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 세계가 전력 수급을 둘러싼 새로운 경쟁에 돌입했습니다. 여름철 냉방 수요는 물론, AI 데이터센터, 전기차, 첨단 제조업 등 고정적이고 고밀도의 전기를 요구하는 산업이 폭발적으로 성장하면서, 전기는 이제 국가 경쟁력과 직결되는 핵심 자산이 되고 있습니다.
전력 피크 계절만의 이슈가 아니라 연중 전력 소비가 구조적으로 증가하고 있는 상황에서 안정적인 전력 인프라를 어떻게 구축하고 확보하느냐는 산업과 국가의 생존 전략이 되었습니다.
AI와 EV가 바꾼 전력 지도, 국가 전략이 달라진다
불과 2~3년 전까지만 해도 선진국의 전력 수요는 정체 상태에 가까웠습니다. 하지만 2024년을 기점으로 그 흐름은 완전히 뒤바뀌었습니다. 국제에너지기구(IEA)의 ‘글로벌 에너지 리뷰 (Global Energy Review) 2025’에 따르면, 2024년 세계 전력 수요는 전년 대비 4.3% 증가해, 같은 해 세계 GDP 성장률 3.2%를 앞질렀습니다.
특히 전력 수요의 중심에는 AI와 전기차가 있습니다. IEA는 글로벌 데이터센터의 전력 소비가 2022년 460TWh(테라와트시)1에서 2026년 1,050TWh를 넘어설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글로벌 컨설팅 기업 맥킨지는 ‘미국 전체 전력 소비의 11~12%가 데이터센터에서 발생할 것’으로 내다봤으며, 특히 생성형 AI는 기존 검색 대비 최대 10배 이상 전력을 소모한다고 분석했습니다. 전기 사용이 ‘디지털 전환의 동력’으로 기능하기 시작한 것입니다.

전기차(EV)의 확산도 새로운 수요 축으로 부상하고 있습니다. IEA의 ‘글로벌 EV 아웃룩 (Global EV Outlook) 2025’는 2025년 글로벌 EV 판매량이 2,000만 대를 넘어설 것이며 이에 따른 충전 전력 수요는 2024년 180TWh에서 2030년 780TWh 이상으로 약 4.3배 증가할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전기차 한 대 한 대가 ‘이동형 전력 소비 장치’가 되는 셈입니다.

기후 리스크와 복합 전력 위기의 현실화
이처럼 산업 구조 전반에서 전력에 대한 의존도가 높아지는 가운데, 기후 변화는 복합적인 전력 위기를 가속화하고 있습니다. 2025년 4월, 기록적인 폭염이 이어진 스페인 전역과 포르투갈 일부 지역에서는 대규모 정전 사태가 발생했습니다. 냉방 수요가 급증하면서 길게는 이틀간 전력망이 마비됐고, 일부 병원과 지하철 운행도 중단되는 초유의 사태로 이어졌습니다. 이 사건은 전기가 끊기는 순간, 국가 기능도 정지할 수 있음을 보여주는 현실적 경고였습니다.

한국은 안전할까요? 산업통상자원부의 발표에 따르면 2025년 7월 8일 오후 6시, 국내 전력 수요는 95.7GW(기가와트)2로 7월 기준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습니다. 전력 예비율은 6.7%로 위험 수위에 도달했고, 정부는 8월 전력 수급 비상 단계 발령 가능성까지 언급했습니다.
단순한 전력 수요 증가만이 문제가 아닙니다. 한국은 수도권에 전력 수요가 집중되는 반면, 발전소는 주로 비수도권에 위치해 있어 송전망에 과부하가 지속되고 있습니다. 여기에 노후한 발전 설비, 지역 간 전력 불균형, 송전선 확충 지연까지 겹치며 공급 체계 전반에 구조적인 한계가 드러나고 있습니다. 실제로 신규 산업단지나 데이터센터의 사업이 지연되는 주요 원인 중 하나도 충분한 전력 공급망을 확보하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대표적인 사례가 경기도 용인에 조성 중인 반도체 클러스터입니다. 이 클러스터의 전력 수요는 10GW 이상으로 추정되며, 단일 라인만으로도 1.3GW 규모의 전력을 요구하는 고밀도 산업입니다. 그러나 전력 인프라 확충을 위한 송·변전 설비 구축은 2038년까지 73조 원을 투자하는 장기 계획으로 추진되고 있으며, 동해안~수도권 고압직류송전(HVDC)3 사업은 당초 2027년 준공 목표에서 2031년, 2036년, 2038년으로 단계적 연기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여기에 변전소 인허가를 둘러싼 지역 갈등도 해소되지 않은 상황입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자체 열병합 발전소와 변전소 건설에 나섰고, 정부 역시 HVDC 송전망과 집단에너지 확충 등 대응책을 마련 중이지만, 전력 수요 증가 속도에 비해 공급 인프라 확장은 여전히 더딘 실정입니다. 이 같은 상황은 “전력망이 제때 확충되지 않으면, 공장 가동 시점에 맞춘 정상 운영이 어렵다”는 산업계의 경고가 단순한 우려를 넘어선 현실적 위협임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이처럼 전력망 병목으로 인해 핵심 산업단지조차 안정적인 전력 확보에 어려움을 겪는 가운데, 산업계는 ‘유연하면서도 안정적인 발전원’에 대한 해답을 다시 찾고 있습니다. 그 중심에 있는 것이 바로 LNG 복합발전입니다.
재생에너지의 한계와 현실적 전원으로서의 LNG
탄소중립을 향한 세계 각국의 움직임에 따라 태양광과 풍력 등 재생에너지 확대가 추진되고 있지만, 현실적으로는 발전량, 비용, 계통 안정성 등을 고려해 여전히 화력과 원자력이 주요 전력원으로 기능하고 있습니다. 특히 AI 데이터센터나 첨단 제조업처럼 전력의 안정성이 중요한 산업에서는 재생에너지만으로는 수요를 충족하기 어렵습니다.
이에 따라 세계 각국은 유연성과 안정성을 동시에 갖춘 에너지믹스를 모색하고 있습니다. 대표적인 사례가 일본 철강업계입니다. 일본제철은 자가발전 방식을 석탄에서 LNG 복합발전으로 전환하고 있으며, JFE스틸은 정부에 원전 가동 확대를 요청하며 대규모 전기로 설비를 준비 중입니다. 고정적이고 막대한 전력을 요구하는 산업 구조에서 재생에너지에만 의존할 수 없다는 판단에서 비롯된 전략입니다. 한국과 유사한 산업 구조를 가진 일본의 대응은 한국 전력 체계의 현실적 방향성을 가늠하게 합니다.
이러한 흐름 속에서 LNG 복합발전은 다시금 전략적 에너지원으로 주목받고 있습니다. LNG는 석탄 대비 탄소 배출량이 적고, 재생에너지의 간헐성을 보완할 수 있으며, 전력 공급의 유연성과 안정성을 동시에 확보할 수 있는 대안으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IEA도 “LNG 복합발전은 재생에너지의 간헐성을 보완할 수 있는 핵심 전원”이라고 강조한 바 있습니다.

실제로 미국에서는 AI 확산과 함께 데이터센터 전력 수요가 급증하면서 신규 천연가스 발전소 건설이 1년 만에 2배 이상 증가했습니다. 일부 테크기업은 자체 부지에 온사이트(on-site) 천연가스 발전소를 직접 구축하며 전력 자립을 시도하고 있습니다. 탄소 규제 완화, 파이프라인 인허가 단축, 세액공제 축소 등 정부 정책 변화도 이 흐름을 뒷받침하고 있습니다.
인천LNG복합발전소, 수도권 전력 안정의 ‘핵심 축’
포스코인터내셔널은 인천LNG복합발전소를 수도권 전력 수급의 핵심 거점으로 운영하고 있습니다. 국내 최초 민간 발전소인 이곳은 총 7기의 복합발전기를 3,412MW(메가와트)4의 설비 용량으로 운영 중이며, 이는 수도권 전체 발전 설비의 약 9%를 차지합니다. 인천과 경기 남부 지역의 전력 수요에 안정적으로 대응하고 있으며, 피크 수요 조절에도 중요한 역할을 수행하고 있습니다.

특히 포스코인터내셔널은 단순한 전력생산을 넘어, 글로벌 LNG수급망과 직접 연결된 수직 계열화 구조를 갖추고 있다는 점에서 차별화 됩니다. 도입부터 저장, 운송, 공급까지 전 과정을 자체적으로 통합 운영함으로써, 가격 급등이나 공급 차질에도 높은 대응 유연성을 확보하고 있습니다.
포스코인터내셔널은 LNG 발전에 그치지 않고, 수소 혼소 발전5을 포함한 중장기 전략도 함께 추진 중입니다. LNG에 청정 수소를 혼합해 발전 효율은 유지하면서 탄소 배출은 줄이는 기술을 도입하고 있으며, 장기적으로는 수소 100% 전소 발전까지도 염두에 두고 있습니다. 이는 일본제철의 ‘혼소→전소’ 전략과 유사한 방향으로, LNG와 수소를 연결하는 브릿지 파워 전략의 일환입니다.
전력 경쟁 시대, 해법은 ‘안정성과 유연성’
전기 없는 디지털 사회는 존재할 수 없습니다. 전력을 얼마나 안정적이고 유연하게 확보할 수 있느냐는 기업과 국가의 경쟁력을 좌우하는 시대입니다. 포스코인터내셔널은 발전 자산, 글로벌 LNG 공급망, 수소 전환 전략까지 갖춘 통합 에너지 대응 체계를 통해 미래 전력 경쟁의 해법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이 치열한 전력 인프라 경쟁 시대에서, 포스코인터내셔널은 오늘의 해법과 내일의 전략을 동시에 준비하며 지속 가능한 성장을 위한 에너지 밸류체인을 구축해 나가고 있습니다.
- TWh (테라와트시): 1조 와트시(Wh)에 해당하는 단위. 1TWh는 일반 가정 약 30만~40만 가구가 1년간 사용하는 전력량에 해당 ↩︎
- GW (기가와트): 10억 와트(W)에 해당하는 전력 용량 단위. 1GW는 약 100만 가구가 동시에 전기를 사용할 수 있는 수준이며, 대형 원자력발전소 1기 용량과 유사 ↩︎
- 고압직류송전(HVDC): High Voltage Direct Current의 약자. 장거리 송전에 효율적인 직류(DC) 방식으로, 기존 교류(AC)보다 전력 손실이 적어 대규모 송전에 활용 ↩︎
- MW (메가와트): 100만 와트(W)에 해당하는 전력 용량 단위. 1MW는 약 300가구가 동시에 사용할 수 있는 전력 규모로, 중소형 건물 또는 산업용 전력 공급 단위로 자주 사용 ↩︎
- 수소 혼소 발전: LNG 등 기존 연료에 수소를 혼합해 연소시키는 발전 방식. 탄소 배출을 줄이면서 발전 효율을 유지할 수 있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