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ulture

[동호회를 만나다] 뜨거운 코트를 가르는 시간, 일요일 새벽 6시

2024.09.25

‘동호회를 만나다’는 동료들과 다양한 취미 활동을 공유하며 팀워크를 높여가는 포스코인터내셔널 임직원들의 이야기를 담은 시리즈 콘텐츠입니다.

70~80년대생 남자들에게 농구는 조금 특별한 스포츠입니다.

학창시절 ‘농구대잔치’에서는 서장훈의 연세대, 현주엽의 고려대 농구팀이 쟁쟁한 선배들(허동택 트리오: 허재, 강동희, 김유택)이 포진한 실업팀들을 위협했고, 장동건, 손지창, 심은하 주연의 ‘마지막 승부’라는 농구드라마가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습니다. 책가방에는 교과서 사이에 ‘슬램덩크’ 만화책이 섞여 있었죠. 도심 곳곳에 농구 골대가 생기고 ‘에어조던’과 ‘샤크-펌프’ 농구화를 한번 신어보는게 로망이었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그렇게 30년의 세월이 흘러 ‘영광의 시대’를 기억하며 다시 모여든 이들이 있습니다. 바로, 모두가 잠든 일요일 새벽 6시, 농구 코트로 모여든 삼체 회원들. 그들과 함께 잠시 동안 ‘영광의 시대’로 다시 돌아가 봤습니다.

Q. 안녕하세요. 먼저 자기소개 부탁드려요.

박태훈: 농구 동호회 ‘삼체’의 회장 박태훈입니다. 포지션은 스몰포워드로 공격시에 적극적으로 앞장서는 역할을 맡고 있습니다.

김병윤: 비품 관리에서부터 게스트 섭외, 상대팀 섭외, 전반적인 경기운영을 맡고 있는 삼체 부회장 김병윤입니다. 포지션은 파워포워드로, 센터와 같이 골밑을 지키거나 골대 가까이에서 적극적으로 리바운드에 참가해 경기의 주도권을 가져오는 역할입니다.

Q. 동호회 회원들은 어떻게 구성되어 있나요?

박태훈: 회원 대부분이 40대 초 중반(70~80년대생) 세대입니다. 다들 학창시절 농구에 대한 추억이 있는 아저씨들이죠. 그 중에서 실력이 출중하신 분도 있습니다. 권우현 그룹장님 같은 경우에는 아직도 덩크슛이 가능한데요, 78년생이신데 몸 관리를 어찌나 잘 해오셨는지 온몸이 근육질이십니다.

Q. 회원 중에 여성분도 있으시다고 들었어요.

김병윤: 네, 맞습니다. 삼체 유일의 선수출신 이소라 주임입니다. 고등학교 때까지 선수 생활을 했다고 하는데, 특이하게도 어머니가 NBA 팬이라 농구를 시작하게 되었다고 합니다.

박태훈: 이소라 주임은 역시나 선수 출신이라 확실히 서있는 자세부터 다릅니다. 모든 것이 정석으로 폼이 갖춰져 있고, 디테일이 다르죠. 특히 눈에 띄는 게 공이 없을 때의 움직임입니다. 우리는 멈춰 있다가 공을 받고 나면 움직이거든요. 그런데 공이 없을 때도 계속 움직이면서 자기 자리를 찾더라고요. 가끔 이소라 주임에게는 우리들 움직임이 ‘답답해 보이지 않을까?’ 생각할 때도 있습니다.

Q. 말씀을 듣다 보니 정말 농구를 사랑하시는 것 같아요. 농구에 흥미를 느끼게 된 계기가 무엇인가요?

박태훈: 저도 ‘슬램덩크’를 보고 자랐고, 마이클 조던을 좋아해서 NBA 경기를 챙겨보곤 했습니다. 실제로 농구를 시작한 건 중학교 때였는데, 대학생 때까지는 취미로 즐기다가 사회생활을 하면서 자연스럽게 중단하게 되었어요. 그런데 인도 주재원으로 가면서 한인 농구 동호회 활동을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인도에 한국인이 많지 않다 보니까 교민, 주재원, 유학생 등 농구를 할 수 있는 사람들이 총집합한 동호회였는데 정말 즐거웠습니다.

김병윤: 저는 원래 축구, 농구 등 모든 운동을 좋아했는데, 농구는 특히 실내운동인 점이 마음에 들었습니다. 184cm로 키도 큰 편이고 팔도 길어서 농구하기에 신체조건이 좋은 편이기도 했고요. 본격적인 동호회 활동은 전역 후에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사회인 동호회에 소속되어서 지금까지 즐기고 있죠.

Q. 김병윤 님, 덴마크 생활에서 생활하시며 가장 열심히 농구를 하셨다고 들었습니다.

김병윤: 네, 맞습니다. 덴마크에서 6개월 정도 교환학생 생활을 했는데, 인생에서 농구를 가장 열심히 한 시기 같아요. 덴마크는 생활체육 시스템이 잘 되어있는 선진국 답게 아마추어 리그도 활성화되어 있거든요. 가입할 때도 트라이아웃을 거쳐서 겨우 입단할 수 있었어요. 사실 교환학생으로 갔지만 공부보다 농구를 더 열심히 했어요.😊 기본적으로 주 3회 연습을 하고 주말에는 원정경기를 다녔죠.

그러고보니 덴마크에서 농구 경험을 많이 쌓았던 것 같네요. 제 키가 184cm인데, 팀에서 가장 작은 키였어요. 그래서 가드 포지션을 받고 농구하는 습관도 많이 바꾸게 되었죠. 원래 속공할 때 몸을 많이 부딪치는데, 그럼 바로 튕겨 나가거든요. 그래서 반 박자 빠르게 공격해야 했죠. 게다가 동양인이 저 한 명뿐이라 실수할까 봐 항상 긴장 상태였어요. 실수를 몇 번만 하면 공이 제 쪽으로 오지 않았거든요. 그래도 전술적인 부분에 대해서 체계적으로 배우고 수비하는 스킬도 배울 수 있는 소중한 시간이었어요.

Q. 직접 경기하시는 모습을 보니 농구가 몸싸움이 있는 스포츠인 만큼 부상도 잦을 것 같아요.

박태훈: 발목이 꺾이는 일은 자주 있는 것 같습니다. 그럴 땐 6주 정도 쉬어줘야 하는데 사실 3주 정도 있다가 다시 운동을 시작하게 됩니다. 의사 말을 잘 들어야 하는데 몸이 근질거려서 참기가 힘드네요.

김병윤: 저는 좀 심한 부상을 입은 경험이 있어요. 오른쪽 눈을 상대선수 손가락에 찔려서 안구가 파열된 경험이 있거든요. 그때는 실명하면 어떻게 하나 걱정했는데, 다행히 회복했습니다. 그 댓가로 안압 약을 10년째 넣고 있으면서도 농구는 그만 둘 수가 없네요.

Q. 경기에 임하시는 열정이 대단하신데요. 일요일 새벽 6시부터 경기를 하시는 게 힘들지는 않나요?

박태훈: 동호회 회원이 대부분 과차장급 이상에 자녀를 둔 기혼자들입니다. 기혼자라면 공감하겠지만 육아하면서 취미생활을 한다는 게 쉬운 일이 아닙니다. 하지만 일요일 새벽 6시부터 8시까지라면 가족들이 잠든 사이에 활동할 수 있습니다. 모임 시간은 그렇게 정해졌죠. 저희에게는 새벽 6시는 힘든 시간이 아닌 취미생활을 할 수 있는 소중한 시간이죠. 그런데 이 모임 시간이 미혼 직원에게는 진입장벽이 되는 것 같습니다. 다들 새벽 6시에는 ‘도저히 나올 수 없다’고 고개를 젓더군요. 😅

Q. 새벽 6시, 단순한 동호회 활동 그 이상의 ‘미라클모닝’처럼 느껴지기도 하는데요?

박태훈: 생각해보니 그런 것 같습니다. 가장 순수하게 좋아하는 것을 할 수 있는 시간이니까요. 가정을 이루고 육아를 하다 보니 오롯이 나를 위해서 시간을 내기가 어렵더라고요. 그래서 어렸을 때부터 좋아하는 농구를 할 수 있는 시간이 아주 소중합니다. 새벽잠을 줄이는 것 정도는 아무것도 아니죠. 전날 밤에 약속이 있어도 과음을 안 합니다. 좋은 컨디션으로 모임에 참여하고 싶거든요.

김병윤: ‘오롯이 나에게 집중할 수 있는 시간’이기에 미라클모닝과 같은 것 같습니다. 그리고, 이런 시간을 함께 가지며 추억을 만들 수 있는 사람들이 있어 행복감도 느끼고요. 그렇다 보니 문득 ‘아내도 나처럼 자신만을 위한 시간이 필요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 때가 있어요. 그래서 종종 아내에게도 “푹 빠져서 시간 가는 줄 모를 만큼 좋아하는 취미를 찾았으면 좋겠다”고 권유하고 있죠.

Q. ‘삼체’만의 재미 있는 행동이 있다면서요?

박태훈: 저희 동호회의 특별한 점은 활동이 끝나자마자 다들 숨도 안 쉬고 ‘샤샤샥’ 흩어진다는 것입니다.😁 보통 도착해서 3경기 정도 하고 헤어지는데, 마지막 경기는 음료내기 게임으로 진행하거든요. 그럼 마지막으로 커피나 이온음료를 한입에 털어 넣고 쿨하게 집으로 직행합니다. 저희가 가진 배경을 모른다면 ‘안친한가?’라고 오해할지도 모르겠네요.

Q. 마지막으로 내일의 ‘삼체’와 함께할 분들에게 농구의 매력을 소개한다면요?

김병윤: 대표적인 인기 구기종목인 축구나 야구와 비교했을 때, 농구는 10분, 5분만에 쉴 새 없이 골이 나오죠. 작은 쾌감이 빈번하게 일어난다고 할까요? 그런 점이 매력적인 것 같아요. 게다가 저희 동호회 ‘삼체’는 삼대삼과 오대오 농구를 모두 경험할 수 있는 것이 장점이라고 생각해요. 삼대삼은 무산소 운동 느낌이 강하고 오대오는 유산소 운동에 가깝기 때문에 복합적으로 신체를 단련할 수 있죠.

박태훈: 주변에 제 또래는 대부분 골프를 하는데, 저는 정적인 스포츠는 재미가 없더라고요. 농구를 하다 보면 젊게 사는 느낌이 들어서 좋습니다. 그래서 현재 NBA의 왕으로 불리는 르브론 제임스의 절친인 카멜로 앤서니 선수를 좋아했어요. 지난해에 은퇴하긴 했는데, 늦은 나이까지 자기관리를 잘하면서 활동했거든요. 저 역시 몸 관리 열심히 하면서 오랫동안 농구를 하고 싶습니다.


일요일 새벽 6시부터 8시, 농구 동호회 ‘삼체’를 만나 이야기를 나누고, 경기를 관람한 2시간은 마치 과거 ‘영광의 시대’로 시간 여행을 하고 온 기분이 들었습니다. 그리고, 무언가를 열정적으로 좋아하는 사람들이 모이면 즐거움이 배가 된다는 것을 다시 한번 느꼈습니다.

무료하게 보낼 수 있는 일요일 새벽을 열정의 시간으로 바꾸고 싶다면, 농구 동호회 ‘삼체’와 함께해보면 어떨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