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코인터내셔널에는 많은 능력자들이 존재하는데요. ‘언어 능력자’로 알려진 PT.ARC 법인 소속 박선주 차장은 무려 5개 국어에 능통하다고 합니다. 그가 알려주는 외국어의 매력과 학습 노하우! 지금 알아볼까요?
Q.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인도네시아 팜유정제법인 PT.ARC에 단기 파견 중인 박선주입니다. 정제공장의 주원료인 CPO(Crude Palm Oil, 팜원유) 공급망 구축 업무를 담당하고 있습니다.
Q. 외국어 능력자로 알고 있는데요. 어떤 외국어를 공부하셨나요?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누구나 공부하고 있는 영어를 제외하면, 일본어, 태국어, 인도네시아어, 스페인어 등을 공부했어요. 그중 스페인어는 현재 거의 다 잊어버렸지만요.
Q. 각 언어를 공부하게 된 계기가 무엇인가요?
우선 일본어는 고등학교 때 일본 음악을 들으며 좋아하게 됐어요. 이후 일본 영화, 드라마 등 일본 문화 콘텐츠를 즐기게 되면서 자연스럽게 공부를 시작했죠.
태국어는 태국에서 주재원으로 근무했던 경험을 계기로 공부하게 됐어요. 태국어는 문자 자체가 우리에게 생소하고 성조까지 있어 공부하기가 쉽지는 않았죠. 잘하는 사람도 많지 않고요. 그런 요소가 제 도전정신을 자극했는지 꽤나 열심히 공부했답니다.
인도네시아어를 공부하게 된 계기 역시 업무와 관련 있는데요. 올해 유지사업개발그룹으로 발령 나면서 팜 관련 업무를 하게 됐는데, 팜은 우리 회사의 팜 농장인 PT. BIA를 포함해 대부분 기업이 인도네시아에서 사업을 영위하고 있어요. 이런 이유로 인도네시아어 공부까지 시작하게 됐습니다.
Q. 대학교 때 전공과도 관련이 있나요?
대학교 때 생명유전공학과 심리학을 전공했어요. 아무래도 영어 원서가 많다 보니 자연스럽게 영어 공부까지 하게 되긴 했지만, 언어 관련 전공은 아니었습니다. (대단하신데요? 😮)
Q. 각 언어는 어떤 매력이나 특징이 있나요?
우선 일본어는 한국어와 어순이 같은 게 특징이죠. 한자 기반이라 발음이 비슷하거나 같은 단어도 있고요. 발음도 쉬운 편이라 언어 독학에 처음 도전하는 분들께 추천하고 싶어요. 특히 요즘 기록적인 엔저로 일본 여행 가시는 분들이 많은데, 간단한 회화를 익히고 간다면 여행을 더욱 풍성하게 즐길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태국어의 경우 고유 문자를 사용해요. 또 한글과 달리 모음이 자음 상하좌우 모두에 위치하고 성조 기호도 함께 표시되죠. 이런 이유로 처음엔 읽고 발음하는 게 어렵게 느껴질 수 있어요. 하지만 익히다 보면 기본 형태 글자에 동그라미나 획이 추가되는 등 나름의 규칙성을 찾을 수 있죠. 익숙해지기까지 상당한 노력을 요하지만, 그만큼 매력적인 언어랍니다.
인도네시아어는 알파벳을 사용하고 문법구조가 간단한 편이라 비교적 배우기 쉬운 언어예요. 저 역시 그동안 접했던 외국어 중 가장 마음 편하게 시작했던 거 같습니다. 다만 모든 언어가 그렇듯 어느 정도 수준에 달했을 때는 결국 어휘력 차이기 때문에, 단어를 많이 알아야 한다는 건 다른 언어와 마찬가지인 거 같아요.
Q. 언어 공부 노하우를 공유해 주실 수 있나요?
효과적으로 공부하기 위해 이 건 정말 중요하구나, 깨달았던 요소가 몇 가지 있어요. 언어에 진심이다 보니 내용이 길어질 거 같지만, 외국어 공부에 도전하는 분들을 위해 하나씩 공유해 보겠습니다.
1. 공부를 루틴으로 만들기
우선 제일 중요한 건 외국어 공부를 내 루틴에 포함시키는 거라고 생각해요. 아무리 좋은 공부법이 있어도 내 일과에 공부하는 시간이 확보돼 있지 않으면 지속하기 어렵거든요.
2. 시간을 아낌없이 투자하기
공부하는 시간을 충분히 확보하는 것도 중요해요. 가장 최근 도전한 인도네시아어를 공부할 땐 주말 포함 매일 2~3시간씩 공부하곤 했어요. 물론 공부하면 잊어버리는 부분도 많죠. 그래서 처음엔 잊는 속도보다 익히는 속도를 더 빠르게 만들기 위해 시간을 많이 투자하는 편입니다. 지금은 각 외국어에 대한 감각을 잃지 않을 정도로, 하루에 약 1시간 정도 공부하고 있어요. 물론 인도네시아어는 현재 근무 환경 덕에 일상에서도 공부가 되고 있지만요.
3. 외국어에 노출되는 시간 늘리기
외국어에 노출되는 시간을 의도적으로 늘리는 것도 효과적인 방법입니다. 저는 어느 정도 해당 언어에 익숙해지면 핸드폰 언어 설정을 바꿔요. 한국에서 사용하던 핸드폰은 태국어, 인도네시아에서 사용 중인 핸드폰은 인도네시아어로 세팅을 바꿔둔 상태죠. 해당 국가의 영화, 드라마를 보거나, 노래를 들으며 공부를 병행하는 것도 큰 도움이 된답니다. 요샌 유튜브나 팟캐스트에 무료 강의도 많은데요. 마음에 드는 채널을 선택해 콘텐츠를 다운로드해 놓고, 청취 가능한 시간에 계속 틀어 놓는 것도 좋은 방법이죠.
4. 다양한 교재로 접하기
처음 공부를 시작할 때 ‘~첫걸음’, ‘~입문’ 등의 책을 고르게 되죠. 하지만 첫 책을 다 끝내기 전이라도 다른 교재가 흥미를 끈다면 동시에 여러 자료를 보는 것도 도움이 되는 거 같아요.
저는 ‘밀리의 서재’라는 독서 앱을 즐겨 사용하는데, 외국어 공부를 할 수 있는 콘텐츠도 많더라고요. 이런 서비스를 이용하면 책을 많이 살 필요 없이 태블릿 하나로 간편히 공부할 수 있죠.
5. 회사에서 제공하는 교육 적극 활용하기
저는 회사에서 제공하는 집합 교육, 전화 외국어 교육 등을 적극 활용했어요. 특히 전화 외국어는 말하기 연습에 정말 큰 도움이 돼요. 전화로는 표정과 제스처 등 비언어적 표현을 배제하고, 오직 언어적 표현으로만 의사전달을 해야 하죠. 때문에 전화로 외국인과 대화를 하면 그런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언어 자체에 더 집중하게 되고, 그만큼 기억에도 잘 남는답니다.
6. 시험 등록해두기
공인 시험을 잘 활용하면 공부하는 데 좋은 자극제가 돼요. 뚜렷한 단기 목표도 되고 적당한 긴장감도 형성할 수 있죠. OPIc과 토익스피킹은 회사에서 치를 수 있지만, OPI의 경우 강남 시험장에 가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는데요. 이렇게 일을 벌여 놓으면 잘 마무리하고 싶은 욕심 생겨 공부를 더 열심히 하게 되는 것 같습니다.
Q. 그동안 치른 외국어 시험에 대해 소개 부탁드려요.
이왕이면 회사에서 인정해 주는 시험을 치르려 하다 보니 OPI와 OPIc 위주로 시험을 봤어요. 태국어는 2022년 9월 OPI AM(Advanced Mid)을, 일본어는 올해 3월 OPIc AL(Advanced Low)을 취득했죠. 인도네시아어는 올해 6월 OPI AL을 취득했습니다.
Q. 가장 최근에 본 시험에 대해 소개 부탁드려요.
가장 최근에 취득한 것은 OPI 인도네시아어 시험인데요. OPI 시험은 미국에 있는 해당 언어 원어민 시험관과 40분에서 1시간 정도 전화 통화를 하며 치르게 돼요. 태국어, 인도네시아어 등 비주류 언어에 대해서도 점수를 획득할 수 있고, 실시간 전화 통화로 진행돼 수준에 맞는 대화를 할 수 있다는 것이 큰 장점이죠.
보통 자기소개, 일상, 시사, 상황극 정도로 구성되는데요. 시사 질문을 제외한 나머지 질문은 답변을 미리 잘 연습해두면 비교적 쉽게 대답할 수 있습니다. 저는 시험 한 달 전쯤 인도네시아 칼리만탄(Kalimantan) 섬에 팜 농장 실사 출장을 다녀온 경험이 있었어요. 당시 교통편이나 숙박시설은 어땠는지, 음식은 어땠는지, 방 안에 어떤 가전이나 가구가 있었는지 등 질문으로 이어질 법한 내용을 미리 준비해 두었다가 시험 볼 때 활용했죠. 이렇게 해당 국가에 여행이나 출장을 가본 경험이 있다면 해당 언어로 정리해두는 걸 추천해요. 시험에 유용하게 활용할 수 있거든요.
시사 질문은 단어와 문형 공부를 많이 해두면 좋아요. 저는 미디어 환경과 가짜 뉴스에 대한 질문과, 코로나로 어려움에 빠진 국가에 대한 지원 여부 등의 질문을 받았어요. 쉽지 않은 질문이었지만 지식을 최대한 끌어모아 답변했죠. 이렇게 예상치 못한 문제가 나와도 최대한 답변하려 노력하면 어느 정도 점수를 받을 수 있어요. 결과 독학으로 공부한 지 3개월 만에 AL 점수를 취득해 정말 기쁘고 뿌듯했습니다.
Q. 여러 외국어에 능통한 것이 업무에 어떤 도움이 되나요?
언어는 소통의 도구잖아요? 때문에 그 나라말을 알면 대화나 자료 이해에 훨씬 도움이 되죠. 또 자국 언어를 할 줄 안다는 거 자체로 호감을 얻을 수도 있고요. 태국에서 근무하던 시절, 태국어 실력이 늘수록 기존 거래선과 관계도 더 돈독히 쌓을 수 있었어요. 새로운 업체와 미팅을 할 때 아이스브레이킹을 하기도 쉬웠고요.
또 비즈니스 상대가 영어에 익숙지 않을 때도 있는데, 그런 경우 상대 나라 언어를 할 수 있으면 큰 도움이 돼요. 인도네시아어 공부를 시작한 지 2개월 정도 됐을 때, 혼자 팜 농장 인수 검토를 위한 실사 출장을 가게 됐어요. 현지에서 합류한 인도네시아인 컨설턴트가 영어에 익숙한 분이 아니라 영어와 인도네시아어를 섞어 사용하셨죠. 당시 저도 인도네시아어 초급 단계긴 했지만 알고 있는 단어와 지식을 총동원해 의사소통을 했습니다. 그 경험으로 언어의 필요성을 다시 한번 절감해 귀국 후 더 열심히 공부했던 거 같아요.
Q. 외국어 지식이 업무 외 일상에는 어떤 도움이 되나요?
우선 해외여행을 갈 때 마음이 편합니다. 태국의 경우 로컬 식당 메뉴판에 사진은 물론 영어 설명도 없는 경우가 많거든요. 그럴 때도 무리 없이 원하는 음식을 주문해 먹을 수 있는 점이 좋아요. 또 언어란 단순 의사소통 수단을 넘어 그 나라의 사고방식과 문화의 산물이죠. 그렇기 때문에 언어를 알면 그 나라의 문화를 이해하게 되고, 더 많은 관심과 애착을 갖게 된다는 점도 좋은 것 같습니다.
Q. 마지막으로 외국어 공부를 망설이는 포인터인들에게 한 마디 부탁드립니다
공부가 아니라 여행과 일상을 더 풍성하게 해주는 취미라고 생각하면 좋겠습니다. 마음이 가는 외국어를 골라 일단 시작하고, 흥미가 좀 더 생겼을 때 시간과 노력을 들여 집중해 보면 좋겠다는 말을 전하고 싶어요. 아는 것이 많아질수록 흥미도 더 생기고, 이런 경험이 쌓여 선순환으로 이어지면 재미와 자신감도 늘어난답니다!
박선주 차장이 전하는 외국어 공부의 매력, 다들 느끼셨나요? 세상을 넓게 바라보고 내면을 풍성하게 가꾸기 위해선, 새로운 것을 수용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죠. 다른 언어를 배우고 그 안에 깃든 다른 문화를 접한다는 건, 어쩌면 가장 쉽게 세상을 이해하는 방법인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