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과 문화

꿈은 실현할 때 의미를 갖는다는 것, 무대에서 얻은 교훈이죠

2023.12.13

뮤지컬을 관람하며 작품이 뿜어내는 아우라에 압도돼 본 적 있나요? 특유의 에너지 때문에 많은 이들이 뮤지컬 관람을 선호하는 취미로 꼽기도 하는데요. 이런 매력에 이끌려 무대에까지 도전한 포인터인이 있습니다. 꿈을 현실로, 로망을 일상으로 만들며 주변에 영감을 주고 있는 주인공의 이야기, 함께 들어볼까요~?

Q. 안녕하세요?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친환경모빌리티사업1실 동서남아그룹에서 인도네시아향 자동차강판 판매업무를 담당하고 있는 기영훈 사원입니다.

Q. 뮤지컬 배우로 활동하신다고 들었습니다. 지금까지 진행한 작품, 역할 등에 대해 소개 부탁드려요.

배우라는 표현이 생소하고 부끄럽네요. 취미로 뮤지컬을 시작한 지는 1년 정도 됐습니다. 현재는 세 번째 작품을 준비하고 있고요. 지금까지 모차르트(Mozart), 올슉업(All Shook Up), 스위니토드(Sweeney Todd)라는 작품에 참여했는데요. 그중 스위니토드는 현재 공연 준비 중이고, 공연 시작은 내년 1월로 예정돼 있습니다.

▲ 뮤지컬 ‘올슉업’에서 ‘채드’ 역을 소화하고 있는 기영훈 사원

첫 번째 작품이었던 모차르트에서는 모차르트의 엄격한 아버지 ‘레오폴트’ 역을 맡았습니다. 두 번째 작품이었던 올슉업에서는 관습에 얽매이지 않는 자유분방함으로 마을에 음악과 사랑을 전하는 청년 ‘채드’ 역을 맡았죠. 스위니토드에서는 누명으로 가족을 잃은 억울함으로 잔혹한 복수를 꾀하는 이발사 ‘토드’ 역을 맡았습니다.

제가 속한 극단에서는 한 작품을 준비해 선보이기까지 보통 6개월이란 시간을 소비하는데요. 그 기간 동안 배우 모집, 오디션, 배역 확정, 노래 수업, 연기 수업 등의 과정을 거칩니다. 지금껏 참여한 세 작품 모두 다른 장르이고, 제가 맡은 역할의 분위기도 달라요. 여러 상황에 처한 여러 배역을 경험하며 또 다른 내가 되어볼 수 있다는 것이 이 취미의 가장 큰 매력인 것 같습니다.

Q. 어떤 계기로 활동을 시작하셨나요?

친구를 따라 사회인 극단 참관을 갔던 것이 시작이었습니다. 당시 오랜만에 만난 고교 동창이 모차르트라는 작품에 참여하고 있었는데요. 평소 무대에 오르는 것을 동경하고 있던 터라 망설임을 뒤로하고 참관 신청을 했습니다. 그리고 얼떨결에 오디션까지 치르게 됐죠.

처음엔 적응하는데 시간이 좀 걸렸어요. 단원들과 함께 하는 대본 리딩, 노래 연습, 동선 연습 등 모든 것이 낯설었기 때문이죠. 하지만 모두 몰입해 연습하는 모습을 보면서 저 또한 조금씩 배역에 집중하게 됐어요. 조금 지나니 모든 과정을 즐기고 있는 스스로를 발견했고요. 그런 순간이 쌓여 벌써 세 번째 공연을 함께하고 있네요.

Q. 예전부터 노래나 음악, 무대 활동 등에 관심이 많으셨나요?

한 번씩 노래방에 가는 걸로 노래에 대한 갈증을 해소하는 수준이었어요. 무대 활동을 동경해왔지만, 많은 사람들에게 주목받는 것엔 익숙하지 않아 도전할 용기를 내지 못하고 있었죠. 음악이나 악기를 전문적으로 배운 적도 없고, 악보를 볼 줄도 모르는 그야말로 ‘음알못’이기도 했고요. 여러 이유로 뮤지컬이라는 취미에 도전할 수 있을지 고민이 많았습니다. 제가 가진 건 노래를 좋아하는 마음뿐이었지만, 그것보다 중요한 것도 없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이런 마음가짐으로 용기를 내 도전하게 됐답니다.

Q. 모든 관련 활동을 통틀어 어떤 순간이 가장 기억에 남나요?

▲ 두려움과 어색함을 깨고 마무리했던 첫 공연 ‘모차르트’

무대에 처음 오르고 마주했던 가족, 친구, 동기들의 눈빛과 표정이 아직도 잊히지 않아요. 어색함에 다시 무대 뒤로 숨어버리고 싶은 마음이 들더라고요.하지만 이를 이겨내고 임하다 보니, 어느덧 저와 그들 모두 무대를 즐기고 있었어요. 그때의 뿌듯함은 처음의 어색함에 비할 게 아니었죠. 무대가 끝나고 재밌게 봤다는 격려의 말도 많이 들었고요. 공연을 보러 와준 가족과 친구, 그리고 동기들의 마음이 가장 큰 보상인 거 같아요. 다음 작품에 다시 도전할 수 있도록 이끌어주는 원동력이기도 하고요.

참고로 공연은 영리 목적이 아니기 때문에 모든 공연 관람은 무료예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후원금을 지원해 준 동기들도 있었죠. 소중한 주말 시간을 쪼개 제 공연을 보러 와준 동기들에게 이 글을 빌어 다시 한번 고맙다는 말을 전하고 싶어요. 앞으로도 후원금 잘 부탁한다는 말도 덧붙이고 싶고요! 😊

Q. 어떨 때 어려움을 느끼는지, 그리고 어떤 방법으로 극복하셨는지 궁금합니다.

▲ 두려움을 이겨내는 비결은 철두철미한 연습!

연기 연습을 하는 매 순간이 어렵게 느껴져요. 사투리나 발성을 개선하는 것부터, 여러 종류의 감정을 표현해 내는 것까지 쉬운 게 없더라고요. 연기라곤 평생 해본 적 없던 저였기에 팀원들 앞에서 어색함을 잊고 몰입하기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었습니다. 연습하는 것이 무대에 서는 것보다 더 어렵고 긴장됐던 것 같아요.

그럴수록 중도 포기는 없다는 마음가짐으로 더 열심히 연습에 매진하며 맡은 배역에 몰입했어요. 혼자서 여러 종류의 내레이션, 대본, 소설을 소리 내 읽어 보기도 하고, 연습 영상이나 녹음본을 틈틈이 들으며 어색한 부분을 찾아 개선하려 노력했습니다. 평소 일기를 쓰는 습관이 있는데, 지난 일기를 다시 읽어보며 제가 주로 느끼는 감정들을 반추해 보기도 했어요. 작품 속 제가 맡은 배역이 느끼는 감정을 떠올리며 그 배역 입장에서 일기를 써 보기도 했고요.

나름의 방법으로 진지하게 훈련을 반복하다 보니 연기가 조금씩 느는 것 같습니다. 하지만 저에게 연기란 평생 풀어야 할 어려운 숙제가 아닐까 싶어요.

Q. 뮤지컬 배우로서의 활동이 회사 생활에 있어 뜻밖에 도움이 되었던 적이 있나요?

뮤지컬 공연 자체가 하나의 프로젝트라는 생각이 들어요. 경험과 역량이 다른 팀원이 한 작품에 참여하며, 공연일이라는 납기에 맞춰, 성공적인 공연이라는 목표를 향해 달려야 하죠. 공연 준비 과정에서 발생하는 많은 일들, 그리고 이를 해결하는 과정이 회사 생활과 비슷하기도 하고요.

우선 공연에 필요한 의상과 소품 준비, 포스터 제작, 대관 등 모든 사항을 배우들이 해결해야 해요. 때문에 최소 비용으로 최대 효용을 내기 위해 끊임없이 고민해야 하죠. 홍보팀, 의상팀, 음악영상팀으로 역할을 분담하고, 엑셀로 진척 상황을 정리해 공유하기도 하고요. 실제로 배우로서 역할을 소화하기 위한 연습 시간보다 앞서 말한 ‘업무’에 더 많은 시간을 할애하곤 하죠.

커뮤니케이션 스킬도 중요해요. 한 작품에 20명 넘는 인원이 함께하다 보니 의견이 엇갈리는 경우가 비일비재하거든요. 6개월 동안 함께 연습하던 팀원이 공연 직전에 하차하는 경우도 있죠. 각자 맡은 역할을 충실히 해내면서도, 합리적인 선에서 서로 배려하며 의견 차를 좁혀가야 성공적인 공연을 만들어낼 수 있습니다.

이런 과정 하나하나에서 경험하고 배우는 것이 회사 생활에 고스란히 적용돼요. 때문에 매번 공연 준비를 할 때마다 6개월짜리 프로젝트를 진행한다는 생각으로 임하고 있죠. 단순 취미를 넘어 회사 생활에도 도움되는 경험이라는 걸 느끼고 나니, 좀 더 의욕적으로 임하게 되더라고요.

Q. 활동 전과 후를 비교했을 때, 개인적으로 어떤 부분이 가장 성장했다고 느끼나요?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얻은 것이 가장 크게 성장한 부분이라고 생각합니다. 많은 사람들 앞에 선다는 것 자체가 긴장되고 두려운 일이었어요. 무대에서 공연을 한다는 건 저와는 거리가 먼, 막연한 꿈같은 일이었죠. 하지만 행동으로 옮겨 차근차근 헤쳐 나가다 보니 생각했던 것만큼 두려운 일이 아니더라고요. 어쩌면 스스로를 가장 속박했던 건 도전하는 대상 자체가 아닌, 스스로 만드는 한계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앞으로 두렵거나 망설여지는 일이 생기면 무대에 섰던 순간을 떠올릴 거 같아요. 크고 작은 난관을 하나씩 넘어 무대에 서기까지의 과정을 되새기면, 뭐든 할 수 있을 거 같은 자신감이 생기죠. 두려움에 맞서는 용기와 실행력을 갖게 됐다는 점이 뮤지컬 활동을 통해 얻은 가장 큰 자산인 것 같습니다.

Q. 공연 전, 긴장감을 극복하는 본인만의 노하우가 있다면?

▲ 무대를 즐기는 비결은 꾸준한 연습과 이미지 트레이닝!

무대에 오르기 전, 10분 정도 스트레칭을 하는 것이 긴장을 완화하는 데 도움이 돼요. 공연 날 무대에 일찍 도착해 미리 몸을 풀어주면, 뻣뻣하게 경직된 근육이 유연해지고 자연스럽게 심호흡도 하게 되거든요.

하지만 무엇보다 좋은 방법은 꾸준한 연습과 이미지 트레이닝이라고 생각합니다. ‘연습이 완벽을 만든다’라는 말이 있듯, 긴장을 줄이고 자신감을 높이는 가장 좋은 방법 역시 연습이더라고요. 틈틈이 대사를 읊어 보기도 하고, 무대에서 어떤 표정으로 어떤 행동을 할지 상세히 그려보곤 해요. 또 관객들의 눈빛과 표정을 상상하며 끊임없이 그 순간을 준비하죠. 길에서 혼자 중얼거리는 저를 보며 이상한 녀석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었을 것 같아요. 하지만 이런 과정이 쌓여 자신감이 생기면, 얼른 무대에 올라 6개월간 준비한 것을 아낌없이 보여주고 싶다는 생각이 든답니다.

Q. 비슷한 취미에 도전하고 싶지만 망설이는 동료들을 위해 조언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해보고 싶은 건 많지만, 막상 여러 이유로 미루곤 하죠. 하지만 망설이는 순간에도 시간은 흐르고, 흘러간 시간은 다시 돌아오지 않아요. 주저하며 보낸 시간만큼 아까운 것도 없죠. 그러니 어떤 계기로라도 우선 시작해 보라고 말씀드리고 싶어요. 저 역시 우연히 찾아온 계기로 꿈만 꾸던 취미에 도전했듯, 이 글이 누군가에게는 그 우연한 계기가 되길 바랍니다.

좋은 취미를 시작하면 예전엔 미처 몰랐던 즐거움을 알게 돼요. 성장하는 나를 보며 더 큰 도전을 하게 되고요. 이런 선순환이 이어지면 내 일상을, 더 나아가 내 인생을 바꾸는 계기가 되기도 한답니다. 가슴속에 품고 있는 버킷리스트를 꺼내 지금 당장 시작해 보면 어떨까요?

“제 이야기가 누군가에게 꿈에 도전할 계기가 되길 바랍니다!”

하고 싶은 일이 생겼을 때, 해야 하는 이유보다 못하는 이유를 더 많이 찾고 있진 않나요? 기영훈 사원이 보여준 도전과 그 결실이 우리에게 큰 메시지로 다가오는데요. 우리 모두에게는 꿈을 현실로, 로망을 일상으로 만들 수 있는 힘이 있다는 것, 잊지 말자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