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이른바 ‘탄소중립 시대’에 살고 있습니다. ‘2050 탄소중립 추진전략’ 실현을 위한 국제사회의 노력이 이어지는 가운데, EU는 당장 올해 10월부터 기업들에게 탄소 배출량을 의무적으로 공개할 것을 요구하고 있죠. 기업의 ESG 경영과 저탄소 기술 개발 노력은 기업을 평가하는 데 있어 빼놓을 수 없는 기준이 되기도 했는데요. 그만큼 탄소 절감은 기업의 미래 생존을 위해 미룰 수 없는 과제로 떠올랐습니다.
이에 글로벌 에너지 기업들이 주목하고 있는 것이 바로 CCUS 기술입니다. 탄소중립을 위한 필수 기술로 불리는 CCUS. 현재, 글로벌 에너지 기업들의 CCUS 기술은 어디까지 왔을까요? 지속 가능한 미래를 위한 CCUS 이야기, 지금 바로 만나 보시죠.
탄소중립의 게임 체인저 CCUS
CCUS란 ‘Carbon Capture Utilization and Storage’의 약자로, 공기 중에 배출되는 이산화탄소(CO2)를 ‘포집(Capture)’해 ‘활용(Utilization)’ 또는 ‘저장(Storage)’하는 기술을 말합니다. 포집된 이산화탄소 처리 방식에 따라 CCS와 CCU로 분류하는 것인데요. 그 차이를 자세히 살펴볼까요?
CCS VS CCU
CCS 기술은 공정 과정을 통해 이산화탄소를 포집한 뒤, 압력을 가해 액체 상태로 만들어 지하 퇴적층에 매립하는 기술을 말합니다. CCS는 크게 ▲포집 ▲수송 ▲저장의 세 단계로 이루어지는데요. 그중 포집은 연소 전, 연소 중, 연소 후에 따라 여러 가지 방식으로 진행됩니다. 화석연료를 연소하기 전에는 탄소 성분만을 분리해 포집하고, 연소 중에는 순산소를 주입해 탄소를 포집하죠. 또 연소 후에는 발생된 이산화탄소를 흡착제나 흡수제를 이용해 포집합니다. 이렇게 포집된 이산화탄소는 선박이나 파이프, 트럭을 통해 수송되는데요. 수송된 이산화탄소는 지하 지층 속 빈 공간이나 해양에 저장됩니다.
이에 반해 CCU 기술은 ▲포집하고 ▲수송한 이산화탄소를 ▲활용하기 위해 고안된 기술입니다. 가장 대표적인 기술은 ‘석유회수증진법(Enhanced Oil Recovery, EOR)’인데요. 액화된 이산화탄소를 지하 퇴적층에 매립해 지하의 압력을 높여 원유를 비교적 쉽게 채굴하는 기술을 말합니다. 또 CCU는 수소화 전략에도 빼놓을 수 없는 기술인데요. 그레이수소1에 CCU 기술을 적용하면 탄소 배출을 줄이고 수소만 걸러낸 블루수소2를 얻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화석연료에서 발생한 이산화탄소를 포집하면 산업용으로 사용할 수 있기 때문에 많은 기업들이 해당 기술에 관심을 기울이고 있죠.
CCUS가 탄소중립을 위한 현실적인 대안으로 떠오르며 주요국들은 CCUS에 대한 투자와 지원을 큰 폭으로 강화하고 있습니다. 최근엔 정부뿐만 아니라 민간 차원에서도 기술 개발과 사업화를 확대하고 있죠. 이렇게 CCUS에 대한 기대가 커지는 가운데, 보다 나은 방향을 위한 다양한 의견들이 나오고 있는데요. 그 이야기들을 들어볼까요?
지구 온도 상승을 막기 위해선 CCUS 도입이 필요하다!
2021년 7월, 500개 국제 시민단체는 미국과 캐나다 정부에 CCUS 사업에 대한 정부 보조금 중단을 요구하는 공개서한을 전달했습니다. 그들이 주장하는 CCUS의 가장 큰 문제점은 경제성과 실효성이 부족하다는 것인데요. CCUS를 대규모로 상용화하기 위해선 천문학적 비용이 수반되는데 반해,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의미 있는 수준으로 감축하긴 어렵다는 것이죠. 그 밖에 이산화탄소를 포집해 운송, 활용, 저장하는 과정에서 에너지를 추가적으로 사용해야 하고, 해당 과정에서 여러 환경 오염이나 안전사고가 발생할 수 있다는 점 등을 한계로 제시했습니다.
하지만 지구 온도 상승 1.5도 제한이라는 글로벌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선 CCUS 도입이 불가피하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견해입니다. 화석연료를 전혀 사용하지 않는 것이 좋겠지만, 이산화탄소 배출이 불가피한 지금은 이를 잘 처리하는 것이 현실적인 대안이기 때문이죠. 국제에너지기구(IEA)는 2021년, 2050 탄소중립 달성에 대한 CCUS 기술 기여도를 총 감축량의 18% 수준으로 제시했는데요. 이는 단일 기술로는 가장 높은 감축 기여도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IPCC는 2022년, 지구 온도 상승을 1.5도 제한하는 시나리오에서 발전 산업 부문의 주요 감축수단으로 CCUS를 포함하며, CCUS 기술 도입이 불가피함을 강조하기도 했죠. 현재 CCUS가 직면한 문제는 전 세계적으로 확대되고 있는 R&D 투자와 정책적인 지원으로 극복 가능하다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읍니다.
글로벌 에너지 기업들의 CCUS 활용 어디까지 왔나?
CCUS 기술 투자에 가장 열을 올리는 산업 군, 바로 이산화탄소 배출 비중이 높은 에너지 산업입니다. 글로벌 에너지 기업들의 CCUS 현주소는 어디인지, 함께 알아볼까요?
CCS를 넘어 CCUS로 범위를 넓히고 있는 ‘쉘’
2008년부터 일찍이 CCS 기술을 개발해온 쉘(Shell)은 2020년에만 해당 기술에 약 7천만 달러(한화 약 900억 원)를 투자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쉘의 대표적인 CCS 프로젝트는 앨버타 주에서 진행된 ‘퀘스트 프로젝트(Quest Project)’인데요. 2015년 가동을 시작해 2019년 5월까지 약 4백 만 톤의 이산화탄소를 포집하는 데 성공했습니다.
쉘은 줄곧 CCS 위주의 투자를 이어왔는데요. 2020년, 영국의 탄소 포집 전문 기업 SCCS(Scottish Carbon Capture & Storage) 주도하에 북해에서 진행 중인 석유회수증진 프로젝트에 합류하며 CCUS 사업도 본격화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습니다.
공격적인 투자로 CCUS 기술 선점에 나선 ‘셰브론’
셰브론(Chevron)은 CCUS 기술에 투자를 아끼지 않는 것으로 유명하죠. 셰브론이 펀딩을 주도한 대표 기술 중 하나는 스반테(Svante)가 개발한 탄소 포집 기술입니다. 스반테는 캐나다 밴쿠버에 본사를 둔 탄소 포집 기술 회사로, 흡착제 베드를 사용해 탄소를 포집하고 제거하는 기술을 개발했습니다. 또한 셰브론은 가스 터빈에서 발생한 연기 가스에서 이산화탄소를 분리하는 카본 클린(Carbon Clean)의 이산화탄소 포집 기술, ‘사이클론CC(CycloneCC)’에도 투자하는 등 지속적인 CCUS 투자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후발주자에서 CCUS 리더로 ‘엑손모빌’
불과 2020년까지 경제성이 낮다는 이유로 CCUS 기술 투자에 소극적인 입장을 보였던 엑손모빌(Exxon Mobil)은 정부 정책과 업계 전망에 따라 태도를 전환, 2021년에 ‘탄소 포집 신사업부’를 신설하며 적극적으로 CCUS 시장에 뛰어들었습니다. 2022년부터 2027년까지 관련 프로젝트에 70억 달러(한화 약 8조 원)의 예산을 책정하기도 했죠. 엑손모빌의 대표 CCS 사업장은 와이오밍(Wyoming) 주에 위치한 ‘라 바지(La Barge)’ 시설로, 이산화탄소를 연간 700만 미터 톤까지 포집할 수 있습니다. 이 밖에 엑손모빌은 카타르, 호주 등지에서 현지 에너지 기업과 협력을 통해 CCS 기술력을 확장하고 있죠.
최첨단 기술로 CCUS를 실현하는 ‘티셴크루프’
유럽 최대 철강회사 티센크루프(ThyssenKrupp)는 철강 공정에서 발생하는 이산화탄소를 암모니아, 메탄올, 고분자, 알코올과 같은 화학 물질로 가공하는 것을 목표로 ‘Carbon2Chem’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해당 프로젝트를 위해 막스 플랑크 연구소(Max-Planck-Gesellschaft, MPG)를 비롯, 15개 파트너가 협력했는데요. 독일 정부는 프로젝트의 잠재력을 인정해 6천만 유로(한화 약 830억 원)의 건설 자금을 지원했고, 민간에서는 이보다 더 많은 금액의 투자가 진행 중이죠. 이 프로젝트가 실제 산업 규모에서 구현되면 연간 약 2천만 톤의 이산화탄소를 경제적으로 사용할 수 있게 되는데요. 이는 독일 산업부문 이산화탄소 배출량의 10%에 해당하는 양인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국내 기업의 행보는?
우리 나라는 국가 탄소중립 녹색성장 기본 계획에 따라 CCUS의 2030년 감축 목표를 기존 1040만 톤에서 1120만 톤으로 확대했습니다. 2030년까지 누적으로 1680만 톤을 감축해야 하는 상황인데요. CCUS 기술 개발 사업 추진이 시급한 지금, 국내 기업은 어떤 행보를 보이고 있을까요?
국내 CCUS 선두주자 ‘SK E&S’
SK E&S는 2022년, 미국 에너지 기업 콘티넨탈 리소스(Continental Resources, Inc.), 미국 사모펀드 기업 TPG와 세계 최대 규모 CCS 프로젝트에 참여했습니다. 해당 사업은 미국 중서부 지역 5개 주, 32개 옥수수 에탄올 생산설비 시설에서 발생하는 이산화탄소를 포집하는 프로젝트인데요. 기대 이산화탄소 처리량은 연간 최대 1200만 톤으로, 이는 연간 260만 대의 차량에서 발생하는 이산화탄소를 처리한 것과 동일한 수준이죠. 해당 프로젝트는 2024년 상업 운전 시작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SK E&S는 호주 바로사(Barossa) 가스전 개발사업에도 CCS 기술을 접목시킨다는 계획을 발표한 바 있습니다. 채굴 과정에서 발생하는 이산화탄소를 포집해 인근 폐가스전에 저장하고, 공정 과정에서 발생하는 잔여 이산화탄소 또한 탄소배출권 확보 등을 통해 배출량을 전량 상쇄시키겠다는 방침이죠. 그뿐만 아니라 2025년 충남 보령에 들어설 예정인 수소 생산 플랜트에서도 CCS 기술을 적용한 블루수소 생산 계획을 밝히기도 했습니다.
천연가스 노하우로 CCS에 도전하는 ‘포스코인터내셔널’
우리 회사는 지난 2월, 에너지부문 산하에 ‘CCS사업화추진반’을 신설하고 사업 개발에 본격 착수했습니다. 우리 회사의 경쟁력은 1990년대부터 축적해온 가스전 개발 노하우에 기반하는데요. CCS 사업화를 위한 ▲이산화탄소 저장소 탐사 ▲탐사자료 해석 ▲저장소 평가 등이, 가스전 개발을 위한 ▲천연가스 부존지역 탐사 ▲탐사자료 해석 ▲광구 평가 등의 과정과 유사하기 때문입니다. 우리 회사는 오랜 기간 축적한 천연가스 개발 역량과 노하우를 기반으로 CCS 사업화에 박차를 가할 계획을 밝혔습니다.
또한 우리 회사는 CCS 사업화를 위해 글로벌 에너지 기업들과 긴밀히 협력하고 있습니다. 2022년 인수한 호주 세넥스 에너지(Senex Energy)와 함께 CCS 사업화를 위한 기술평가와 경제성 분석 작업을 진행 중이며, 말레이시아에서는 국영 석유기업 페트로나스(Petronas), 페트로스(Petros), 포스코홀딩스 등과 함께 국내에서 포집한 이산화탄소를 염대수층과 해상 고갈 가스전에 저장하는 사업모델을 개발하고 있죠. 이외에도 미국 내 CCS 사업을 위해 투자 대상을 물색하고 있으며, 하반기에는 선정된 후보 사업에 대한 투자 검토도 진행할 예정입니다.
우리 회사는 지난 4월, ‘Green Energy & Global Business Pioneer’라는 새로운 비전을 천명한 바 있습니다. 새로운 비전의 핵심 키워드는 단연 ‘Green’일 텐데요. 수소 혼소발전(Hydrogen Co-firing) 등 친환경 기술 개발에 진심인 우리 회사가 CCS 사업 추진으로 ‘친환경 종합사업회사’라는 명성을 더 드높일 수 있길 기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