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iz Story

인천에서 메라우케까지 편도 23시간, 팜유의 모든 것 – 2편

2024.06.14

1편 줄거리
김기자와 함께 떠난 인도네시아 PT.BIA 르포 취재. 7시간 비행으로 자카르타의 수카르노 하타 국제공항에 도착한 후 파푸아섬으로 다시 야간 비행. 이게 끝이 아닌 마지막 6시간이 넘는 육로 이동.
그렇게 도착한 팜농장 입구에서는 PT.BIA 김원일 법인장을 비롯한 현지 직원들이 반갑게 반겨주었고, 숙소로 이동 전 예상치 못한 삼겹살 파티로 피로를 날려보냈다.

열매가 서말이라도 짜야 팜유(CPO: Crude Palm Oil)다

숙소에서 눈을 감은지 얼마 지나지 않아 천둥소리와 함께 엄청난 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PT.BIA에서 1박 2일만 머무는 일정이었기에 다음날 취재가 걱정되기 시작했다. 빗소리에 뒤척이던 새벽을 지나 핸드폰 알람 소리에 놀라 눈을 떠보니 다행히도 창 밖은 맑게 개어 있었다.

아침 식사를 마치고 C지구에 위치한 제3착유공장(PKS3)으로 향했다. 착유공장 앞마당에 5천톤 용량의 거대한 노란색 CPO 저장탱크 2기가 먼저 눈에 띄었다. 사무동에서 공정설명과 안전교육을 듣고 공장 앞에 도착한 순간 엄청난 양의 팜 열매가 눈앞에 펼쳐졌다.

* 수확된 열매는 트럭으로 각 지구 內 착유공장(총3개소)으로 운송된다. 계근을 마친 팜 열매는 집하장에서 선별과정을 거친 후 공장 컨베이어 벨트로 투입된다.

*공장으로 들어온 팜 열매는 살균 및 세척 과정을 거쳐 은색의 대형 찜기(Sterilizer)에서 삶아진다. 찜기(Sterilizer)에서 나온 팜 열매는 검붉은 색을 띄고 있었다.

*단감처럼 단단했던 과육은 손으로 누르면 기름이 배어 나올 정도로 물러져 있었다. 열매가 제거된 EFB (Empty Fruit Bunch, 빈 열매 다발)는 비료로 재사용 되기도 한다.

*공장 내부는 찜통에서 나오는 증기와 유지류 특유의 기름 냄새, 풋과일을 쪄내면 날 것 같은 묘한 내음으로 가득했다.

*착유를 마친 용액(Press Liquor)은 다시 여과기를 거쳐 핫소스 색깔의 CPO로 최종 완성된다. 생산 과정에서 나온 부산물은 비료로 사용되거나 자가발전 원료로 사용된다. 폐수는 인공호수에서 자연분해를 거쳐 농업용수로 재사용된다. 뭐 하나 버리는 것이 없다. 완성된 CPO는 정제업체로 공급되며 정제소에서 탈검/탈색/탈취 (Degummed/Bleached/Deodorized) 공정을 거쳐 투명한 금빛의 식용 팜유로 제품화된다.

*PT.BIA는 과육에서만 오일을 추출하고 씨앗 (Palm Kernel)은 별도로 분리해서 팜핵유 (Palm Kernel oil, 팜 씨앗에서 추출한 기름) 가공업체에 판매한다. 팜 핵유의 성분은 팜유와 달리 코코넛오일과 유사한 성분을 가지고 있다. 팜 핵유는 크림, 초콜릿, 마가린 등의 제조에 주로 사용된다.

포스코인터내셔널은 ‘적당히’를 모른다

우리회사 사람들은 좀 별나다. 그룹사 교육에서도 포스코인터내셔널 직원들이 대부분 조장이나 팀장을 맡는다. 거래처나 외부 이해관계자들의 얘기를 들어봐도 우리는 좀 유별나다. 파푸아의 밀림 한가운데에서도 그 유별남이 사라질 리가 없었다. PT.BIA는 선진농장시스템과 과학적인 영농기법, 그리고 우리회사 특유의 열정적인 밀착관리를 통해 타사 농장 대비 뛰어난 생산성과 실적을 기록하고 있다. 이론상으로만 가능하다는 착유율 한계치에 근접한 상황임에도 적당히 할 생각은 전혀 없어 보였다.

*PT.BIA는 애그테크(AgTech)를 도입해 농장 내 테스트 베드를 선정하고, 팜 나무에 센서를 설치해 수액의 흐름, 농도 등을 측정하고 토양 분석 데이터를 수집하여 최적화 할 수 있는 방안을 도출하기 위해 노력 중이다. 또한, 포스코DX와 함께 농장 관리 효율화, 정밀농업을 통한 생산성 증대 및 비용 절감, 기계화/자동화 도입을 추진하고 있다.

*테스트베드를 관리하는 기획팀 소속의 Yusri 사원(24세). 술라웨시 출신인 그는 매형이 PT.BIA에서 일하고 있어 회사를 알게 되었고 좋은 회사라고 듣고 취업을 결심했다고 한다. 대학 동기들보다 높은 임금과 회사의 복지에 매우 만족한다고 말했다.

팜농장이 아니다. 이것은 팜시티(Palm City)다.

출장 전부터 김기자는 팜유 산업과 관련된 다큐멘터리부터 각종 리서치 자료와 외신 기사들을 훑어보더니 ‘ESG측면에서 논란이 있는 산업으로 알려져 있으니 직접 눈으로 보고 확인하겠다’며 나에게 긴장감을 심어주었다. 우리가 얼마나 심혈을 기울이며 사업을 운영하고 있는지 알고 있었지만 실제로 가본 적은 없었기에 신경이 쓰였다. 결론부터 말하면 취재가 모두 끝나고 김기자는 나에게 이렇게 말했다.

“기사를 쓰기 전에 중립을 지켜야 하는데…수많은 르포취재를 해봤지만 솔직히 이런 분들은 처음입니다. 힘들었지만 평생 기억에 남을 취재였습니다.”

PT.BIA는 팜 농장이 아니라 하나의 거대한 마을이자 공동 운명체였다. 약 9천여명의 인원이 팜 농장을 중심으로 하나의 작은 사회를 만들고 운영해 나가는 살아있는 유기체였다. 각 지구마다 유치원, 학교와 병원을 설립했고 현대식 주택도 제공했다. 농장 면적의 20%는 플라스마(Plasma)라는 이름의 선주민(원주민 대신 선주민이라는 표현을 사용한다) 조합농장으로 운영하고 있다. 플라스마는 약 600여명의 선주민 조합원으로 운영되는 자립형 농장으로 PT.BIA에서 회사소유 농장과 동일한 수준의 관리시스템을 적용, 효율적인 운영이 가능하도록 지원하고 있으며, 플라즈마에서 발생된 수익금은 조합원들에게 분배된다.

*병원은 응급실과 입원실 그리고 분만실까지 갖추고 있다. 독사에 물릴 경우를 대비해 해독제도 비치되어 있으며 영유아들에게 제공하는 영양식도 병원에서 관리하고 있다. Wawang Tritana(40세) 진료과장은 초음파장비, 혈액분석기, 산소치료기 등 진료에 꼭 필요한 고가의 장비들을 포스코인터내셔널에서 기증해주었다며 지속적으로 감사를 표했다.

*PT.BIA에는 각각 3개의 유치원과 초등학교, 2개의 중학교가 있으며, 학생 수는 약 1,130여 명에 이른다. 아울러 PT.BIA에서는 매년 우수 학생들에게 장학금도 제공하고 있다. PT.BIA 內 학교를 졸업한 학생이 자라서 PT.BIA에 다시 입사하게 된다면 김기자와 함께 다시 와서 인터뷰 기사를 추진해보자고 약속했다.

*환경호보 활동은 기본 중의 기본이다. 농장 내에 고보존구역을 지정해 주기적으로 드론과 트랩 카메라 등 최신장비를 활용해 산불, 홍수, 가뭄, 수질오염, 야생동식물 생태변화 등을 면밀하게 모니터링하는 등의 보존활동을 펼치고 있다. 트랩 카메라는 식생에 방해가 되지 않도록 설치하여 야생동물의 모습을 생생하게 포착 및 모니터링 하는데 사용되고 있다.

우리는 왜 일하는가

PT.BIA 취재를 통해서 나는 우리가 왜 일하는가에 대한 답을 구할 수 있었다. 우리가 하는 일은 인류에게 더 나은 삶을 제공하는 숭고한 일이었다. 실패할 것이라는 우려를 뒤로하고 적도의 밀림 한가운데 팜 시티를 건설해낸 선배, 동료, 후배 그리고 현지인 직원들께 무한한 경의와 찬사를 보낸다.

▲ 우측 아래 사진은 인도네시아에서 아이들이 연장자에게 예의를 표하는 전통적 방식의 인사인 ‘술람’을 하는 모습이다

*취재에 성심껏 협조해주신 PT.BIA 법인 모든 분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일기 형식으로 본문에 존칭과 경어체를 생략하였습니다. 널리 양해바랍니다.

팜농장은 화전방식으로 개간하여 환경파괴의 주범이다?

  • 환경 보호의 필요성에 대한 인지가 이뤄지기 이전, 일부 농장은 전통적인 개간 방식을 채택하기도 하였으나, 대기 오염, 산불 확산, 생태계 파괴 등의 우려가 제기됨에 따라 점차 해당 관행은 사라졌다. 우리 PT BIA 농장의 경우 100% Mechanical 방식의 벌목 개간을 수행하여 해당하지 않는다. 참고로 인도네시아에서 화전을 할 경우 사업 허가권이 취소된다.

팜농장은 이탄지를 훼손하여 환경과 생태계를 파괴한다?

  • PT.BIA가 개발한 임지 내에는 이탄지가 존재하지 않으며, 최근에는 인도네시아 정부도 이탄지에 대한 보호를 강화, 팜 농장 개발 허가를 내주고 있지 않고있다.

착유공장은 오염물을 배출하여 환경을 오염시킨다?

  • PT.BIA에서 발생하는 폐수는 인공호수에서 유기분해를 통한 자연정화 후 농업용수로 재사용하고 있다.
  • 부산물들은 전량 비료 및 발전용(공장가동 및 생활용)으로 재사용하고 있다.

팜농장은 선주민 생활터전을 없애고 생존을 위협한다?

  • PT.BIA 지역은 원래 선주민이 거주하지 않았던 곳이며, 사냥터라고 주장하는 선주민들의 관습적 토지 소유권을 인정하고 그에 대한 토지보상을 진행했다.
  • 조합농장 설립 및 운영, 주택보급, 학교설립, 병원운영, 장학금지원, 영농지원금 등 상생활동을 적극적으로 이행하고 있다.
  • 기존 수렵에 의존하던 선주민들의 삶의 질 개선을 위한 다양한 활동을 진행하고 있다. (교육, 의료, 보건 등)

농장 관리에만 집중하고 주변 생태계 보호활동에 소홀하다?

  • 파푸아 섬에는 오랑우탄 등 유인원이 서식하지 않는다. (주로 조류, 파충류 등이 서식)
  • 농장 내 미개발 상태로 보존하고 있는 생태보존구역은 드론, 트랩 카메라 등 첨단장비를 동원해 산불, 수질오염, 동식물 생태 모니터링 및 보존활동을 적극적으로 수행하고 있으며, 농장 밖에서도 대규모의 환경보존활동을 전개하고 있다.

팜사업은 수익성이 목적이며 ESG관련 조치들은 실효성이 없다?

  • 2020년 NDPE(No Deforestation, No Peat, No Exploitation) 선언 이후, 국내기업 최초로 환경과 현지 주민의 권리·인권을 보호하며 팜유를 생산하겠다는 팜 사업 환경사회정책을 선언했다.
  • 2021년 RSPO(Roundtable On Sustainable Palm Oil) – 지속가능한 친환경 팜 사업 국제 인증을 획득했다.
  • 인도네시아 환경 NGO 대표를 자문위원으로 위촉해 자체 심의 활동 및 개선점 청취하여 회사의 환경 보전활동 및 선주민 지원활동에 적극 반영하고 있으며, 이를 위해 별도 예산을 배정하여 실제 이행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