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 무더위가 기승을 부렸냐는 듯, 가을바람이 솔솔 부는 계절이 왔습니다. 지난 8월 동안 세계 각지에서도 다양한 변화의 바람이 불었는데요. 해외영업사원인 저 ‘포대리’가 특히나 강렬했던 이슈만을 모아 한눈에 정리했습니다. 지금 바로 살펴보시죠!
1. ‘잊혀진 재앙’ 수단 내전, 끝은 어디일까?
이스라엘-하마스 전쟁과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국제사회가 떠들썩한 요즘. 그 사이에 잊혀 가는 비극적인 전쟁이 있습니다. 17개월째 이어지고 있는 수단 내전인데요. 잊어서는 안 될 이 분쟁의 배경과 현황을 알아봅니다.
내전 배경 총정리
1989년, 수단에서 쿠데타를 통해 정권을 장악한 오마르 알 바시르(Omar al-Bashir, 이하 알 바시르)는 30년 동안 독재 정권을 이어갔습니다. 수단의 풍부한 자원은 독재 정권의 통제 아래 놓였고, 경제 상황이 악화될 때마다 무분별한 화폐 발행이 이어졌습니다. 그 결과, 수단은 점점 더 심각한 경제적 어려움과 사회적 피폐함에 빠져들었습니다.
2019년, 오랜 억압에 지친 수단 국민들이 민주화를 요구하며 대규모 시위를 벌였습니다. 그러나 이러한 혼란을 틈타 또 다른 군부 세력의 지도자인 압델 파타 알 부르한(Abdel Fattah al-Burhan, 이하 알 부르한)이 쿠데타를 일으켜 중앙정부를 장악하는 사태가 발생합니다.
이때, 알 바시르 정권 하에서 ‘신속지원군(Rapid Support Forces, RSF)’이라는 정예부대의 사령관을 맡았던 모하메드 함단 다갈로(Mohammed Hamdan Dagalo, 이하 다갈로)라는 인물이 부상합니다. 다갈로는 쿠데타가 일어나자마자 알 바시르를 배신하고, 알 부르한과 한 편이 돼 시위대를 강압적으로 진압하는 역할을 수행하게 됩니다.
알 부르한과 다갈로는 힘을 모아 쿠데타를 성공시킵니다. 그런데 알 부르한은 돌연 권력을 독점하겠다는 야욕으로, 같은 편이었던 다갈로를 몰아내기 위한 계획을 세웁니다. 이에 다갈로는 자신의 군대인 신속지원군을 이끌고 알 부르한의 정부군(Sudanese Armed Forces, SAF)에 맞서 전쟁을 선포합니다. 2023년 4월 15일, 수단을 피로 물들인 내전은 이렇게 시작됐습니다.
수단 내전의 나비효과… 국제 사회에 미친 영향은?
수단은 홍해와 접해있으며, 800km에 이르는 긴 해안선을 가지고 있습니다. 홍해엔 세계 컨테이너 물동량의 30%가 지나가는 ‘무역의 동맥’ 수에즈 운하(Suez Canal)가 위치해 있습니다. 수단의 붕괴는 이미 예멘 후티 반군의 공격으로 혼란을 겪고 있는 수에즈 운하 주변 정세를 더욱 악화시키고 있습니다.
상황이 심화되자, 화물선들이 수에즈 운하를 피해 아프리카 희망봉을 우회하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이는 물류 항해 일수를 연장시켜 선박 연료비 등 추가 비용을 발생시킬 수밖에 없습니다. 따라서 무역 의존도가 75%에 달하는 우리나라 경제에도 부정적인 영향이 우려되는 상황입니다.
수단 내전은 수단에 진출해 있는 글로벌 기업들에게도 타격을 주었습니다. 우리 회사의 수단제약법인 GMC도 사업을 일시 중단한 상태이며, 주재원도 한국으로 철수한 상황입니다.
“반군과 100년이라도 싸울 것” 끝이 안 보이는 전쟁
17개월째 지속되고 있는 무력충돌로 수단은 철저히 파괴되었습니다. 심각한 기근과 홍수까지 겹치면서, 그 피해는 고스란히 민간인들에게 돌아가고 있습니다. 사태 완화를 위한 노력의 일환으로, 지난 7월 23일 미국 정부는 스위스에서 휴전 회담을 추진하겠다고 발표했습니다.
8월 14일부터 23일까지 진행된 회담에는 스위스, 사우디아라비아, 아프리카연합(African Union, AU), 이집트, 아랍에미리트, 유엔(United Nations, UN)이 참가했습니다. 그러나 내전 당사자 중 하나인 정부군은 참석하지 않았습니다. 알 부르한 장군은 회담 다음 날인 24일, 다시 한번 평화 회담 거부 입장을 밝히며 “100년이라도 싸울 것”이라는 다짐을 내비쳤습니다.
수단은 현재 벼랑 끝에 서 있지만, 전쟁이 쉽게 끝나지 않을 것이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분석입니다. 정부군과 신속지원군이 한치의 양보도 없이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주변 국가들의 이해관계도 각기 다르기 때문입니다. 더욱이 서방에 적대적인 테러 세력들이 수단의 혼란을 악용해 세력을 확장하려는 움직임을 보이면서, 수단 내전이 전 세계적인 혼란으로 확산될 수 있다는 우려까지 제기되고 있습니다.
2. 워런 버핏이 뷰티 기업에 투자했다? (feat. K-뷰티)
워런 에드워드 버핏(Warren Edward Buffett, 이하 버핏)의 투자 목적 지주회사 ‘버크셔 해서웨이(Berkshire Hathaway)’가 지난 2분기 동안 애플 주식 거의 절반을 매도하며 화제를 모았습니다. 그리고 최근, 버핏의 다음 투자처가 공개됐습니다!
애플 팔고 투자한 ‘이곳’은 어디일까?
지난 8월 14일, 버크셔 해서웨이는 13F 보고서1를 통해 워런 버핏이 애플 지분을 대거 매도해 쌓아 놓았던 막대한 현금을 화장품 소매업체 울타 뷰티(Ulta Beauty)에 배팅했다고 전했습니다. 지난 분기 동안 투자한 금액은 약 2억 6,600만 달러(약 3,500억 원), 매입한 주식 수는 약 69만 주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1990년에 설립된 울타 뷰티는 프리미엄부터 중저가까지 다양한 화장품을 고루 갖춘 뷰티 리테일 체인입니다. 2024년 2월 기준으로 미국 내 1,385개 매장이 운영 중이며 500개 이상 브랜드가 입점해 있습니다. 주가 역시 2020년 100달러 선에서 올해 초 570달러까지 급등했습니다.
버핏이 노린 건 ‘립스틱 효과’?
시원한 성장세를 자랑하는 울타 뷰티. 하지만 버크셔가 울타 뷰티를 매입한 2분기엔 주가가 27% 하락하며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었습니다.
버크셔 해서웨이는 이를 ‘저가 매수’의 기회로 판단했을 것으로 보입니다. 워런 버핏은 평소 시장에서 감정적인 매도가 발생할 때, 이러한 상황을 저가 매수의 기회로 활용해야 한다고 강조해왔기 때문입니다.
또 일부 전문가들은 버핏이 ‘립스틱 효과’를 노렸을 것이라고 추정하고 있습니다. 립스틱 효과란 경기 침체기에 소비자 지출이 립스틱과 같은 작은 사치품으로 이동하는 경향을 말합니다. 일본 경제지 니혼게이자이신문(日本經濟新聞)도 “버핏이 다가오는 경기 침체를 예상하고 화장품 회사 주식에 투자했을 것”이라는 분석을 내놓았습니다.
자본을 현명하게 운영하는 울타 뷰티의 강력한 경영진이 경쟁력으로 작용했을 것이라는 분석도 있습니다. 이는 워런 버핏이 투자 시 중시하는 요소이기도 합니다. 실제로 울타 뷰티의 투자자본 수익률(Return On Invested Capital, ROIC)은 28%(올해 5월 기준)로, 미국 대표 소매업체 코스트코의 18%를 크게 상회하는 수준입니다.
‘버핏 효과’로 국내 뷰티 산업도 들썩!
이 같은 소식이 전해지자, 한동안 중국 시장에서의 고전으로 부진을 면치 못했던 K-뷰티 주식도 반등의 기회를 잡았습니다. 특히 울타 뷰티에 입점해 있는 한국 화장품 업체들의 주가가 크게 올랐습니다. 지난 8월 16일 국내 증시에서 마녀공장은 7.38%, 토니모리는 7.96%, 아모레퍼시픽은 4.24% 상승세를 기록했습니다.
화장품 제조업자개발생산(ODM) 업체들도 이번 기회를 놓치지 않았습니다. 한국화장품제조는 이날 무려 20.34% 상승했고, 한국콜마와 코스메카코리아도 각각 4.76%, 6.90%씩 상승했습니다.
전문가들이 바라보는 K-뷰티 전망은?
버핏의 행보는 글로벌 뷰티 시장에 대한 청신호로 해석됩니다. 이에 국내외 전문가들도 K-뷰티 전망을 긍정적으로 바라보고 있습니다. 미국 시장조사업체 잉크우드 리서치(Inkwood Research)에 따르면, 2023~2032년 동안 글로벌 K-뷰티 제품 시장은 매출 기준으로 연평균 성장률 9.71%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키움증권의 한 연구원은 울타 뷰티뿐만 아니라 틱톡샵 등 SNS를 통한 국내 화장품 업체들의 판매 채널이 점차 확장되고 있어, 대형 업체뿐만 아니라 중소형 브랜드들의 해외 진출 수요도 꾸준히 증가할 것이라고 전망했습니다.
3. 대규모 시위가 이어지고 있는 세르비아, 원인은 리튬?
세르비아의 수도 베오그라드(Beograd)에서는 현재 2만 명 이상의 시민들이 대규모 시위를 벌이고 있습니다. 지금 이 순간에도 계속되고 있는 시위 물결, 그 원인은 무엇일까요?
유럽의 ‘리튬 보물 창고’ 자다르 광산
세르비아 서부 로즈니카(Loznica)에는, 2004년 글로벌 광산 업체 ‘리오 틴토(Rio Tinto)’가 ‘자다라이트(Jadarite)’라는 광물을 처음 발견하며 알려진 ‘자다르(Jadar) 광산이 있습니다. 자다라이트는 광석 톤당 높은 농도의 리튬과 붕소를 포함하고 있었고, 이 광물을 다량 보유한 자다르는 세계에서 가장 중요한 광상(鑛床) 중 하나로 평가받게 됐습니다.
줄곧 자다르 광산을 눈여겨보던 리오 틴토는, 2021년 마침내 세르비아 정부로부터 광산 개발 허가를 받았습니다. 그리고 곧바로 24억 달러(3조 2천억 원) 규모의 개발 프로젝트를 추진했습니다.
세르비아 시민들 “독일을 위한 환경 파괴 NO!”
하지만 프로젝트는 순탄하게 진행되지 않았습니다. 세르비아 시민들과 환경단체가 광산 개발에 반대하며 나섰기 때문입니다. 이들은 리튬 개발로 인한 환경 오염 가능성을 우려하며, 환경 영향 평가와 타당성 조사가 충분히 이루어지지 않았다는 이유로 반기를 들었습니다.
세르비아 야당 ‘도스타 이에 빌로(Dosta je Bilo; Enough is Enough)’는 자다르 광산 개발은 독일 자동차 산업을 위한 프로젝트라며, 독일이 감당해야 할 환경오염을 세르비아에 떠넘기는 일이라고 지적하기도 했습니다. 반대 시위는 순식간에 전국 규모로 확대됐습니다. 그리고 2022년 1월, 세르비아 정부는 결국 리오 틴토에게 내줬던 자다르 리튬 광산 개발 허가를 취소하기에 이르렀습니다.
유럽이 자다르 광산에 주목하는 진짜 이유
리튬 채굴은 필연적으로 환경 오염 문제를 수반합니다. 때문에 환경 이슈에 민감한 유럽 국가들은 일찌감치 개발 대신 수입을 선택했습니다. 그 결과 EU 역내 리튬 생산량은 제로에 가까워졌습니다.
유럽은 새로운 고민에 직면하게 됐습니다. 바로 중국에 대한 리튬 의존도가 지나치게 높다는 것입니다. 유럽은 전기차 시장 성장률이 가장 높은 지역으로, 전기차 배터리의 핵심 소재인 리튬 수요도 급격하게 증가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현재 유럽은 전기차에 사용되는 리튬의 80~90%를 중국으로부터 수입하고 있는 실정입니다.
‘광물 안보’에 위기감을 느낀 유럽에서는 리튬 공급망을 다변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습니다. 이러한 이유로 유럽은 자다르 광산 개발에 사활을 걸고 있습니다.
우여곡절 끝에 재개한 자다르 광산 개발 프로젝트
지난 7월 11일, 세르비아 헌법재판소가 돌연 세르비아 행정부의 광산 개발 프로젝트 취소 결정에 대해 위헌 판결을 내립니다.
그리고 7월 16일엔 세르비아 정부가 리오 틴토에게 광산 개발 허가를 재승인 했고, 바로 뒤이어 7월 19일엔 EU, 독일, 세르비아가 수십억 규모의 리튬 광산 개발 협정을 위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하기에 이릅니다. 자다르 광산 개발이 무산되고 약 2년 6개월 만에 프로젝트가 재개된 것입니다.
환경 보호 VS 미래 성장, 세르비아의 향방은 어디로?
자다르 광산이 개발되면, 유럽 리튬 수요의 90%에 해당하는 연간 5만 8천 톤 규모의 리튬을 생산할 수 있을 것으로 추산됩니다.
자다르 광산 개발은 세르비아 경제와 외교, 정치에도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됩니다. 세르비아 정부는 이번 프로젝트 1건으로 인해 세르비아 국내총생산(GDP)이 1% 증가할 것이라 전망하고 있으며, EU와 관계를 강화함으로써 EU 가입을 위한 발판을 마련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세르비아는 최근 갈탄·석탄 발전, 산업·광산 폐수 등으로 심각해진 대기 오염과 수질 오염 때문에 환경 문제에 대한 민감도가 높아진 상황입니다. 이런 배경 속에서, 세르비아 시민들과 환경 단체는 토양 오염, 수질 오염, 생물 다양성 손실, 폐기물 발생, 농가 피해 등 각종 환경 문제를 초래할 수 있는 광산 개발을 강하게 반대하고 있습니다.
지난 8월 28일, 밀로시 부체비치(Miloš Vučević) 세르비아 총리는 X(옛 트위터)계정을 통해 “국민의 안전이 확보되고, 땅과 공기, 그리고 물이 깨끗하게 보존된다는 보장이 있기 전까진 아무런 작업도 진행하지 않겠다”고 밝혔습니다. 앞으로 세르비아가 이 상황을 어떻게 풀어갈지, 귀추가 주목됩니다.
지금 이 순간에도 끊임없이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는 지구촌! 그 변화의 흐름 속 한발 앞서 나가는 포인터인들을 위해, 저 포대리가 늘 발 빠르게 움직이겠습니다. 다음 달에 더 알찬 이슈로 찾아뵙겠습니다!
- 13F 보고서 : 운용자산 규모가 1억 달러 이상인 미국 기관투자자가 제출해야 하는 공시자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