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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를 만나다] 전 세계를 강타한 관세 전쟁, 위기인가 기회인가

2025.03.12

트럼프 2기 정부의 움직임이 연일 화제입니다. 관세 전쟁을 비롯, 예측하기 어려운 정책을 펼치며 전 세계 경제와 사회 전반의 중심을 흔들고 있는데요. 표면적으로 드러나는 그의 행보 뒤에 감춰진 진짜 속내는 무엇일까요? 전문가를 만나 미국발 관세전쟁의 속내와 포스코인터내셔널의 나아갈 방향에 대해 물어봤습니다.

Q. 안녕하세요, 김대호 박사님. 〈포스코인터내셔널 매거진〉 독자분들을 위하여 간단한 자기소개를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경제부 기자로 20년 일하고 대학에서 10년을 보낸 ‘현장을 아는 경제 전문가’ 김대호입니다.

Q. 최근 트럼프 대통령의 말 한마디 한마디가 전 세계를 흔들고 있습니다. 관세 전쟁으로 대표되는, 다소 극단적인 것으로 보이는 행보의 배경은 무엇인가요?

트럼프 대통령의 핵심 공약이었던 ‘MAGA Project’에 대해 먼저 알아야 합니다. MAGA란, ‘Make America Great Again’의 뜻인데요. 그는 ‘제조업의 부흥을 통해 위대한 미국을 만들겠다’는 목표를 가지고 있습니다. 국제 연합 정신을 강조했던 바이든 전 대통령과는 달리 트럼프 대통령은 자국 우선주의를 내세우며, 미국이 가진 힘을 활용해 전 세계를 협상 테이블에 앉혔습니다. 관세는 테이블 위에 올려진 협상 카드 중 하나고요.

Q. ‘제조업의 부흥’이라는 말이 인상적인데요. 그가 제조업에 집중하는 이유는 무엇인가요?

과거 미국의 경제를 이끌었던 제조업이 저물고 IT와 같은 첨단기술 관련 산업이 미국의 경제를 책임지게 되었습니다. 미국 전체를 놓고 보면 GDP, 경제 성장률 모두 상승 곡선을 보이고 있으나 제조업으로 부흥했던 도시들은 쇠락의 길을 걷게 된 거죠. 사실 미국의 대학 진학률은 그리 높지 않아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학을 졸업한, 고학력의 인재들만이 돈을 버는 상황이 이어지면서 제조업에 종사하는 이들은 경제가 어렵다고 느꼈을 겁니다. 제조업자들의 선택이 선거의 흐름을 바꾸게 되는 상황에서, ‘제조업의 부흥’이라는 공약은 그들의 표를 공화당으로 이끌며 트럼프 대통령의 당선을 이끌었습니다.

Q. 그러한 배경이라면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정책이 쉬이 막을 내리진 않을 듯한데요. 이는 국내 경제에도 악영향을 줄까 걱정됩니다.

앞서 말씀드린 것처럼 관세는 트럼프 대통령이 원하는 것을 얻기 위한 카드입니다. 원하는 것을 얻을 때까지 이어지겠죠. 그러나 반대로 트럼프 대통령이 원하는 것을 줄 수 있다면 좋은 기회가 될 수도 있습니다.

조선 분야를 예로 들어보겠습니다. 미국에는 일명 「존스법」이 있습니다. 이 법의 핵심은 ‘미국에서 만든 선박만이 미국의 항구에서 다른 항구로 물품, 승객을 운송할 수 있다’는 겁니다. 제1, 2차 세계대전 당시 대규모 해군을 확보하기 위해 구축된 미국 조선업의 인프라를 강화하기 위해 만들어진 법이죠. 하지만 이는 오히려 조선 관련 생산 기술 개발에 대한 투자를 줄이며 미국 조선업의 경쟁력을 하락시켰습니다. 이러한 역사적 배경 때문에 미국은 조선업의 강화가 절실하며, 우방국인 우리나라에 협력을 요청하는 상황이 도래했습니다.

마찬가지로 종합상사의 역할이 매우 클 수밖에 없습니다. 트럼프가 가진 청사진을 분석하고 파악하여 어떤 산업에 집중해야 우리에게 이득이 될 수 있을까 고민해야 하는 시점이라는 겁니다.

Q. ‘종합상사’의 역할에 대해 말씀해주셨는데요. 박사님께서는 종합상사의 역할이 국내 경제나 안보에 영향을 준다 생각하시는지요?

최근 워랜 버핏이 일본 5대 종합상사의 주식을 꾸준히 매수했습니다. 그는 이에 대해 “일본이 자원을 확보하고 있다”고 언급했는데요. 이 ‘자원’이라는 게 단순히 지하자원을 이야기하는 걸까요? 아닙니다. 종합상사가 확보한 글로벌 자원을 의미하는 겁니다. 종합상사들이 에너지, 원자재, 식량 등과 같이 국가 안보와 직결되는 사업들에 뛰어들면서 굉장한 경쟁력을 갖춘 겁니다.

우리나라의 종합상사 또한 예외는 아니죠. 포스코인터내셔널이 지난해 체결한 북미산 LNG 수입 계약이 트럼프 정부의 압박에 전략적으로 대응할 중요한 역할로 평가받은 바와 같이 트럼프 대통령에게 필요한 강점을 국내 종합상사가 선제적으로 움직여 잘 확보하는 것만으로도 국내 경제 및 안보, 무역에 굉장한 도움이 될 겁니다.

Q. 포스코인터내셔널의 주요 사업 분야인 철강, 에너지, 자동차(부품) 사업의 향방에 대해 조금 더 자세히 의견을 주신다면요?

극단적인 이야기일 수도 있습니다만, 미국은 중국과의 전쟁도 불사할 준비가 되어있다는 듯 매우 강하고 일방적인 입장을 취하고 있습니다. 방위를 강화해야 할 필요가 있죠. 이때 철강은 매우 중요한 산업으로 여겨질 겁니다.

에너지의 경우에도 트럼프 대통령이 ‘친환경’에 매우 방어적인 태도를 보이는 이유에 대해 생각해 봐야 합니다. 미국에는 아직도 개발되지 않은 화석 연료 자원이 굉장히 많습니다. 그러한 자원들을 다 판매하지 않고 친환경 에너지로 넘어가면, 미국에 굉장한 손해 아니겠습니까? 또 전기차는 중국이 국가적 차원에서 엄청난 투자를 통해 육성하고 있는 사업이죠. 전기차 분야에서 강력한 경쟁력을 가지게 된 중국을 견제하고 미국의 에너지 자원을 판매하겠다는 트럼프 대통령의 구상하에 전기차와 신재생 에너지의 선호도는 일시적으로 약화될 것으로 짐작됩니다.

급격한 정책변화를 주시하면서 부정적인 이슈에도 선제적이고 적극적으로 대응하고 준비해야 합니다. 전 세계의 판이 바뀌고 있습니다. 경제 성장의 첨병으로서 포스코인터내셔널과 같은 종합상사 특유의 유연성과 순발력이 빛을 발할 시점입니다.

Q. 그밖에 더 관심을 가지고 살펴야 할 분야가 있을까요?

앞서 이야기한 것과 같이 방위 및 제조업의 근간이 되는 산업의 중요성은 나날이 커질 겁니다. 철강을 비롯, 알루미늄, 구리 등의 자원이 강조될 겁니다. 이미 많은 종합상사가 중점 사업으로 여기고 해외 자원개발 사업을 진행 중입니다만, 우리나라의 종합상사들도 조금 더 적극적일 필요가 있어 보입니다. 관세와 관련하여 반복하여 언급되고 있는 자동차, 반도체, 의약품 관련 시장의 변화도 예민하게 살피는 것이 좋겠죠.

Q. 마지막으로 글로벌 이슈를 읽는 전문가인 박사님께서 이 글을 읽는 포스코인터내셔널의 구성원들을 포함, 독자들에게 조언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우리가 생각하던 것이 정답이 아닐 수 있습니다. 과거의 잣대로 생각하고 업에 임해서는 안 됩니다. 철강 산업은 더 이상 성장할 수 없다고 말한 이들도 있고, 신재생 에너지로의 전환이 곧 완성되리라 예상한 이들도 있습니다. 하지만 지금 어떻게 됐죠? 끝나는 건 없습니다. 언제든 다시 시작되고 다시 돌아올 수 있습니다. 포스코인터내셔널이 브릿지 연료로써 LNG를 선택하고 집중하는 모습은 많은 시사점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더 나아가서 신재생 에너지로의 전환과 별개로 화석 연료를 사용하면서도 기후 변화를 막을 순 없을까요? 어쩌면 실현 불가능해 보이는, 새롭고 신선한 관점에서부터 기회는 시작됩니다. 정해진 등식에서 벗어나 고민하는 여러분이 되시기를 바랍니다.

※ 해당 내용은 인터뷰이의 견해로, 본지의 의견과 다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