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기차, 배터리, 신재생에너지. 미래 산업을 움직이는 기술의 출발점은 결국 ‘자원’입니다.
그 자원을 둘러싼 글로벌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는 가운데 세계의 시선이 향하고 있는 곳이 있습니다. 바로 자원의 보고, 호주입니다. 풍부한 매장량과 안정적인 공급망, 낮은 지정학적 리스크까지 갖춘 이 대륙은 새로운 기회의 땅으로 주목받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왜 하필 호주일까요? 그리고 포스코인터내셔널은 이곳에서 어떤 기회를 만들고 있을까요? 지금, 자원의 대륙 호주에서 펼쳐지는 지속가능한 성장의 가능성을 들여다봅니다.
풍부함 그 이상의 가치, 호주의 자원 경쟁력
호주는 단순히 국토가 넓은 나라에 그치지 않습니다. 세계 6위의 면적을 자랑하는 이 나라는 다양한 기후와 지질 구조 덕분에 철광석, 석탄, 천연가스, 리튬, 니켈, 우라늄, 희토류 등 핵심 자원이 고르게 분포되어 있습니다.
미국 지질조사국(USGS)의 2023년 보고서에 따르면, 호주는 철광석 세계 생산량의 약 37%를 차지하며 1위를 기록하고 있습니다. 리튬1 생산량은 2022년 기준 세계 생산량의 절반 이상을 차지해 2위인 칠레와도 큰 격차를 보이고 있으며, 알루미늄의 원료인 보크사이트2는 세계 생산량의 30%, 우라늄3 매장량은 28% 수준으로 자원 공급망에서 중추적인 위치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단지 자원의 양만으로 호주가 주목 받는 것은 아닙니다. 자원 개발에 필요한 인허가 제도가 체계적으로 갖춰져 있고, 정부 정책이 예측 가능하며 안정적으로 운영되고 있어 글로벌 기업들이 장기적인 계획을 세우기에 유리한 환경입니다.
실제로 호주 서부 지역은 세계적인 자원 기업들이 철광석과 리튬을 비롯한 핵심 광물 개발에 앞다투어 투자하는 지역입니다. 이 지역은 광물 매장량이 풍부할 뿐만 아니라, 정부의 인허가 절차가 명확하고 규제가 예측 가능해 ‘투자하기 좋은 광산지’로 손꼽히고 있습니다.
대표적인 글로벌 광산기업 리오틴토(Rio Tinto)와 BHP도 이 지역에서 수십 년간 대규모 광산을 운영해 왔으며, 최근에는 리튬·니켈 등 배터리 소재 광물까지 개발 범위를 넓히고 있습니다. 현지 정부는 개발 기업들에게 엄격한 환경 기준을 요구하면서도, 사업 진행에 불확실성을 최소화하는 유연한 정책을 유지하고 있어 장기 투자가 가능한 환경을 만들어주고 있습니다.
다른 자원 부국들과 비교했을 때 국유화 리스크가 거의 없다는 점도 호주의 큰 강점입니다. 남미 일부 국가에서는 리튬이나 구리 자원을 정부가 통제하거나 민간 개발을 제한하려는 움직임이 있지만, 호주는 대부분의 자원이 민간 소유 또는 민관 협력 형태로 개발되고 있어 외국 기업 입장에서 보다 안정적인 사업 운영이 가능합니다.
지정학적 위치 또한 경쟁력 요소입니다. 아시아 주요국과 가까워 물류 효율성이 뛰어나며, 서방 국가들과의 안정적인 외교·무역 관계 역시 전략적 파트너십을 맺기에 유리한 조건으로 작용합니다. 정치적 안정성과 물류 효율성은 ‘친환경 에너지 전환’과 ‘공급망 다변화’라는 글로벌 트렌드 속에서 호주를 더욱 주목 받게 만들고 있습니다.
공급망 지각변동을 이끈 호주-중국 무역 갈등
2020년, 코로나19 기원 조사를 둘러싼 외교적 마찰로 인해 호주와 중국 간의 관계가 급속히 냉각되면서 자원 공급망에도 큰 지각변동이 일어났습니다. 호주가 세계보건기구(WHO)에 코로나19 발원지에 대한 독립 조사를 촉구하자, 이를 외교적 모욕으로 받아들인 중국은 경제적 보복에 나섰습니다.
중국 정부는 호주산 석탄, 와인, 보리, 소고기, 목재 등 다양한 품목에 고율의 관세를 부과하거나 수입을 전면 제한했고, 특히 석탄의 경우에는 사실상 수입을 금지하는 조치를 취했습니다. 와인에는 200%를 웃도는 고관세가 적용되며 수출길이 막혔고, 보리는 반덤핑 관세 명목으로 약 80%의 세금이 부과됐습니다.
이러한 사태는 단순한 양국 간 분쟁을 넘어, 전 세계에 중요한 신호를 보냈습니다. 호주는 철광석, 석탄, 리튬 등 핵심 자원의 주요 공급국으로, 중국이 호주산 자원 수입을 중단하자 대체 수입처를 찾으려는 수요가 급증했고 이는 곧 글로벌 자원 시장의 가격 불안정과 공급망 재편으로 이어졌습니다.

이를 계기로 각국은 특정 국가에 대한 과도한 공급망 의존이 갖는 리스크를 절감하게 되었고, 호주는 ‘지정학적으로 안정적이고 신뢰할 수 있는 대체 파트너’로 주목 받기 시작했습니다. 한국, 일본, 인도는 물론 미국과 유럽 국가들까지 호주와의 전략적 협력 강화를 모색하며 자원 공급망 다변화의 흐름이 본격화된 것입니다.
50년 신뢰로 쌓아올린 포스코그룹과 호주의 파트너십
이러한 글로벌 흐름 속에서 호주의 전략적 가치를 일찍이 주목한 기업이 바로 포스코그룹입니다. 포스코와 호주의 인연은 1980년대 초, 안정적인 철광석 확보를 위한 협력으로 시작됐습니다. 1971년 첫 철광석 공급을 시작으로 포스코는 호주와 지속적인 신뢰를 바탕으로 파트너십을 이어왔고, 이러한 신뢰 관계는 자원 확보 경쟁이 심화된 2000년대 이후 더욱 강화되었습니다.
2010년, 포스코는 호주 최대 민간 광산기업 중 하나인 핸콕 프로스펙팅(Hancock Prospecting)의 로이힐(Roy Hill) 철광석 프로젝트에 약 1조 3,000억 원을 투자해 12.5% 지분을 확보했습니다. 로이힐 광산은 총 23억 톤의 철광석 매장량을 보유한 대형 프로젝트로, 2015년 첫 선적을 시작으로 2018년에는 연간 5,500만 톤 생산 체제를 달성했습니다. 이를 통해 포스코는 연간 약 1,600만 톤의 철광석을 안정적으로 확보할 수 있게 되었으며, 2020년에는 투자 10년 만에 500억 원 규모의 첫 배당을 받았습니다.

최근에는 이차전지 핵심소재 확보를 위한 협력도 확대되고 있습니다. 포스코그룹은 호주의 리튬 생산 기업 PLS(전 Pilbara Minerals)와 합작 법인을 설립해 수산화리튬 생산에 나섰습니다. 2024년 12월에는 포스코홀딩스가 핸콕과 함께 연산 3만 톤 규모의 이차전지용 리튬 생산 공장을 설립하기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했습니다. 이 협력은 미국의 인플레이션 감축법(IRA)4과 해외우려기관(FEOC)5 규제를 고려한 공급망 다변화 전략의 일환으로, 포스코그룹의 이차전지 밸류체인을 한층 더 견고하게 만듭니다.

더불어 2025년 5월, 포스코홀딩스는 호주 퍼스(Perth)에 ‘호주핵심자원연구소(Australia Critical Minerals R&D Lab)’를 설립했습니다. 이 연구소는 국내 기업 최초로 원료 광산지에 설립된 R&D 시설로 리튬, 니켈, 희토류6 등 핵심광물의 고효율 추출 및 정제 기술은 물론, 포스코 고유의 수소환원제철 기술(HyREX)7의 적용 가능성까지 연구하고 있습니다. 해당 연구소는 호주 주요 광산기업인 BHP, 리오틴토, 리튬 생산 기업 PLS뿐 아니라, 호주 국립과학원(CSIRO), 광산연구소(MRIWA), 커틴대학교 등과 협력하며 글로벌 기술 네트워크를 확장하고 있습니다.

포스코그룹은 2040년까지 호주 내 수소, 재생에너지, 그린스틸 등 친환경 사업에 총 400억 달러(한화 약 54조 원)를 투자할 계획을 세우고 있으며, 호주에서 생산된 그린수소를 암모니아 형태로 수출하는 대형 프로젝트도 함께 준비 중입니다.
포스코인터내셔널, 자원 확보를 넘어 생태계 확장으로
포스코인터내셔널 역시 그룹의 축적된 신뢰와 네트워크를 바탕으로 호주를 전략 거점으로 삼아 에너지, 핵심광물, 식량 분야까지 사업 영역을 확장하고 있습니다.
에너지 부문에서는 2022년 호주의 중견 에너지 기업 세넥스에너지(Senex Energy)를 핸콕과 공동 인수하며 천연가스 생산 및 공급망을 확보했습니다. 세넥스에너지는 퀸즐랜드주 수랏 분지(Surat Basin)에서 로마노스와 아틀라스 가스전을 중심으로 연간 약 28페타줄(PJ)8의 천연가스를 생산하고 있으며, 2025년 말까지 60PJ로 확대할 계획입니다. 생산지는 산업단지와 LNG 수출터미널과 인접해 물류 효율성이 뛰어나고, 생산수 재활용 등 지속가능 경영도 실천하고 있어 미얀마 해상 가스전에 치중됐던 기존 포트폴리오에 안정성과 확장성을 더하는 전략적 거점이 되고 있습니다.

핵심광물 부문에서는 호주계 광산회사 블랙록마이닝(Black Rock Mining, BRM)과 함께 탄자니아 마헨게(Mahenge) 광산 개발에 참여하고 있습니다. 이 광산은 약 600만 톤의 천연흑연9이 매장된 세계 2위 규모의 자원지로, 포스코인터내셔널은 2026년부터 연간 최대 6만 톤의 흑연을 25년간 공급받을 예정입니다. 이는 연간 최대 252만 대의 전기차 배터리에 들어가는 음극재를 생산할 수 있는 분량으로, 중국에 97% 이상 의존하던 흑연 공급망의 리스크를 낮추는 데 전략적 의미를 갖습니다. 더불어 산업용 흑연의 글로벌 판매권까지 확보해 단순 원료 수급을 넘어 고부가가치 비즈니스로 영역을 확장하고 있습니다.

식량 분야에서도 사업협력이 꾸준히 확대되고 있습니다. 호주는 한국, 일본, 동남아 시장에서 제빵, 제면용 고품질 밀에 대한 높은 수요를 보이는 지역으로, 포스코인터내셔널은 파트너사인 핸콕社 및 여러 공급선들과의 협력을 기반으로 호주 내 안정적인 식량 공급망 구축을 위해 힘쓰고 있습니다. 기후 변화와 지정학적 리스크로 식량 안보에 대한 국제적인 관심이 더욱 높아지고 있는만큼 안정적인 밀 공급국인 호주 내 식량사업의 경쟁력을 지속 높여나갈 것입니다.

자원 안보 시대, 호주와 함께하는 지속가능한 미래
자원 안보는 이제 산업 경쟁력을 좌우하는 핵심 요소가 되었습니다. 호주는 지정학적 안정성, 제도적 투명성, ESG 기준 충족이라는 조건을 모두 갖춘 만큼, 글로벌 기업들에게 신뢰할 수 있는 파트너로 자리 잡고 있습니다.
포스코인터내셔널은 에너지, 핵심광물, 식량을 아우르는 공급망을 호주에서 다변화하고 있습니다. 이 과정은 단순히 사업 확장을 넘어서, 탄소중립 시대에 지속가능한 기업으로 나아가기 위한 토대가 되고 있습니다. 변화의 중심에서 기회를 선점하는 포스코인터내셔널의 행보가 더욱 기대되는 이유입니다.
- 리튬: 전기차 배터리 핵심 소재 ↩︎
- 보크사이트: 알루미늄의 원료로, 정제 과정을 통해 알루미나로 전환됨 ↩︎
- 우라늄: 원자력 발전의 연료로 사용되는 방사성 자원 ↩︎
-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미국의 전기차 보조금 및 친환경 인프라 투자법안 ↩︎
- 해외우려기관(FEOC): 중국 등 미국의 전략적 경쟁국에 속한 기업을 규제 대상으로 보는 미국 정부 분류 ↩︎
- 희토류: 첨단 전자기기 및 방위산업 등에 사용되는 희귀 금속 ↩︎
- 수소환원제철 기술(HyREX): 포스코가 개발한 수소 기반의 친환경 제철 기술, 이산화탄소 배출을 최소화함 ↩︎
- 페타줄(PJ): 에너지 단위. 1페타줄은 약 2.78억 kWh에 해당하는 에너지 단위 ↩︎
- 천연흑연: 전기차 배터리 음극재의 주된 원료, 인조흑연 대비 에너지 효율과 친환경성이 우수함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