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5년 10월 31일부터 11월 1일까지, 전 세계의 시선이 천년 고도 경주로 향했습니다. ‘지속 가능한 내일을 향한 연결·혁신·번영(Building a Sustainable Tomorrow: Connect, Innovate, Prosper)’을 주제로 열린 APEC1 2025 경주 정상회의에는 21개 회원국 정상과 글로벌 주요 기업 리더들이 한자리에 모였습니다. AI 전환과 공급망 재편이라는 거대한 변화의 흐름 속에서 각국은 함께 해법을 모색했습니다.
경주, 새로운 시대의 중심에 서다
천년의 역사를 간직한 경주는 이번 회의 기간 동안 세계 외교의 심장이 되었습니다. 역사와 미래가 교차한 도시에서 21개국 정상과 글로벌 기업 리더들이 모여 기후 위기, 기술 패권, 공급망 불안정이라는 지구적 문제를 논의했습니다.

이번 회의는 단순한 경제 회의가 아니라 AI 전환 시대의 산업 구조를 재설계하는 자리였습니다. ‘경주 선언문’에는 ▲공급망 안정화 ▲AI 및 디지털 혁신 ▲포용적 성장이라는 세 가지 방향이 담겼습니다. 각국은 기술 중심의 성장이 지속 가능하기 위해서는 신뢰할 수 있는 자원 공급망이 반드시 뒷받침되어야 한다는 데 공감했습니다.

한국은 개최국으로서 ‘신뢰받는 플랫폼 국가’라는 비전을 제시했습니다. AI, 제조, 문화산업을 아우르는 다층적 협력 모델을 제안하며, 단순한 산업 기반국을 넘어 ‘연결의 플랫폼’으로서의 역할을 선언했습니다.
한미 간 관세협상, 경주에서 극적으로 타결되다
이번 APEC 경주의 가장 큰 외교적 성과는 한미 간 관세협상의 극적 타결이었습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방한을 계기로, 교착 상태에 놓여 있던 한미 통상 협상이 총 3,500억 달러 규모의 대미 투자 패키지로 결실을 맺었습니다.

양국은 협상의 최대 쟁점이었던 현금 투자 규모를 두고 팽팽히 맞섰지만, 결국 2,000억 달러를 현금 투자로 하되 연간 200억 달러 상한선을 설정하는 절충안에 합의했습니다. 한국은 투자 기간에 제한이 없는 ‘분할 투자’ 방식을 확보했고, 나머지 1,500억 달러를 한미 조선산업 협력 프로젝트 ‘마스가(MASGA)’2에 할당했습니다. 이 프로젝트는 공적 금융과 민간 보증이 결합된 구조로 설계되어 정부의 재정 부담을 최소화하면서도 전략 산업 협력을 강화할 수 있는 모델로 평가받습니다.
또한 이번 투자 MOU에는 ▲상업적으로 합리적인 프로젝트만 추진 ▲한·일 기업의 우선 참여권 보장 등 기존 미국·일본 간 협정에는 없던 조건이 새로 포함됐습니다. 이에 따라 한국 기업들은 앞으로 미국 내 에너지, 발전소, 송전망 등 인프라 분야에서 새로운 기회를 얻을 가능성이 커졌습니다.
정상들이 모인 경주, 글로벌 리더십의 교차점
APEC 2025 경주는 세계가 다시 협력을 이야기한 자리였습니다.
21개 회원국 정상과 1,700여 명의 글로벌 CEO들이 모여 기후 위기, 보호무역주의, AI 거버넌스, 공급망 안정 등 복합적인 글로벌 과제를 논의했습니다. 이번 회의는 ‘누가 이길 것인가’보다 ‘어떻게 함께 나아갈 것인가’에 초점을 맞추며 새로운 협력의 가능성을 열었습니다.

특히 한국, 중국, 일본 간의 연쇄 회담은 협력 복원의 상징적인 장면이었습니다. 10월 31일 열린 한일 정상회담에서 이재명 대통령과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는 반도체, 배터리, 수소에너지 등 첨단 산업 분야의 협력 확대에 뜻을 모았습니다. 양국은 셔틀외교를 이어가며 미래 산업 중심의 협력을 일상화하기로 합의했습니다.
이어 열린 한중 정상회담에서도 경제, 문화, 기술을 잇는 협력 논의가 이어졌습니다. 이재명 대통령은 “양국은 경쟁보다 신뢰와 협력을 기반으로 새로운 시대를 만들어가야 한다”고 강조했고, 시 주석은 “한국의 균형 있는 리더십을 높이 평가한다”며 문화·콘텐츠·기술 중심의 협력 의지를 밝혔습니다.

이처럼 경주는 단순한 외교 무대가 아니라 글로벌 리더십이 교차한 공간이었습니다. 정상들은 공동 만찬과 비공식 세션에서도 각국의 산업 전환 전략과 AI 인프라, 에너지 공급망 안정화 방안 등을 허심탄회하게 논의했습니다.
AI 시대, 산업 지도는 다시 그려지고 있다
APEC 마지막 날, 세계의 시선은 또 한 명의 인물에게 집중되었습니다. 바로 엔비디아 젠슨 황(Jensen Huang) CEO입니다.
그는 특별세션 기조연설에서 “AI가 산업 전환을 이끌고 있는 지금, 한국은 특별한 기회를 맞이했다”고 강조했습니다.

황 CEO는 “한국은 소프트웨어 전문성과 AI 기술력, 제조 역량을 모두 갖춘 몇 안 되는 국가”라며 “이 세 가지가 결합하면 AI의 미래로 꼽히는 ‘피지컬 AI(Physical AI)’3 분야에서 세계를 선도할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이날 엔비디아는 삼성·SK·현대차·네이버 등과의 협력을 직접 발표하며, 한국에 총 26만 장의 GPU4를 공급해 세계 최대 규모의 AI 인프라 구축을 지원하겠다고 밝혔습니다. “한국은 세계에서 가장 강력한 GPU 및 AI 인프라 국가 중 하나가 될 것”이라며 한국의 ‘AI 강국 도약’을 공식적으로 언급했습니다.
그는 “AI 인프라뿐 아니라 AI 생태계의 구축이 중요하다”며, “정부·대학·스타트업이 함께 협력해 연구자들이 AI의 혜택을 누릴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고 조언했습니다.
젠슨 황의 메시지는 단순한 기술 담론이 아니라 산업 지도의 변화에 대한 선언이었습니다. AI는 더 이상 데이터와 알고리즘만의 문제가 아니라 그것을 움직이는 전력·소재·자원·인프라가 곧 경쟁력이며, 국가의 산업 전략이 됩니다.
포스코그룹, ‘함께 성장하는 공급망’을 강조하다
포스코그룹은 이번 APEC에서 한국 산업계를 대표하는 기업으로서 존재감을 뚜렷이 드러냈습니다.
장인화 회장은 ‘APEC CEO 서밋 2025’ 기조연설에서 ‘미래를 잇다: 공동번영을 위한 포스코의 공급망 파트너십’을 주제로 글로벌 협력의 새로운 비전을 제시했습니다.

장 회장은 “Bridge–Business–Beyond”를 키워드로, “국가와 기업이 다리를 놓고(Bridge), 비즈니스로 세상을 변화시키며(Business), 미래로 나아가야 한다(Beyond)”고 강조했습니다.
특히 호주와의 파트너십을 예로 들며, 회복력 있는 글로벌 공급망을 구축하기 위한 ‘새로운 다리’를 놓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포스코그룹은 현재 호주에서 원료의 약 70%를 조달하며, 이를 기반으로 ▲철강 산업의 저탄소 전환 ▲이차전지 핵심 원료 공급망 확보 ▲청정에너지 생태계 조성 등 협력 범위를 확대하고 있습니다.
포항제철소는 석탄 대신 수소를 사용하는 수소환원제철(HyREX)5 공정을 준비 중입니다. 장 회장은 “호주의 재생에너지로 생산한 청정수소를 활용해 저탄소 철강을 만들겠다”며, 산업의 탈탄소화를 실현하겠다는 의지를 밝혔습니다.
포스코그룹은 호주에서 확보한 스포듀민6을 기반으로 국내에서 수산화리튬을 생산하고 있습니다. 또한 핸콕에너지(Hancock Energy)와의 협력을 통해 천연가스 개발 기업 세넥스(Senex Energy)를 인수하며 청정에너지 생태계 확장을 본격화했습니다. 이 과정에서 포스코인터내셔널은 세넥스에너지 공동 인수를 주도하며 현지 가스전 운영 역량을 직접 확보, 그룹의 에너지 밸류체인 완성에 중심적인 역할을 맡고 있습니다. 또한 호주 블랙록 마이닝(Black Rock Mining)과의 협력을 통해 천연흑연 광산 개발을 추진하며, 이차전지 핵심 소재 공급망의 안정성을 강화하고 있습니다.

장 회장은 “다자간 공급망 협력은 아태지역의 공동 번영과 지속 가능한 미래를 위한 해법”이라며, 기업의 역할을 경제 성과를 넘어 사회적 회복력으로 확장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둘째 날인 10월 29일에 열린 ‘포스코 나이트(POSCO NIGHT)’ 행사에서도 이러한 메시지가 이어졌습니다. 행사에는 사이먼 트롯(Simon Trott) 리오틴토 그룹 CEO, 게리 코르테(Garry Korte) 핸콕 CEO를 비롯해 에퀴노르, 지멘스 에너지, 라이너스 등 글로벌 에너지·소재·기술 기업의 핵심 인사들이 참석했습니다. 참석자들은 이 자리에서 탄소 감축 시대의 소재 협력, 에너지저장시스템(ESS)7 공급망 강화, LNG 및 수소 사업 협력 등 다양한 공동 프로젝트를 논의했습니다.
포스코인터내셔널, AI 시대 자원 공급망의 설계자
특히 포스코그룹의 글로벌 확장은 포스코인터내셔널을 통해 더욱 구체화되고 있습니다.
포스코인터내셔널은 이번 APEC 기간 동안 글로벌 기업 및 정부 기관과의 협력을 강화하며, AI 산업에 핵심 기반인 자원 공급망 다변화에 속도를 냈습니다.
먼저, 노르웨이의 국영 에너지기업 에퀴노르와는 신재생에너지 및 수소발전 부문 협력을 위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했습니다. 양사는 해상풍력, 블루수소, 탄소포집·저장(CCUS)8 분야에서 공동 프로젝트를 추진하며, 유럽과 아시아를 잇는 청정에너지 네트워크 구축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유럽 최대 에너지 기술기업 지멘스 에너지와는 발전터빈 및 전력 자동화 솔루션 협력을 강화했습니다. 지멘스는 포스코로부터 풍력타워용 후판을 공급받는 동시에, 발전소 자동화와 제어설비 부문에서 포스코인터내셔널과 함께 AI 데이터센터 전력 공급 및 스마트 발전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습니다.
포스코인터내셔널은 호주 라이너스(Lynas Rare Earths)와의 협력을 통해 희토류9 및 영구자석 공급망을 강화했습니다. 이는 전기차 모터, 배터리, 반도체 등 AI 산업의 핵심 부품 생산 안정성을 확보하기 위한 중요한 기반입니다. 라이너스는 중국 외 지역에서 상업적으로 희토류를 생산할 수 있는 글로벌 기업으로, 이번 협력을 통해 포스코인터내셔널은 전략 광물 확보 경쟁에서 확실한 우위를 점하게 되었습니다.
여기에 더해 미국 리엘레멘트 테크놀로지스(ReElement Technologies)와 2030년까지 3,000톤 규모의 희토류 장기공급 및 분리·정제·재활용 협력 MOU를 체결하며 북미 지역으로 협력 범위를 확장했습니다. 이를 통해 채굴–정제–제품화–재활용까지 이어지는 순환형 희토류 밸류체인 구축의 초석을 마련했으며, 미국과 한국을 잇는 안정적인 공급망 확보에도 속도를 내고 있습니다.

또한 포스코인터내셔널은 핵연료 사업으로까지 공급망 역량을 확장하고 있습니다. 포스코인터내셔널은 한국수력원자력, 미국 우라늄 농축업체 센트러스(Centrus)와 함께 우라늄10 농축 설비 투자 협약을 체결했으며, 이어 한국원자력연구원과 ‘차세대 선진원자로 핵연료 공급망 개발’을 위한 업무협약(MOU)을 맺었습니다.
이를 통해 소형모듈원자로(SMR)11 및 선진원자로12 시장 확대에 대비해 원료–제조–공급 전 주기에 걸친 핵연료 밸류체인을 구축할 계획입니다. 포스코인터내셔널은 에너지·소재 사업에서 축적한 공급망 관리 경험을 바탕으로 고순도 저농축우라늄(HALEU)13 확보부터 제조·공급까지 아우르는 글로벌 핵연료 사업자로의 도약을 꿈꾸고 있습니다.

이러한 협력은 단순한 사업 확장을 넘어, AI 시대 산업의 근간을 설계하는 글로벌 네트워크로 이어지고 있습니다. 포스코인터내셔널은 앞으로도 에너지·자원·발전·소재를 하나의 가치 사슬로 묶는 ‘확장형 글로벌 밸류체인’을 통해 지속 가능한 성장을 이어갈 계획입니다.
경주에서 시작된 변화, 그리고 포스코인터내셔널의 다음 10년
2025 APEC 경주는 단순한 외교 이벤트가 아니라 AI와 공급망이 만난 역사적 분기점이었습니다. 도널드 트럼프–이재명 대통령 회담으로 이뤄진 한미 관세협상 타결, 젠슨 황이 몰고온 AI 태풍, 그리고 포스코그룹의 공급망 비전까지 모두가 하나의 메시지로 이어졌습니다.
“지속 가능한 성장의 핵심은 신뢰할 수 있는 공급망이다.”
포스코인터내셔널은 이 명제를 실현하는 기업입니다. 에너지에서 소재로, 원료에서 기술로 이어지는 연결망을 강화하며 세계 산업 재편 속에서도 새로운 기회를 만들어가고 있습니다.
AI 시대의 경쟁력은 ‘혁신’보다 ‘연결’에 있습니다. 그 연결의 축이 바로 포스코그룹, 그리고 그 중심에 선 포스코인터내셔널입니다. 경주에서 시작된 이 변화의 흐름은 앞으로 10년, 세계 산업의 새로운 지도와 질서를 그려갈 것입니다.
- APEC (Asia-Pacific Economic Cooperation): 아시아·태평양 지역 21개국이 참여하는 경제협력체. 1989년 창설되었으며, 무역 자유화와 지역 경제 통합을 목표로 함 ↩︎
- 마스가(MASGA, Maritime Strategic Growth Alliance): 한·미 조선산업 협력 프로젝트로, 선박·에너지 인프라·공급망을 포괄하는 전략적 파트너십 ↩︎
- 피지컬 AI(Physical AI): 인공지능이 디지털 영역을 넘어 물리적 세계(로봇, 제조, 자율주행 등)와 결합하는 기술 패러다임 ↩︎
- GPU (Graphics Processing Unit): 대규모 연산을 병렬 처리하는 반도체 장치. AI 학습 및 데이터센터 인프라의 핵심 구성 요소 ↩︎
- 수소환원제철(HyREX, Hydrogen Reduction Ironmaking): 석탄 대신 수소를 환원제로 사용해 철광석을 제련하는 공정. 탄소 배출을 획기적으로 줄이는 기술로, 포스코가 세계 최초 상용화를 추진 중 ↩︎
- 스포듀민: 리튬이 풍부하게 함유된 광물로, 리튬이온 배터리의 핵심 원료인 수산화리튬을 추출하는 주요 자원 ↩︎
- 에너지저장시스템 (ESS, Energy Storage System): 전력 수급 균형을 위해 에너지를 저장·방출하는 시스템. BESS보다 포괄적 개념 ↩︎
- 탄소 포집·활용·저장 기술 (CCUS, Carbon Capture, Utilization and Storage): 배출된 이산화탄소를 포집해 저장하거나 자원으로 재활용하는 탄소감축 핵심 기술 ↩︎
- 희토류(REE, Rare Earth Elements): 네오디뮴(Nd), 디스프로슘(Dy) 등 17가지 금속 원소의 총칭. 전기차 모터, 풍력 발전기, 반도체 등 첨단 산업의 핵심 소재로 사용됨 ↩︎
- 우라늄(Uranium): 원자력 발전의 핵연료로 쓰이는 방사성 금속 원소. 농축도에 따라 경수로, 소형모듈원자로(SMR) 등 다양한 원전 연료로 활용됨 ↩︎
- 소형모듈원자로(SMR, Small Modular Reactor): 출력 300MW 이하의 소형·모듈형 원자로로, 설치와 운영이 용이하고 안전성이 높아 차세대 원전 기술로 주목받음 ↩︎
- 선진원자로(Advanced Reactor): 4세대 원전 기술을 기반으로 기존 원전보다 안전성, 효율, 지속가능성이 크게 향상된 차세대 원자로 모델 ↩︎
- 저농축우라늄(HALEU, High-Assay Low-Enriched Uranium): 농축도 5~20% 수준의 고순도 핵연료로, 차세대 소형모듈원자로(SMR)와 선진원자로에 주로 사용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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