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ulture

4人4色 독서모임 ‘너나들이’

2023.09.25

나를 채워주고 성장시키는 좋은 취미가 있다는 것, 생각만 해도 즐거운 일이죠? 이런 취미를 함께하는 든든한 동지가 있다면 더할 나위 없이 행복할 것입니다. 2년 넘게 독서라는 취미를 함께하며 특별한 우정을 쌓고 있는 동기들이 있다고 하는데요. 지성미 넘치면서도 각자의 개성이 톡톡 튀는 사내 독서모임 ‘너나들이’. 그녀들의 특별한 이야기를 소개합니다.

Q. 안녕하세요?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혜림: 안녕하세요, 대표로 인사드립니다. 입사 동기로 4년째 동고동락 중인 김민지, 모혜림, 송은채, 신현비입니다. 넷이 모여 독서 모임을 꾸리고 책을 읽기 시작한 지 어느덧 2년이 훌쩍 넘었네요.

Q. 바퀴 달린 사진관에 사연 신청을 하게 된 계기가 무엇인가요?

민지: 모혜림 사원 이 먼저 제안했어요. ‘Why not?’이라는 생각이 들었죠. 모혜림 사원이 사연을 작성했고, 송은채 사원이 신청서에 들어갈 사진을 고르고 콜라주 했어요. 전 다 된 밥상에 숟가락만 얹었죠. 이렇게 적극적으로 일을 추진하는 구성원이 있고, 저는 보통 격려하고 따르는 편이에요. 그런 면에서 죽이 참 잘 맞아요.

혜림: 독서 모임을 한 지 2년이 넘었는데, 넷이서 제대로 찍은 사진이 별로 없더라고요. 마침 이런 이벤트가 있다는 걸 알게 돼 신청해 보자고 이야기했죠. 당첨될 가능성이 높지 않을까, 생각하기도 했고요. 돈독한 동기애를 쌓으며 2년 넘게 책을 읽어오고 있는 우리, 정말 바람직하고 건전한 청년상 아닌가요?

은채: 저도 마찬가지로 건전한 취미를 나누며 돈독한 우정을 쌓고 있는 우리의 모습을 사진으로 남기고 싶다고 생각했어요. 당첨될 수 있을 거란 자신감도 있었고요.

Q. 서로 애칭으로 부르는 걸로 알고 있는데, 애칭에는 어떤 의미가 있나요?

혜림: 특별한 의미는 없고 편한 대로 부르다 보니 입에 붙어버렸어요. 서로 ‘모모’, ‘비비’, ‘밀라’, ‘채채’라고 불러요. 애칭에 익숙해져서 제 이름으로 불린 기억이 가물가물하네요.

은채: 각자 이름에서 유래한 애칭인데 어느 순간부터 서로를 그렇게 부르고 있더라고요. 함께한 시간이 쌓이다 보니 서로에 대한 애정이 부르는 호칭에 녹아들었나 봐요.

민지: 다른 식으로 부르는 방법을 잊은 것 같아요. 의미를 따지자면 다소 낯간지럽지만, 일종의 애정표현이라고 볼 수 있죠.

Q. 처음 독서모임을 시작한 건 누구의 아이디어였나요?

현비: 김민지 대리의 아이디어였어요. 당시 동생이 꾸준히 독서토론 하는 모습을 보고 아이디어를 얻었다고 했던 걸로 기억해요. 김민지 대리는 늘 열정적으로 자기 개발을 하는 사람이에요. 독서 모임도 그런 김민지 대리의 면모가 빛난 아이디어였죠.

혜림: 저도 김민지 대리로부터 연락을 받았어요. 독서 모임을 생각하고 있는데 같이 해보지 않겠냐고요. 다양한 분야의 책을 읽자는 것이 취지였어요. 아무래도 혼자 책을 읽다 보면 한정된 취향 안에 갇히게 되니까요. 첫 취지대로 정말 다양한 책을 읽어왔어요. 읽다가 도저히 안 되겠다, 하고 도전에 의의를 둔 채 덮어둔 책도 몇 권 있지만요.

민지: 책을 꾸준히 읽고 싶었는데, 혼자 하는 것보단 모임을 갖는 것이 다짐을 오래 지속하는 데 도움이 될 거라고 생각했어요. 당시 맞은편 자리였던 자칭 타칭 ‘문학 전도사’ 신현비 사원을 우선 섭외했고, 이후 나머지 멤버들이 합류했어요. 제가 처음 제안했지만 모임이 롱런할 수 있었던 건 모두 책에 대한 애정으로 무장한 멤버들 덕분이죠.

Q. ‘너나들이’라는 이름이 눈에 띄는데, 어떤 의미가 있나요?

은채: 원래 이름은 ‘한사랑 다독회’였어요. 당시 ‘열정! 열정! 열정!’이라는 밈으로 유행하던 ‘한사랑 산악회’에서 차용한 이름이었죠. 급조한 이름이라 정식 명칭을 짓자는 이야기가 나왔었는데, 결정하지 못하고 1년이 흘러버렸어요. 2022년 첫 해외여행을 함께 갔을 때 결국 그간 나왔던 여러 후보 중 ‘너나들이’로 잠정적 합의를 봤죠.

민지: 처음 모임을 만들 때 ‘책이라웃’, ‘백북토론’ 등 여러 아이디어들이 있었어요. 최종적으로 ‘너나들이’라고 지은 이유는 단어의 의미 때문인데요. ‘너나들이’는 서로 ‘너’, ‘나’ 하고 불러도 불쾌하지 않을 정도로 허물없는 사이란 뜻이에요. 모임 구성원 간의 관계, 그리고 책과 우리의 관계가 ‘너나들이’ 같다는 의미를 담고 있어요.

Q. 책 읽는 것 외에 다양한 활동을 하고 있다고 들었어요. 어떤 것들이 있나요?

은채: 좋은 행사나 공연이 있으면 함께 가요. 올여름엔 ‘서울국제도서전’에서 열린 천명관 작가의 북토크에 함께 참석했죠. 요즘은 독서 관련 행사 말고도 클래식이나 오페라 공연을 함께 보러 가는 등 다방면으로 문화, 교양 활동을 함께하고 있어요.

혜림: 작년 말에는 송은채 사원이 그간 읽었던 책을 모아 독서 달력을 만들었어요. 각 달 별로 문구를 선정하는 일부터 디자인까지 혼자 뚝딱뚝딱 해냈는데, 그 추진력에 정말 감탄했죠. 오는 11월에는 안동으로 한옥 스테이를 가보려고 해요.

현비: 공연 관람이나 여행 외에 소소한 일상도 함께하곤 해요. 멤버 중 한 명이 이사하면 집들이 파티를 하기도 하고, 생일 파티나 크리스마스 파티도 함께 하죠. 밥 먹을 사람이 없으면 밥도 같이 먹고요.

민지: 앞에서 많이 언급한 것 같은데, 꼭 함께하지 않아도 각자의 경험을 공유하는 편이에요. 책뿐만 아니라 음식, 공연, 여행, 운동 등 언니들이 도전하는 걸 보고 저도 새롭게 도전하는 것들이 많아요.

Q. 함께 떠났던 북스테이 여행 중 가장 기억에 남는 장소가 있다면?

혜림: 해외 여행 두 번, 국내 여행은 한 번 다녀왔는데, 서로 성향이 잘 맞아 어딜 가든 즐거워요. 작년 겨울엔 평창으로 여행을 갔었는데, 1층은 독립 서점이고, 2층 다락방인 숙소에 묵었죠. 저희 모임 성격과 잘 어울리는 공간이라 뜻깊고 좋았어요.

은채: 저도 그때가 먼저 떠올라요. ‘책방 선인장’이라는 곳이었는데, 그 때 북스테이라는 개념을 처음 알아서 그 이후로도 다른 지역의 북스테이들도 따로 찾아가보게 된 것 같아요.

Q. 너나들이에서 공유했던 책 중 가장 감명 깊었던 인생 책을 꼽는다면?

혜림: 한병철의 <피로사회>가 감명 깊었어요. 많은 경우 ‘성공 신화’를 다루거나 ‘긍정 마인드’의 중요성을 강조하곤 하죠. 하지만 그로 인해 쌓인 피로감이 현대인들이 겪는 우울증의 원인일 수 있다는 내용이었어요. ‘할 수 없다’라고 말하지 못하면 에너지를 소진하며 앞으로 나아가기만 할 뿐, 삶에 대해 성찰할 여유를 가질 수 없다고요. 하지만 뭐니 뭐니 해도 제 인생 책은 밀란 쿤데라의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이에요. 이 책에 대해선 하고 싶은 말이 너무 많아 이 공간이 부족할 정도죠.

은채: 많은 책들이 좋았고 저마다의 의미가 있지만, 그중에서도 <인생의 역사>를 꼽고 싶어요. 신형철 평론가가 쓴 시화 모음집인데, ‘어떻게 이렇게 생각하고 표현할 수 있지?’하며 감탄이 나오는 지점이 한두 곳이 아니죠. 개인적으로 시는 어렵고 멀게 느껴지는 분야였는데, 이 책을 통해 시의 매력을 조금이나마 알 수 있었던 것도 큰 소득이에요. 많은 분들께 추천하고 싶어요.

현비: 에리히 프롬의 <우리는 여전히 삶을 사랑하는가>를 꼽고 싶어요. <피로사회>가 직장인으로서의 스스로를 규정하는데 길라잡이가 됐다면, 에리히 프롬의 책은 인간으로서의 제 자신을 규정할 수 있게 도와준 책이죠. 인간의 핵심은 ‘관계’와 ‘소통’인데, 이에 대한 에리히 프롬의 논점이 날카롭고 흥미로워요. 책을 통해 스스로의 모습을 깨닫고 반성할 기회를 얻기도 했고요.

민지: 올해 들어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다들 클래식 음악에 대한 관심이 커졌어요. 같은 작품을 연주자 별로 비교해 감상을 나누기도 하고, 좋은 작품을 추천해 주기도 하죠. 함께 공연도 보러 다니기도 하고요. 그 일에 흥미를 더해준 류인하의 <이지 클래식>을 꼽고 싶어요. ‘이전의 것보다 지금의 것이, 지금의 것보다 나중의 것이 반드시 더 나음은 아닐 것’. 이 한 문장으로 함축되는 클래식의 매력을 알려준 책이죠.

Q. 독서모임 하길 정말 잘했다! 하는 순간이 있다면?

혜림: 매번 내면의 세계가 넓어지는 걸 경험해요. 책을 읽고 나서 이야기를 나눠보면 각자 좋았던 부분, 흥미가 떨어졌던 부분, 인상적이었던 부분이 모두 다르죠. 조금은 무미건조하게 읽었던 책일지라도 다른 친구의 감상을 들으면 그렇게 해석할 수도 있구나, 싶은 생각이 들어요. 서로 관점이 다를 수 있다는 걸 이해하게 되고, 관심 없던 분야에 눈을 뜨게 되기도 하죠.

은채: 함께 모여 책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으면, 마치 ‘알쓸신잡’의 출연자가 된 거 같은 기분이 들 때가 있어요. 폭넓고 잡다한 주제로 티키타카를 할 수 있다는 게 좋고, 독서 외에도 다양한 문화 활동을 함께 즐기며 관심사를 넓혀 갈 수 있다는 것이 정말 좋아요.

현비: 이전까진 지독한 ‘편독쟁이’였어요. 위에 꼽았던 에리히 프롬의 책도 이 모임이 아니었으면 절대 읽지 않았을 책이죠. 혼자라면 손에 잡지 않았을 책을 펼쳤을 때, 또 책을 읽으며 새로운 세계를 발견했을 때 독서모임 하길 정말 잘했다, 라고 느끼는 것 같아요. 저의 두터운 편견과 편독의 벽을 부숴준 우리 너나들이 멤버들, 최고입니다!

(민지) 함께 읽은 서른여섯 권의 책을 통해 제 세상이 더 넓어졌다는 것을 느껴요. 무엇보다 책 안팎에서 새로운 것에 함께 도전해줄 용감한 동지들을 얻은 것이 독서모임의 가장 큰 결실이죠.

Q. 너나들이 구성원끼리 꼭 해보고 싶은 일이 있나요?

혜림: 언젠가 독립국가연합(CIS) 국가로 함께 여행을 가보고 싶어요.

은채: 각자 배운 언어가 모국어인 나라로 여행을 떠나보고 싶어요. 특히 김민지 대리 와 신현비 사원이 러시아어 능력자인데, 그쪽 나라들은 방문해 본 적이 없어서 함께 가보면 좋겠어요. 언젠가 신현비 사원이 시베리아 횡단열차를 언급한 적이 있는데, 우리끼리라면 열차 안에서 주야장천 수다를 떠느라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이동할 수 있을 것 같아요.

현비: 연말에 모여 ‘올해의 책 선정회’를 가졌으면 좋겠어요. 베스트(best)와 워스트(worst) 도서를 한 권씩 선정해 이야기 나누면 재밌을 것 같아요.

(민지) 저희 네 명 다 여동생이 있어요. 언젠가 이야기한 적이 있는데, 동생들을 초대해 자매 모임을 열면 재밌을 것 같아요.

Q. 마지막으로 구성원들에게 꼭 전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혜림: 우선 이렇게 좋은 모임을 만들어준 김민지 대리에게 고맙다고 이야기하고 싶어요. 아직도 그녀의 똑 부러지는 첫 공지를 잊을 수 없죠. 다른 멤버들에게도 앞으로 계속 좋은 작품과 무궁무진한 취향을 함께 나누며 행복하자고 전하고 싶네요. 여러분을 만난 것이 제 복입니다!

은채: 직장에서 이렇게 잘 맞는 친구들을 만나게 될 줄 상상도 못했는데, 특히 독서를 매개로 소중한 인연을 만나 정말 행운이라고 생각해요. 고된 직장 생활에서 비타민 같은 존재가 돼주는 멤버들에게 무한한 감사를 보내고 싶어요. 이 인연의 실을 오래오래 매듭지어 나갔으면 좋겠습니다♥

민지: 독서모임이라는 무심코 던진 제안에 뜨겁게 반응해 준 멤버들에게 감사하다고 말하고 싶어요. 덕분에 제 인생이 더 옹골져 간답니다. 앞으로 함께 벌일 일은 또 얼마나 재밌을지 기대됩니다!

현비: 함께하면 항상 밝은 에너지를 충전 받는, 다른 듯 닮았고 닮은 듯 다른 우리 넷! 서로에 대한 ‘진심의 온도’가 같고, 가식 없이 솔직하다는 것이 끈끈한 우정의 비결인 거 같아요. 4년째 알콩달콩 서로를 너무 사랑하는 우리! 앞으로도 이 우애 소중히 간직해 나가고 싶습니다. 우정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