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 세계가 탄소중립을 향해 나아가는 가운데, 해운업에도 ‘연료 혁신’의 바람이 불고 있습니다. 바다 위를 달리는 선박들 역시 친환경 전환이 요구되는 시대. 선박 연료의 대전환 속에서, 포스코인터내셔널은 LNG 중심의 에너지 인프라를 어떻게 확장해 나가고 있을까요? 변화하는 해운업의 흐름과 이에 대응하는 전략을 함께 살펴봅니다.
기후위기에 맞선 전 세계의 공통 과제, 해운업의 탈탄소화
지금 전 세계 산업계는 기후위기에 대응하기 위해 ‘탄소중립’이라는 목표를 향해 속도를 내고 있습니다. 이 변화는 전력이나 자동차 산업에만 해당되는 것이 아니라, 바다 위를 오가는 해운 산업에도 큰 영향을 주고 있습니다.
해상 운송은 전 세계 화물의 90% 이상을 책임지고 있으며, 전체 온실가스 배출량의 약 2~3%를 차지하는 주요 산업입니다. 이에 따라 국제기구와 각국 정부는 해운업의 탄소 배출을 줄이기 위한 규제를 강화하고 있습니다.
국제해사기구(IMO)1는 2028년부터 ‘해운 탄소세2(GHG pricing mechanism)’를 도입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이 제도가 시행되면, 5,000톤 이상 되는 모든 선박은 2035년까지 탄소 배출량을 2008년 대비 최대 43%까지 줄여야 합니다. 만약 이 기준을 지키지 못할 경우, 배출한 탄소 1톤당 100~380달러의 세금을 내야 하죠.

이 탄소세는 2018년 IMO가 처음으로 ‘GHG 전략’을 발표한 이후 꾸준히 강화돼 온 정책의 연장선입니다. 특히 2023년 IMO가 2050년까지 해운 산업의 탄소중립 목표를 세운 이후, 규제에 실질적인 힘을 더하기 위해 이 탄소세가 빠르게 현실화되고 있는 것입니다.
탄소세가 본격 도입되면 연간 약 100억 달러(한화 약 14조 원)에 달하는 규모가 될 것으로 예상되며, 해운사들은 이를 줄이기 위한 전략 마련에 속도를 내고 있습니다. 이에 따라 앞으로 선박을 발주할 때 연료 효율성과 탄소 배출량을 가장 중요한 기준으로 삼는 흐름이 강해지고 있습니다.
차세대 선박연료, 무엇이 대안인가?
탄소를 줄이기 위해서는 연료부터 바뀌어야 합니다. 현재 업계에서는 여러 친환경 연료가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습니다. LNG(액화천연가스), 메탄올, 암모니아, 수소 등이 대표적인 후보입니다.
LNG는 기존 선박 연료인 중유(HFO)보다 이산화탄소(CO₂) 배출량이 20~30% 낮으며, 황산화물(SOx)은 거의 100%, 질소산화물(NOx)은 80~90%, 미세먼지는 99% 이상 줄일 수 있습니다. 실제로 2024년 기준, 전 세계에서 발주된 친환경 선박 중 65%가 LNG를 선택할 정도로 가장 널리 쓰이고 있습니다. 인프라와 기술 성숙도 면에서도 안정적인 선택지입니다.
메탄올은 상온에서 액체 상태이기 때문에 저장과 운반이 쉽고, 기존 엔진을 크게 개조하지 않아도 된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그러나 에너지 밀도가 낮아 많은 양의 연료가 필요하고, 아직 생산량도 적고 가격도 비싼 편입니다.
암모니아는 연소 시 이산화탄소를 배출하지 않는 무탄소 연료입니다. 수소보다 저장이 쉬우면서 에너지 밀도도 높아 긴 항로에 적합합니다. 하지만 독성이 강하고, 친환경 방식으로 생산되는 ‘그린 암모니아’는 가격이 비싸다는 단점이 있습니다.
수소는 연소 시 물만 배출되기 때문에 가장 이상적인 무공해 연료로 평가받습니다. 하지만 에너지 밀도가 낮고, 극저온 상태나 고압 상태에서 저장해야 해서 기술적으로 까다롭습니다. 현재는 소형 선박 중심으로 실증 단계에 머물러 있습니다.
이처럼 여러 후보가 존재하지만, 현재로서는 경제성과 기술 안정성, 인프라까지 모두 갖춘 LNG가 가장 현실적인 대안으로 주목받고 있습니다. 탄소세 도입으로 기존 중유 선박의 운영 비용이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LNG를 연료로 사용하는 선박, 즉 ‘LNG 추진선’에 대한 수요는 지속적으로 확대될 전망입니다.
한국 조선업계의 기술력, LNG 선박 시장을 이끌다
글로벌 해운업계에서 LNG 추진선에 대한 수요가 뚜렷하게 증가하고 있습니다. 영국의 조선·해운 전문 분석기관 클락슨리서치(Clarksons Research)에 따르면, 2024년 기준 전 세계 LNG 추진선은 약 1,308척으로 전체 선박의 10% 미만 수준이지만, 2028년에는 2,339척 이상으로 두 배 가까이 늘어날 것으로 전망됩니다. 특히 2028년 IMO의 탄소세 시행을 계기로 수요는 더욱 가속화될 것으로 보입니다.
과거에는 LNG를 화물로 운반하는 LNG 운반선이 중심이었지만, 최근에는 컨테이너선, 벌크선, 유조선, 자동차운반선 등 다양한 선종에 LNG 추진 방식이 적용되고 있습니다. 특히 장거리 운항이 필요한 대형 컨테이너선과 자동차운반선에서 LNG 도입이 눈에 띄게 늘고 있습니다.

이러한 흐름 속에서 한국 조선업계의 존재감은 더욱 뚜렷해지고 있습니다. 현대중공업, 삼성중공업, 한화오션(舊 대우조선해양) 등 국내 주요 조선사들은 LNG 추진선 건조 기술력에서 세계적인 경쟁력을 인정받고 있으며, LNG 연료탱크 설계부터 추진 시스템 통합까지 폭넓은 기술 역량을 갖추고 있습니다.
포스코인터내셔널, LNG 벙커링 사업으로 새로운 성장 기회 모색
이러한 글로벌 트렌드에 발맞춰 포스코인터내셔널도 LNG 터미널과 연계한 LNG 벙커링 사업을 적극 추진하고 있습니다. LNG 벙커링이란 LNG를 연료로 사용하는 선박에 직접 연료를 공급하는 작업을 말합니다. 일종의 ‘바다 위 주유소’ 역할을 하는 개념입니다. 이 방식은 크게 두 가지로 나뉘는데요. 하나는 항구에 정박한 선박에 연료를 공급하는 ‘PTS(Port-to-Ship)’ 방식이고, 다른 하나는 바다 위에서 운항 중인 선박에 벙커링 전용선을 붙여 연료를 전달하는 ‘STS(Ship-to-Ship)’ 방식입니다.
포스코인터내셔널은 광양 LNG 터미널을 기반으로 STS 방식의 LNG벙커링 사업을 위한 준비를 착실히 진행 중입니다. 이를 위해 1만 2,500㎥급 규모의 LNG 벙커링 전용선을 건조 중이며, 2027년 2분기 인도를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선박이 인도되면 같은 해부터 STS 벙커링 사업을 시작해, 점차 그 규모를 확대해 나갈 계획입니다.

포스코인터내셔널은 단기적인 사업 개시에 그치지 않고, 중장기적인 성장 로드맵도 마련해놓고 있습니다. 우선, 2027년부터 2031년까지는 벙커링 선박 1척을 운영하며 초기 수요에 대응하고, 이후 LNG 추진선이 점차 늘어나는 2032년부터 2036년까지는 2척으로 확대해 연간 최대 40만 톤의 연료를 공급할 계획입니다. 장기적으로는 수요가 본격적으로 자리 잡는 2037년부터 2046년까지 선박을 3척까지 늘려, 연간 최대 100만 톤 규모로 사업을 확대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이에 맞춰 포스코인터내셔널은 광양 LNG 터미널에 약 1,000억 원을 투자해 벙커링 전용 설비도 갖출 예정입니다. 광양을 거점으로 삼아 부산은 물론, 싱가포르와 네덜란드 로테르담 등 주요 항만으로 벙커링 사업을 확장하는 방안도 함께 검토하고 있습니다.
또한 그룹 차원의 시너지 역시 포스코인터내셔널의 LNG 사업에 큰 힘이 되고 있습니다. 포스코는 LNG 추진선과 벙커링선에 사용되는 극저온용 고망간강3, 인바 합금4, 고니켈강5 등을 자체 생산하고 있으며, 포스코인터내셔널은 이 소재를 활용한 LNG 설비와 연료 공급 사업을 전담하며 그룹 내 친환경 에너지 밸류체인을 완성해 나가고 있습니다. 특히 포스코가 세계 최초로 상용화한 고망간강은 경제성과 안전성 면에서 뛰어나, LNG 저장탱크나 연료탱크 소재로 주목받고 있습니다.
지속 가능한 미래를 위한 브릿지 연료, LNG
해운업계의 궁극적인 목표는 완전한 탄소중립이지만, 수소나 암모니아처럼 완전한 무탄소 연료의 상용화까지 시간이 필요한 지금, LNG는 현실적으로 활용 가능한 ‘브릿지 연료’로 주목받고 있습니다.
LNG는 선박뿐 아니라 전력 생산에서도 중요한 에너지원으로 떠오르고 있습니다. 특히 태양광이나 풍력처럼 날씨에 따라 출력이 달라지는 재생에너지를 안정적으로 보완해주는 백업 전력원으로서 LNG 발전의 역할은 당분간 계속될 전망입니다.
국제해사기구(IMO)의 탄소세 도입과 글로벌 탄소중립 흐름 속에서, 선박 연료의 패러다임은 빠르게 변화하고 있습니다. 포스코인터내셔널은 이러한 변화를 새로운 기회로 삼아, LNG를 중심으로 에너지 사업 포트폴리오를 지속적으로 확장해 나갈 것입니다.
- 국제해사기구(IMO, International Maritime Organization): 선박의 안전과 해양 환경 보호를 목적으로 설립된 UN 산하 전문기구 ↩︎
- 해운 탄소세(Greenhouse Gas pricing mechanism): 선박의 온실가스 배출량에 가격을 매겨 과세하는 제도 ↩︎
- 고망간강: 극저온 환경에서도 높은 강도와 인성을 유지하는 특수강. LNG 저장탱크와 연료탱크 소재로 적합 ↩︎
- 인바 합금(Invar alloy): 열팽창이 거의 없어 온도 변화에 강한 합금. 극저온용 탱크 등에 사용 ↩︎
- 고니켈강: 니켈 함량이 높은 합금강으로, 내식성과 인성이 뛰어나 극한 환경에서 안정적으로 사용 가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