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을사년(乙巳年)이 밝았습니다. 새로운 도약을 위한 각국의 정책 변화와 주요 기업의 기술 혁신이 빠르게 진행되고 있는데요. 글로벌 경쟁력 선점을 위해 발 빠르게 움직여야 할 지금, 해외영업사원인 저 ‘포대리’가 핵심 이슈만을 모아 정리했습니다.
1. AI 붐에 각광받는 ‘K변압기’
발전소에서 생성된 전기가 먼 거리를 이동하기 위해선 전압을 높이는 것이 필수입니다. 이를 위한 핵심 장치, 바로 변압기인데요. 최근 글로벌 변압기 수요가 급증하며 국내 변압기 수출 실적 역시 폭발적인 성장세를 기록하고 있습니다.
‘슈퍼사이클(초호황기)’ 진입한 변압기 시장
지난 1월 3일 발표된 관세청의 〈수출입 무역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동안 1만 킬로볼트암페어(㎸A) 이상 초고용량 변압기 수출액은 약 9억 4,800만 달러(약 1조 4,000억 원), 수출 중량은 약 5만 8,800톤으로 잠정 집계됐습니다. 이는 2022년 대비 수출액이 146.9%, 수출 중량은 57.4% 증가한 수치인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이에 따라 국내 전력기기 빅3사 ▲HD현대일렉트릭 ▲효성중공업 ▲LS일렉트릭도 ‘일감 풍년’을 맞은 모습입니다. 2024년 3분기 기준 HD현대일렉트릭은 약 7조 2,000억 원, 효성중공업은 7조 3,000억 원, LS일렉트릭은 2조 9,000억 원 규모의 수주잔고를 확보했습니다. 이는 불과 2년 만에 2배 가까이 증가한 수치로, 이들 기업은 약 5년 치 일감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현재 이들 기업은 수익성이 높은 신규 주문만 선별적으로 계약하고 있으며, 이 같은 전략으로 고부가가치 시장에서 기업의 경쟁력을 더욱 강화하게 될 것이라는 분석입니다.
변압기 전성시대! 핵심 수출 시장은 ‘미국’
최근 변압기 수요 급증의 주요 원인으로 미국 시장의 구조적 변화가 주목받고 있습니다. 먼저, 미국 내 노후화된 변압기 교체 수요가 증가한 점입니다. 2020년 미국 에너지부(US Department of Energy, DOE) 조사에 따르면, 미국 대형 변압기의 약 70%가 설치 후 25년을 초과한 상태인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변압기의 일반적인 수명은 20~30년으로, 글로벌 전력망의 안정성 확보를 위해 교체 수요가 빠르게 증가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또한, 인플레이션 감축법(Inflation Reduction Act, IRA) 시행 이후 미국 전역에서 새로운 공장들이 속속 건립되고 있으며, 인공지능(Artificial Intelligence, AI) 시대를 맞아 데이터센터 건설이 활발해지고 있는 것도 전력 수요 급증의 주요 요인으로 꼽힙니다. 추가로, 미국 정부가 국가 안보를 이유로 중국산 변압기 수입을 제한하면서 한국산 변압기에 대한 수요가 반사이익을 얻고 있다는 분석도 주목받고 있습니다.
앞으로의 전망은?
미국 시장은 국내산 변압기의 핵심 수출 시장으로 자리 잡고 있습니다. HD현대일렉트릭의 경우, 전체 매출에서 미국 시장 비중이 최대 50%에 달할 것으로 보이며 LS일렉트릭 또한 2024년 북미시장 전력 인프라 관련 매출액이 약 7,000억 원에 이를 것으로 추정됩니다.
이에 따라, 트럼프 전 대통령이 재집권할 경우 무역 장벽 강화와 관세 부과 등의 리스크가 존재한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습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대체로 긍정적인 전망을 내놓고 있습니다. 미국은 지난해 10월, 약 35억 달러(약 5조 1,000억 원) 규모의 정부 주도 송배전망 투자 계획을 발표했으며, 이러한 투자는 트럼프 정권 2기에서도 지속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특히, 공격적인 데이터센터 건설로 미국 내 전력망 공급 부족이 심화되고 있기 때문에 한국산 변압기에 높은 관세를 부과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입니다.
탄탄한 기술력을 기반으로 글로벌 전력 인프라의 핵심 파트너로 자리매김하고 있는 K변압기! 급증하는 전력 수요를 안정적으로 뒷받침하며, 미래 에너지 인프라의 중심 축으로 활약할 앞으로의 행보가 기대됩니다.
2. 꿈의 기술 양자컴퓨팅, AI 뒤를 잇는다?
독일 물리학자 베르너 하이젠베르크(Werner Karl Heisenberg)가 양자역학 이론을 정립한지 100주년을 맞는 올해, 꿈의 기술로만 불렸던 양자 과학기술이 글로벌 시장에서 차세대 핵심 기술로 떠오르고 있습니다.
양자컴퓨팅이란?
양자컴퓨터는 0과 1을 동시에 표현하는 ‘큐비트(qubit)’를 이용해 기존 컴퓨터보다 훨씬 더 빠른 연산이 가능한 차세대 컴퓨터입니다. 0 또는 1 중 하나의 ‘비트(bit)’로만 연산하는 기존 컴퓨터 대비, 양자컴퓨터는 최대 30조 배 빠른 처리 속도를 구현할 수 있습니다. 업계에서는 하드웨어인 양자컴퓨터와 이를 구동하는 알고리즘과 소프트웨어 등 전체 시스템을 ‘양자컴퓨팅(Quantum Computing)’이라고 칭하고 있습니다.
고성능 PC 시장 조사기관 하이페리온리서치(Hyperion Research)에 따르면, 글로벌 양자컴퓨팅 시장 규모는 2024년 약 9억 6,000만 달러(약 1조 4,000억 원)에서 2027년 약 18억 8,000만 달러(약 2조 7,000억 원)까지 성장할 전망이며, 연평균 성장률은 25% 이상으로 예상됩니다.
구글, 양자칩 ‘윌로우’ 공개! 양자컴퓨터 시대 열릴까?
지난 12월, 구글의 연구 회사 ‘구글 퀀텀 AI(Google Quantum AI)’가 양자 기술을 활용한 컴퓨팅칩 ‘윌로우(Wilow)’를 공개했습니다. 이와 동시에 지난 한 해 내내 AI로 자금이 몰리던 미국 증시에서 머니무브(자금이동) 현상이 나타나기 시작했습니다.
2일 기준 미국 뉴욕증권거래소(New York Stock Exchange, NYSE)와 나스닥증권거래소(Nasdaq Stock Market, NASDAQ)에 상장된 양자컴퓨팅 4사 ▲퀀텀 컴퓨팅(Quantum Computing) ▲리게티(Rigetti) ▲디웨이브퀀텀(D Wave Quantum) ▲아이온큐(IONQ)는 최근 6개월 새 평균 주가가 1,727% 올랐습니다. 특히 2025년 양자컴퓨팅 시스템 판매를 예고한 퀀텀 컴퓨팅은 6개월간 주가가 3,651% 상승하기도 했습니다.
긴장감 도는 보안 업계
양자컴퓨팅 기술이 여러 산업 분야에 혁신을 불러올 것이라 기대를 모으는 가운데, 보안 분야에서는 해당 기술이 양날의 검이 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습니다. 현재 암호학에서는 수를 소인수 분해하는 방식을 가장 널리 쓰고 있는데, 기존 컴퓨터는 이를 해독하는데 매우 오랜 시간이 걸리는 반면, 양자컴퓨터는 이를 단기간에 처리할 수 있다는 분석 때문입니다.
실제로 구글이 윌로우를 공개한 후, 대표적 암호화폐인 비트코인(Bitcoin)의 가격이 하락하기도 했습니다. 가상 자산 전문 매체들은 양자컴퓨터의 발전이 가상 자산 업계에 불안감을 불러일으키고 있다고 보도했습니다.
그러나 이러한 우려에 대해 기우라는 반박도 존재합니다. 양자컴퓨터가 인수분해 등 특정 연산은 쉽게 수행할 수 있지만, 다른 연산은 기존 컴퓨터보다 효율적으로 처리하기 어렵다는 것입니다. 또한 양자컴퓨터 발전 속도에 맞춰 암호화 기술도 함께 진화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습니다.
앞으로 전망은?
지난 1월 6일 삼일PwC경영연구원이 발표한 〈CES 2025 전망 보고서〉는 양자컴퓨팅 기술이 국가 안보와 경제 발전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뿐만 아니라 신약 개발, 항공 우주, 암호화 분야 등 대규모 정밀 데이터 분석이 필요한 영역에서 혁신을 이끌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미국과 중국을 비롯한 주요국들도 양자컴퓨팅 기술에 대한 투자를 빠르게 확대하고 있습니다. 미국 상원은 지난해 11월 양자컴퓨터 연구를 위해 약 25억 달러(약 3조 6,500억 원)를 투자하는 법안을 통과시켰고, 중국은 제14차 5개년 계획에 양자 기술을 국가 전략으로 포함하고 150억 달러(약 21조 9,000억 원) 이상의 자금을 투입하고 있습니다.
다만, 일각에서는 양자컴퓨터의 본격적인 상용화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이라는 전망도 제기되고 있습니다. 양자컴퓨터는 기존의 슈퍼컴퓨터와 달리 24시간 동안 유지되는 초저온 냉각 시스템이 필수로, 한 대를 구축하는 데에 최소 수십억 원의 비용이 필요하기 때문에 규모의 경제를 달성하기까지는 시간이 필요하다는 것입니다.
한편, 올해 CES 개막 전 라스베이거스 현장을 찾은 젠슨 황(Jensen Huang) 엔비디아(NVIDIA) CEO가 “유용한 양자컴퓨터가 등장하려면 앞으로 최소 20년은 더 걸릴 것”이라는 의견을 밝힘에 따라, 뉴욕 주식시장에서 양자컴퓨터 관련 주가 큰 폭으로 하락하기도 했습니다.
3. 위기에 몰린 혁신의 아이콘
‘혁신의 아이콘’, ‘전 세계 시가총액 1위’라는 수식어로 빛나는 기업, 바로 ‘애플(Apple)’입니다. 그런데 최근, 이러한 애플의 위상이 연이은 실적 부진으로 위기에 몰렸다는 소식입니다.
주요 시장에서의 판매 부진
애플 매출에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지역은 2023년 2분기 기준으로 미국(43.2%), 유럽(24.7%), 중화권1(19.3%) 순인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그런데 최근 주요 시장에서 판매 부진이 이어지며 애플 전체 매출에 큰 타격을 입은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대형 투자은행 UBS의 한 보고서는 작년 11월 중국 시장에서 아이폰 판매 대수가 2023년 11월보다 28% 급감한 것으로 추정하며 작년 4분기 아이폰 매출은 전문가 기대치 평균보다 5% 밑돌 것이라고 전망했습니다.
주요 원인으로는 화웨이(Huawei)로 대표되는 중국산 스마트폰 업체들과의 시장 경쟁 심화와 중국 부동산 침체와 실물 경제 둔화에 따른 소비 심리 위축 등이 꼽히고 있습니다.
중국 외에도 경제가 침체된 유럽에서 역시 지난해 11월 아이폰 판매량이 8% 감소했습니다. 같은 기간 미국 판매량은 5%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으며, 지난해 11월 아이폰 전체 판매량 역시 5% 축소된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최악의 실패작’으로 꼽힌 ‘비전 프로’
영국 IT매체 테크레이더(TechRadar)는 지난 12월 24일 ‘2024년 가장 큰 IT 실패작(The 11 biggest tech flops of 2024)’ 11개를 발표했습니다. 그중 애플이 출시한 혼합현실(Mixed Reality, MR) 헤드셋 ‘비전 프로(Vision Pro)’가 1위를 차지해 눈길을 끌었습니다.
최저 용량(256GB) 기준 3,499달러(약 511만 원)라는 비싼 가격과 무게, 앱 사용에 차질을 주는 버그 현상과 애플리케이션 부족 등의 소프트웨어 결함 등이 그 이유로 알려졌습니다.
위 같은 문제로 판매 계획 축소 설이 지속적으로 제기된 비전 프로는 사실상 공장 생산을 중단했다고 밝혔습니다.
기대에 못 미친 AI 기능
2023년 하반기부터 AI에 올인할 준비를 갖춰온 애플은 지난해 6월, 세계개발자회의(Apple Worldwide Developers Conference, WWDC)를 통해 ‘애플 인텔리전스(Apple Intelligence)’ 등 AI 기능을 공개한 바 있습니다.
하지만 2024년 9월 아이폰16 출시 당시에는 이를 적용하지 못했고, 이후 두 차례 업데이트를 통해 일부 기능만을 미국 등 일부 지역에 한정 배포하면서 아쉬움 섞인 반응이 이어졌습니다.
그마저도 인상적으로 꼽히는 기능은 아직 없다는 평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지난 11월에는 유명 IT 리뷰어인 마르케스 브라운리(Marques Brownlee)가 자신의 유튜브 채널을 통해 “(애플 인텔리전스의) 대부분 기능은 거의 쓸모가 없다”며 “AI로 제품을 흔들어 놓겠다는 애플의 큰 약속이 사라지기 시작했다”고 덧붙이기도 했습니다.
그럼에도, 애플 걱정은 하는 게 아니다?
주요 시장에서의 부진과 더불어 MR 및 AI라는 두 가지 미래 기술 투자에서 뚜렷한 성과를 거두지 못하자 애플의 위기설이 심화되고 있는 상황입니다. 이에 따라 최근 애플 주가 역시 다른 대형 기술주들이 상승하는 가운데 부진한 흐름을 보이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월가의 주요 금융기관들은 애플에 대해 긍정적인 전망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골드만삭스(Goldman Sachs)는 애플 목표 주가를 286달러로 제시하며 ‘매수’ 의견을 고수했고, 모건 스탠리(Morgan Stanley)는 애플을 ‘최우선 추천 종목’으로 평가했습니다. 뱅크 오브 아메리카(Bank of America, BofA)와 UBS도 목표 주가를 각각 256달러와 236달러로 제시하며 애플 생태계와 AI 기술에 대한 잠재력을 높게 평가했습니다.
2025년의 시작과 함께 다양한 경제·산업 전망이 쏟아진 1월. 오늘 전해드린 소식이 올해 방향 설정에 작은 인사이트가 됐길 바라며, 2025년에도 글로벌 안목을 넓히는 핵심 이슈로 여러분과 함께 성장하는 포대리가 되겠습니다!
- 중국 대륙뿐만 아니라, 홍콩, 대만, 말레이시아 일부 지역 등 중국어를 사용하는 중화경제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