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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 문명의 식량, 세계가 주목하는 폐배터리!

2023.11.10

4차 산업혁명과 에너지 혁명의 심장이라 불리는 기술, 바로 배터리입니다. 특히 ‘탈탄소화’와 ‘전동화’라는 글로벌 트렌드 속에서, 배터리 시장은 어느 때보다 가파른 성장세를 보이고 있는데요. 그런데 이렇게 탄생한 수많은 배터리는 수명이 다 한 뒤 어디로 가는 것일까요? 오늘은 폐배터리 시장의 잠재력부터 관련 기업까지 살펴보며, 배터리 시장의 미래에 대해 알아보는 시간을 갖도록 하겠습니다.

무서운 속도로 성장 중인 배터리 시장

자율주행과 탄소중립이 미래 모빌리티 산업의 핵심 축으로 지목되며, 전기차 시장이 끊임없이 성장하고 있습니다. 이에 이차전지로 대표되는 배터리 시장 역시 무서운 성장세를 보이고 있는데요. 이 밖에 에너지저장장치(Energy Storage System, ESS), 무선가전, 드론, 로봇 등 배터리로 전동화와 무선화를 꾀하는 미래 산업이 꾸준히 성장하며, 배터리는 ‘미래 문명의 식량’으로 불리고 있습니다.

실제로, 에너지 분야 리서치 기업 SNE리서치는 이차전지 시장 규모가 2020년 461억 달러(약 62조 5850억 원)에서 2030년 3517억 달러(약 477조 4680억 원)로 향후 10년간 약 8배 증가할 것이라고 전망하기도 했죠.

그리고 커져가는 이차전지 시장 규모만큼이나 ‘폐배터리’에 대한 관심도 또한 높아져 가고 있습니다. SNE리서치는 전 세계적으로 수명을 다한 전기차가 2040년까지 연평균 33% 증가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습니다. 2030년 411만 대에서 2040년에는 4,227만 대가 발생할 것으로 예측하고 있죠. 이에 따라, 전 세계 폐배터리 규모 역시 2025년 44GWh에서 2040년 3,339GWh로 가파르게 증가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폐배터리 시장, 세계가 주목하는 중

이에 주목받고 있는 산업, 바로 폐배터리 재활용입니다. 전 세계 폐배터리 재활용 시장 규모는 2023년 108억 달러(약 14조 6640억 원)에서 2040년 2089억 달러(약 283조 6440억 원)로, 연평균 17% 성장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는데요. 이에 주요국들은 폐배터리 재활용 시장 활성화를 위해 다양한 정책을 발표하고 있습니다.

대규모 투자로 기술 개발을 꾀하는 미국

미국은 인플레이션감축법(Inflation Reduction Act, IRA)을 바탕으로 폐배터리 재활용 비율을 5%에서 90%까지 대폭 확대할 계획을 밝혔는데요. 목표 달성을 위한 전략으로 폐배터리 재활용 산업에 적극적인 투자를 이어가는 모습입니다. 미국 행정부는 미국 에너지부(United States Department of Energy, DOE)를 통해 배터리 재사용, 재활용 관련 10개 프로젝트에 약 7,400만 달러(약 1000억 원) 투자 계획을 밝혔습니다. 또 2019년부터 폐배터리 재활용 인프라에 2,050만 달러(약 280억 원) 투자를 진행하고 있으며, 2022년에는 관련 기업에 31억 달러(약 4조 2090억 원)를 투자할 계획이라고 발표하기도 했습니다.

그린딜 달성을 목표로 다양한 정책을 펼치는 EU

EU는 2020년 12월, 2006년 발표했던 배터리 지침의 한계를 개선한 새로운 배터리 규제안 ‘유럽 배터리 및 폐배터리 규정(Batteries and Waste Batteries Regulation)’을 발표한 바 있습니다. 2023년 6월엔 ‘지속가능한 배터리법(Sustainable Batteries Regulation)’을 승인하기도 했는데요. 저장용량이 2kWh를 초과하는 산업용 배터리나 전기차 배터리를 생산할 때, 폐배터리에서 뽑아낸 재활용 광물을 일정 비율 이상 사용하도록 의무화하는 법입니다. 오는 2026년부터는 ‘배터리 여권(Battery Passport)’ 제도를 도입할 예정인데요. 배터리 여권이란 개별 배터리의 성능과 화학 성분, 특정 정보를 기록하는 전자 시스템을 의미하며, 배터리의 지속가능성을 향상시킬 목적으로 발행될 예정입니다.

정부 주도 정책으로 가파른 성장을 보이는 중국

중국은 ‘폐배터리 생산자 책임제’를 통해 생산자가 배터리 이력을 투명하게 공개하고 재활용을 의무적으로 수행하도록 하고 있습니다. 또한 폐배터리로부터 핵심 원자재 회수를 극대화하기 위해 니켈, 코발트, 망간 98%, 리튬 85%, 기타 희소금속 97% 회수율 목표를 설정하기도 했죠. 이 외에도 중국은 올해 상반기 기준으로 1,000억 위안(약 18조 5,110억 원) 규모의 폐배터리 재활용 관련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법안 개정을 중심으로 경쟁력 확보에 나선 대한민국

우리나라는 2022년 10월, ‘전기용품 및 생활용품 안전관리법’을 개정해 ‘재사용 전지 안전성 검사 제도’를 수립한 바 있습니다. 또한 일부 제도를 수정해 폐배터리의 재사용과 재활용을 위한 기반도 마련했는데요. 기존엔 재활용 업체가 폐배터리나 생산공정에서 나오는 스크랩(scrap, 폐품) 등을 하루 처리량의 30일치만큼만 저장할 수 있었다면, 개정 후 보관 기준이 180일로 늘어 더욱 효과적인 재활용을 기대할 수 있게 됐습니다.

그렇다면, 폐배터리는 어떻게 쓰일 수 있을까?

폐배터리 활용에는 두 가지 방식이 있습니다. ‘재사용(re-use)’과 ‘재활용(re-cycle)’인데요. 두 방식에는 어떤 차이점이 있을까요?

용도를 바꿔 다시 사용하는 ‘폐배터리 재사용’

폐배터리를 재사용하는 것은 수명이 남아있는 폐배터리를 모아 진단, 선별 과정을 거쳐 다른 용도로 쓰는 것을 말합니다. 주로 전기차 배터리보다 낮은 기술이 요구되는 ESS, 전기차 충전소, 전기자전거 배터리 등으로 쓰이게 되죠. 그중 가장 대표적인 것은 ESS인데요. 여러 폐배터리를 팩(pack) 단위로 연결해 ESS를 구축하고, 이를 통해 전력을 저장, 사용하면 배터리를 새로 만들 필요 없이 전력 저장고를 구축할 수 있습니다. ESS로 재사용된 배터리는 통상 10년 이상 더 쓸 수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죠.

▲ 닛산 전기차 폐배터리로 만든 ‘요한 크루이프 아레나(Johan Cruijff Arena)’ ESS (출처: NISSAN)

소재 추출로 신규 제품을 만드는 ‘폐배터리 재활용’

성능이 일정 기준에 미달한 배터리는 코발트, 니켈, 리튬 등 금속 단위로 분해돼 재활용됩니다. 습식이나 건식 제련 과정을 거쳐 원재료를 추출한 뒤, 이를 새 배터리에 탑재하는 것이죠. 재활용 방식을 이용하면 부가가치가 높은 소재를 자체 조달할 수 있고, 수입 의존도를 낮출 수 있어 수급 안정화에 도움이 됩니다. 그뿐만 아니라 신규 채굴을 줄여 환경오염 문제를 해결하는 데 기여할 수 있다는 장점도 있죠. 이에 세계 각국은 폐배터리 재활용 기술 연구 개발에 적극 나서고 있습니다.

원재료로 새로운 배터리만 만드는 것이 아닙니다. 배터리에서 추출한 니켈, 리튬, 납 등은 새로운 제품을 만드는데도 쓰이는데요. 그중 니켈은 일반 가정에서 사용하는 식기나 전기통신기, 화폐, 의료용 기구 등에 사용되며, 리튬은 세라믹, 유리, 알루미늄 제조 등 여러 분야에 쓰일 수 있습니다. 납 역시 다양한 용도로 사용되는 데요. 특히 탄약이나 땜납, 파이프 등 금속 제품에 흔히 활용되고 있습니다.

폐배터리 산업에 뛰어드는 글로벌 기업들

배터리 재활용 산업이 급성장하며 관련 업체에 대한 투자도 공격적으로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미국 전기차 배터리 재활용업체 어센드 엘리먼츠(Ascend Elements)는 지난 9월, 5억 4,200만 달러(약 7,360억 원) 투자 유치에 성공했다고 발표한 바 있죠. 미국의 또 다른 전기차 배터리 재활용업체 레드우드 머티리얼즈(Redwood Materials)는 같은 달, 10억 달러(약 1조 3,580억 원)를 조달했다고 발표했습니다. 이는 올해 클린테크 분야에서 가장 큰 규모로 전 세계적으로 큰 화재를 모으기도 했죠.

▲ 10억 달러 투자를 유치하며 화제를 모은 레드우드 머티리얼즈 (출처: REDWOOD MATERIALS)

특히 주목할 만한 것은 글로벌 종합 상사의 폐배터리 재활용 사업 관련 행보인데요. 주요 상사들의 활약을 함께 살펴볼까요?

앞선 전략으로 산업을 선도하는 ‘스미토모’

일본 스미토모 상사는 2013년 세계 최초로 폐배터리를 사용한 ESS 사업 기술 개발에 착수했습니다. 이후 2015년에는 일본 최초로 가고시마현 고시키시마에 대형 배터리 센터 모델 케이스를 구축하기도 했죠. 2019년에는 미국의 저가형 배터리 리사이클 스타트업 커넥티드 에너지(Connected Energy)에 투자하며 폐배터리 사업 강화에 더욱 힘쓰는 모습을 보이고 있습니다.

▲ 스미토모가 고시키시마에서 진행한 폐배터리 재사용 프로젝트 (출처: Sumitomo Corporation)

적극적인 투자로 사업 확장을 꾀하는 ‘마루베니’

일본의 또 다른 대표 상사 마루베니는 올해 2월, 미국 폐배터리 재활용 업체 서바 솔루션즈(Cirba Solutions)와 공동으로 폐배터리 내 광물 재사용 사업 진출을 발표한 바 있습니다. 마루베니는 서바 솔루션즈에 5,000만 달러(약 680억 원)를 투자한 것으로 알려졌는데요. 두 회사는 오는 2025년까지 미국 오하이오주에 배터리 재활용 공장 신설 계획을 밝히기도 했습니다.

▲ 마루베니로부터 투자를 유치한 서바 솔루션즈 (출처: Cirba Solutions)

폐배터리로 이차전지 밸류체인 완성에 나선 ‘포스코인터내셔널’

배터리 사업의 중요성을 일찍이 간파한 우리 회사는 이차전지 소재 사업 밸류체인 완성에 나서며 관련 사업을 적극적으로 확장하고 있죠. 특히 올해 2월부터 폐배터리 리사이클링 업체 ‘포스코 HY 클린메탈’에 블랙파우더를 공급하며 폐배터리 재활용 사업에 도전하고 있는데요. 글로벌 80여 개 네트워크를 기반으로 폐배터리를 안정적으로 확보하고, 설비 투자를 적극적으로 진행해 2028년까지 현재 거래 규모의 약 6배로 성장시킬 계획을 밝혔습니다.


폐배터리는 ‘도시의 유전’이라고 불리기도 하죠. 폐배터리를 어떻게 활용하냐에 따라 미래 산업 경쟁력이 갈릴 수 있다는 의미일 텐데요. 어느 때보다 미래 산업에 대한 통찰력과 발 빠른 대응이 필요한 지금, 폐배터리를 포함한 친환경 에너지 사업에서 꾸준한 활약을 보여줄 포인터인의 행보를 응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