1GW당 13.2㎢(태양광), 5㎢(풍력) 수준으로, 현재 국내 기저전원 역할을 담당하고 있는 석탄화력, 원자력 대비 필요 면적이 넓어 국토가 작은 환경에서는 적합하지 않다.
천연가스는 기존 화석연료(석탄∙석유)의 비중을 대체하는 동시에 장기적으로 신재생에너지의 한계점을 보완해줄 수 있는 에너지원 형태로 수요가 형성될 것으로 예상한다. 국내의 경우, LNG(액화천연가스)의 발전단가(‘24년 8월)가 186.8원/kWh으로 태양광(154.4원/kWh), 풍력(142.9원/kWh) 대비 높고 국제정세에 따라 가격 불안정성이 크기 때문에 첨두부하 역할만 맡고 있으나, 셰일 붐(Shale Boom)을 기반으로 Henry HUB 천연가스 가격이 안정되어 있는 미국의 경우 이미 총 발전 전력량 내 석탄 비중을 상당 부분 천연가스가 대체한 상태이다. 가스 화력발전은 안정적인 발전량을 유지할 수 있고, 실시간 수요 변화에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으며, 필요 부지면적 역시 석탄화력 대비 작은 수준이다. 탄소포집 기술과의 병행을 전제로 할 때, 신재생에너지 비중 확대구간에서도 천연가스의 글로벌 수요는 하방이 지지될 것으로 보여진다.
대한민국 대표 천연가스 기업으로 성장한 포스코인터내셔널
이번 동해 심해 가스전 탐사 시추 계획 발표 이후 가장 주목받고 있는 기업 중 하나가 바로 포스코인터내셔널이다. 포스코인터내셔널은 국내에서는 유일하게 광구선정-탐사개발-판매계약-생산에 이르는 전 과정의 단독수행경험이 있는 업스트림(Upstream) 플레이어이다.
포스코인터내셔널의 가장 잘 알려진 자원개발 사업은 미얀마 가스전 사업과 호주 세넥스에너지 사업으로 볼 수 있다. 미얀마 가스전 사업은 과거 글로벌 에너지사들이 포기하여 철수했던 미얀마 서부 해역에서 쉐(Shwe), 쉐퓨(Shwe Phyu), 미아(Mya) 가스전 탐사개발에 성공하면서 매년 3천억 원 규모의 영업이익을 기여하고 있으며 추가로 발견한 마하(Mahar) 가스전의 생산 역시 계획하고 있다. 더불어, 호주에서도 2022년 인수한 세넥스 에너지(Senex Energy)를 통해 호주 동부에 위치한 육상가스전(Atlas, Roma North)에서 가스를 생산 중으로 2025년까지 가스처리시설 증설을 통해 생산능력을 현재의 3배 수준인 60PJ로 확대할 방침에 있다.
포스코인터내셔널의 자원개발 사업이 미얀마와 호주 지역에만 한정되고 있는 것은 아니다. 2021년 말레이시아 PM524 광구의 탐사권을 낙찰받아 페트로나스와 생산물분배계약을 체결한 상태로 2025년 중 탐사 시추가 예정되어 있으며, 2023년에는 인도네시아 벙아(Bunga) 광구의 6년 탐사권 확보 및 현지 국영자회사 PHE와 생산물분배계약을 체결하였고 유망구조 상세평가 이후 2027년까지 시추를 결정할 예정이다.
아직 동해 심해 가스전 개발과 관련하여 포스코인터내셔널의 참여 계획은 명확하게 공개되지 않은 상황이다. 다만, 국내 자본의 참여를 전제로 할 때 가장 풍부한 E&P 개발 레퍼런스를 보유한 포스코인터내셔널을 배제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이며, 포스코인터내셔널 입장에서도 천연가스 E&P 사업 지역 확대를 통해 에너지 영토를 넓혀나가겠다는 구상은 명확하기 때문에 충분히 검토의 대상이 될 것으로 판단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